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뻐요. 저의 목표 중 하나가 패션하우스의 앰배서더였거든요. 특히 버버리의 앰배서더라서 더 뿌듯하죠. 가족들도 신기하대요. 안 믿긴대요. 형이 왜 그거녜요. 동생이 묻더라고요.(웃음)
셔츠 드레스, 스타디움 점퍼, 팬츠, 부츠는 모두 Burberry.
어떤 화보 촬영장에서 당시의 무드를 “여인과 헤어지고 상실감을 느낀지 2년쯤 됐을 때”라고 표현한 게 인상 깊었어요. 오늘은 어땠나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저는 사막 한가운데에 혼자 있어요. 살아남아야 한다는 미션을 받은 거예요. 덥고 건조하고 모래바람 때문에 길을 찾기도 힘들고, 곧 밤이 되면 맹수들도 올 거고. 힘든 상황이지만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상태죠.
2017년 우리가 인터뷰했을 당시 그런 말 했던 거 기억나요? “올해의 나는 아기였다. 내년엔 적어도 청소년이나 어른의 중간 정도는 되고 싶다.” 그때가 데뷔 2년 차였죠.
2017년도라고요? 제가 2018년도엔 청소년과 어른의 사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요? 그때도 아기였네요.
이너 후드, 더플 코트, 프린지 디테일의 쇼츠는 모두 Burberry.
불과 작년까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빨리 30대 되고 싶다고요. 그런데 지금은, 스물다섯도 좋은 것 같아요. 지금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바자〉와는 2년 만의 재회인데 그 사이에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여신강림〉 두 작품을 끝냈고 예능 〈집사부일체〉에서도 활약했어요. 그때와 비교하자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요?
2년 전을 떠올려보자면 막무가내로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조금은 무모했고, 그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지금 열심히 안 한다는 건 아닌데,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싶어요.
셔츠 드레스, 더플 코트, 팬츠, ‘올림피아’ 백은 모두 Burberry.
이제 본인도 직장인으로 따지면 꽉 찬 대리 연차니까요. 일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때로는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는.
길을 잃은 것 같고, 앞이 잘 안 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제 미래를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봐요. 그러면 언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지 싶어져요. 마인드 컨트롤이 진짜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요즘 선택과 집중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것 같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 혹은 그렇다고 주변에서 말하는 것에 집중을 해나가는 게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일 테니까요. 한마디로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웃음)
일 욕심도 많은 시기이고요. 혹시 야망이 큰 편인가요?
일 욕심은 그 누구보다 커요. 그런데 욕심과 야망은 다른 것 같아요. 그냥 제 느낌인데, 욕심은 부릴수록 좋은데 야망은 약간 무모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조심스러워진 부분이 있어요. 남들이 한 번 되짚을 거 세 번 되짚고. 그러다 보니까 단어 선택 하나도 조심하게 되고요.
슬리브리스 셔츠, 허리에 두른 스웨터, 스커트, 니삭스 부츠, 레더 백팩은 모두 Burberry.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본인 성격에는 잘 맞는 것 같나요?
직업이니까 맞춰가야죠. MBTI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차은우와 이동민(차은우의 본명)은 MBTI가 달라요. 차은우는 INFJ, 이동민은 ENTJ죠.
저도 신기하더라고요. 연예인 활동을 하면서 이동민이라는 사람의 성격을 조금씩 바꿔나갔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동민이는 동민이니까.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원래의 성격이 나오기도 하고요.
INFJ는 속을 알 수 없는 타입이래요. 고집은 좀 센 것 같던데요?
저 똥고집이에요.(웃음) 농담입니다. 일할 때는 제 의견은 3, 4 정도 놓고 그 분야를 잘 아는 분들한테 조언을 구해서 1, 1, 1, 1 이렇게 10을 완성해나가는 식이에요.
고집을 부려야만 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군요. 특히 주연 배우로 한 작품을 이끌어나갈 때요.
그런데 연기할 때나 아이돌 활동을 할 때나 예능을 할 때나 그런 상황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요. 저마다의 룰이 있고요.
이너 후드, 더플 코트, 프린지 디테일의 쇼츠, 레더 스니커즈, 삭스는 모두 Burberry.
멀티테이너라는 게 결코 쉽지 않은데 드라마, 예능, 음악 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잖아요. 비결이 뭔가요?
