ARTS IN HOTEL



제주: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72번길 60•부산: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2
지난 1월 오픈한 그랜드 조선 제주 신관에 들어서면 따뜻하고 밝은 색상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우고 론디노네의 ‘Sun Painting’이 명백하게 태양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사뭇 추상적인 모습으로 반긴다. ‘연금술’이라는 뜻을 지닌 최정화의 작품은 천장에 25m에 달하는 길이로 매달려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순간을 캡처한 듯한 알렉스 카츠의 우아한 그림뿐만 아니라 게리 흄, 래리 벨 등 동시대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공용 공간을 수놓는다. 그랜드 조선 제주와 그랜드 조선 부산 모두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가 디자인 설계를 담당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아트숍 ‘에디션 알리앙스(L’Edition Alliance)’가 입점해 있다는 것. 이곳에서는 무한복제가 가능한 프린트와 달리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하고 서명한 판화 에디션 작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L.A의 제미니(Gemini) G.E.L., 런던의 파라곤 프레스 등 저명한 판화 공방이나 갤러리와 함께하며 에디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한국 미술계에서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등 유니크 작품으로 소장하기엔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운 거장의 에디션 작품을 전문 큐레이터와 상담하며 구입할 수 있고 국내 작가와 에디션 알리앙스가 협업해 창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디자인 아이템도 만나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는 길목에 마주 보게 설치된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Blue Eroded Moses〉(2019)와 〈Quartz Eroded Ara Pacis〉(2019).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231
지난 5월 문을 연 조선 팰리스 강남은 겉보기엔 테헤란로에 즐비한 고층 빌딩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랜드조선 제주, 부산과 마찬가지로 움베르트 & 포예가 맡은 디자인 설계와 스타일적인 면에서 합치하는 아트 큐레이션이 독특하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아르데코 스타일을 기본으로 과거 왕가의 거주지이자 별궁이 있던 장소에 위치한 초기 조선호텔의 귀족적인 오라를 덧입힌 혼종의 럭셔리가 펼쳐진다. 웰컴 로비에서 맞이하는 다니엘 아샴의 마주 보게 설치된 두 점의 조각작품이 신호탄이다. 얼핏 보면 미켈란젤로 등 숭고함을 자아내는 거장의 완전무결한 조각 같은데 자세히 보면 광물 결정을 사용해 머리, 옆구리, 허벅지 등 인체 군데군데가 침식된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픽셀이 깨진 것 같은 디테일을 통해 아샴은 지금 이 순간을 미래의 고고학적 대상으로서 상상하도록 유도한다. 시공간을 혼합하는 은유적 테마는 그랜드 리셉션에 걸린 요한 크레텐의 금빛 부조작품, 공간 존재의 역사적인 깊이를 담아내는 칸디다 회퍼의 사진작품, 단테의 〈신곡〉을 모티프로 피안의 세계로 넘어가는 여정을 담은 이윤희의 도예작품, 책가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해나의 회화작품 등으로 흥미로운 맥락을 이룬다.


인천시 중구 영종해안남로321번길 186
5년 전 ‘아트테인먼트 리조트’를 표명하며 오픈한 파라다이스 시티 인천의 핵심적인 예술공간은 광장을 표방한다. 피렌체의 시뇨리아 광장을 모티프로 설계한 웅장한 공간에는 제프 쿤스, 데이미언 허스트, 카우스의 대작은 물론 얼마 전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도 내걸렸다. 광장 한쪽에는 2019년부터 상설 전시공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다. 조각이나 회화처럼 전통적인 매체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전시와 미디어 기반의 융복합 미술 전시를 교차하며 선보이는 기존의 방침을 그대로 유지해 올 하반기에는 허먼 콜겐(Herman Kolgen)의 전시를 준비 중이다. 콜겐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일렉트라(ELEKTRA) 국제 디지털 아트 비엔날레에 매번 초대되는 작가로 변화가 가속화될 미래에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너무 심각하지 않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파라다이스 시티는 방대한 공간에 3천여 점의 아트워크를 망라한 만큼 교차점 같은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는 쿠사마 야요이, 로버트 인디애나 등 대중적인 작품을 설치하고 기본적으로는 추상회화작품으로 은유적인 시각적 환기를 의도한다. 물감의 스트로크가 율동감을 자아내는 이강소의 작품,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 김창열의 물방울 시리즈 등 한국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파라다이스 시티에서의 예술적 산책은 야외 공간에서도 계속된다. 이용백의 9미터에 달하는 인간 형상 작품 양쪽으로 수보드 굽타와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이 날개를 이루는 ‘스카이 파크’에서는 산책을 즐기다 하지훈 가구 디자이너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이다. 2014년 1호부터 〈바자 아트〉를 만들었고 다양한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움의 정의를 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