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마스터 과정을 밟고 있는 차명의 디자이너 차명은. 전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로 인해 보냈던 자가격리의 시간은 ‘편안함을 찾는 여정’이라는 철학적인 컬렉션의 출발점이 되었다. 브랜드 ‘차명’이 생소한 〈바자〉 독자에게 브랜드 설명을 부탁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기 위한 탐구’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여성복의 전형적인 실루엣과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건축의 세계에 둘러싸여 성장했다”라고 말했다.
건축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아버지의 영향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관련 서적이나 사진,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프랭크 게리, 르 코르뷔지에를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당신의 디자인은 건축이나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옷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구조와 형태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성장 배경 덕분인지, 원래 가지고 있던 기질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건축은 구조 위에 형태를 만들고, 옷은 사람의 신체를 베이스로 형태를 만든다. 개인적으로 패션과 건축이 무척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한 후 알렉산더 왕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당시 시니어 디자이너가 “명, 창의적인 걸 하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야 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런던행을 결정했다. 지금은 센트럴 세인트 마틴 마스터 과정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다. 단 1% 후회도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런던이나 파리를 베이스로 활동하고 싶다.
2021 F/W 컬렉션은 ‘편안함을 찾는 여정’이라 이름 붙였다. 이 컬렉션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 몇 가지를 짚어달라.
지난해 3월, 런던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자가격리를 했다. 강제적인 휴식은 생각보다 좋지만은 않았다. 이때 휴식과 편안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침대와 소파, 의자에서 육체적인 평온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관찰한 것이 컬렉션의 시작이 되었다. 푹신한 쿠션이 몸을 감싸는 재미있는 구조인데, 등받이로 쓰일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옷이다. 이번 컬렉션이 사람들에게 시각적 편안함과 새로움을 선사하고 또 “당신은 잘 쉬고 있는지”, “당신에게 휴식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길 원했다.
자가격리 기간, 휴식과 편안함에 대한 고민은 2021 F/W 차명 컬렉션의 출발점이 되었다. 쿠션을 닮은 톱이 그 결과물.
〈뉴욕 타임스〉는 당신의 디자인을 ‘아방가르드 라운지 웨어’라고 설명한다. 이들이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초창기에는 셔츠, 수트, 데님을 활용한 해체주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지금은 보다 단순하지만 더 실험적인 느낌이다. 변화의 동기는?
옷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과정보다 아름다운 결과물을 목표로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2019년부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연구가 깊어질수록 실험적인 작품이 탄생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할수록 불필요한 디테일은 사라지고 핵심만 남게 되었다.
지금 작업들은 나를 표현하는 일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상품성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차명만의 독창성을 구축하고 탐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스텀 오더나 컬렉션 피스 구매를 원하는 이들의 연락이 많이 온다. 사람들은 가치 있는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컬렉션에 쏟는 노력만큼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는다.
“네 옷장에는 흰색과 검은색 옷밖에 없을 거 같아.” 친구들이 종종 하는 말이다. 사실이다.(웃음)
요즘 졸업 컬렉션을 준비하며 리서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탐구, 모호한 형태와 균형, 르 코르뷔지에의 미학 등을 연구 중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마스터들의 졸업 컬렉션은 학교 생활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기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초 공개될 예정이다. 기대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