활약이라고 하면 부끄럽고 그냥 경험을 좀 진하게 해본 정도인 걸요. 아까와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일 욕심이 많아서 주어진 걸 다 하고 싶었고, 20대 초반이었고, 무모했고, 하다 보니까 적응했고, 재미있어졌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본인이 들인 노력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예를 들어 〈집사부일체〉에 게스트가 나오면 그 사람에 대해 엄청나게 조사하고 공부해 갔다면서요.
그래야 한마디라도 더 하니까요. 제 노력 때문에 그랬다기보다는…. 저는 약간 운명론자거든요. 좋은 일이면 그냥 이럴 팔자였나 보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보다 해요. 반대로 힘든 일에는, 나중에 내가 덜 힘들려고 지금 이런 일을 겪나 보다 하고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인과를 따지기보다는요.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고 여기까지 왔죠. 본인을 버티게 하는 중심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일 욕심요. 무너지고 싶을 때도 있고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물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또 다시 할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무너지고 싶을 때도 스스로를 함부로 내려놓지 않는 것 같아요. 하루이틀 지나면 아니게 되는 상황이 너무 많았어서 혼자서 좀 부끄럽거든요. 명예도 얻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무엇보다 아직 해나가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욕심부리나 봐요.
니트 톱, 프린지 장식 티셔츠, 쇼츠는 모두 Burberry.
무너지고 싶을 때도 자기 자신을 함부로 내려놓지 않는다는 건 현명하네요.
대중 또는 팬들의 관심이 중요한 직업이잖아요.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올 때도 있고 철학적으로 허탈감이 들 때도 있어요.
진짜 파고들어가면 끝도 없어요. 종일 토론해요. 그런데 또 하루이틀 지나면 초월해요. 그래서 단정짓지 않으려고 하는 거죠. “아니, 뭐 그렇다고요, 아닐 수도 있고요”의 마인드로. 저도 저를 몰라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잖아요. 알고 싶은데, 사실은 알 수 없다고도 생각해요. 모르겠어요. 이것도 다 저를 알아가는 과정인가요?
지난달 발매한 아스트로의 〈SWITCH ON〉을 드라이브송으로 종종 듣곤 해요. 오랜만의 가수 활동이었는데 어떤 경험이었나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는데 뿌듯하고 시원섭섭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연차가 벌써 이렇게 됐구나’도 새삼 느꼈고.(웃음) 처음으로 지상파 1위라는 걸 해봤어요. 목표로 삼았다가 떨어지고, 삼았다가 떨어지고. 이게 반복되면서 저 나름대로는 큰 상처를 받았거든요. 그전엔 어느 인터뷰에서건 항상 ‘지상파 1등’이 활동 목표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이번 활동에서는 어디에서도 그 얘기를 안 했거든요. 저는 진짜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목숨 걸고 임해왔는데 회사는 계속 변화가 있었고. 더이상 저도 상처받기 싫었던 거죠. 그런데 이번에 그토록 바라던 1위를 하고 나니까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좋은데, 좋아하는 티는 내고 싶지 않았어요.(웃음) 후배들이 많이 생긴 데뷔 6년 차에 상을 탔잖아요. 객기랄까요. 쓸데없는 자존심이랄까요. 좀 의연해 보이고 싶었거든요. 솔직히 속으론 진짜 기뻤어요.
밖에서 봤을 땐 데뷔 후 줄곧 승승장구해온 느낌이었거든요. 실패라는 게 있었을까 싶기도 했고요.
어느 정도가 실패이고, 어느 정도가 중박이고, 어느 정도가 성공인지 그리고 그걸 누가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승승장구라고 보셨다면 제가 잘해온 거겠죠? 그렇게 보이기까지가 진짜 힘들었어요. 특히 세 분야를 열심히 하기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 않더라고요. 하나를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쪽에서는 어느 순간 나쁜 사람이 되어 있는 것 같고. 딱히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저 스스로는 지금까지 그래도 꽤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자신감이 더 올라가네요.
〈씨네 21〉에 영화 〈레인맨〉 리뷰가 실린 적 있어요. 글 솜씨가 좋던데요?
완전히 제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사건인데 꺼내주셨어요. 감사합니다.(웃음)
이렇게 글을 맺었더라고요. “‘One for bad. Two for good’이라는 레이먼드의 말에 ‘We’re two for good’이라 답한 찰리처럼, 누군가에게 ‘Two’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본인에게 ‘Two’가 되어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주변 사람들요. 저는 제가 연예인으로 타고난 사람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건 알아요. 제 주변에 수많은 고맙고 감사한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차은우가 아닌 이동민은 외향적인 사람이거든요. 아주 많이요.
※ 화보에 소개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