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반의 줄리앙 도세나. 그의 솔직담백 '첫경험'
라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줄리앙 도세나에게 물었다. 당신의 첫 경험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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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년째 라반을 이끌고 있는 줄리앙 도세나. <바자>와 만난 그가 ‘첫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디자이너 줄리앙 도세나(Julien Dossena).
하퍼스 바자 처음 패션에 매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어렸을 때 TV에서 장 폴 고티에를 처음 봤어요. 앙투안 드 콘과 함께 공동 MC를 맡은 레전드 프로그램 <Eurotrash>에서였죠. 이후 1993년, 저녁 8시 방송 리포트에서 백스테이지 속 그의 모습을 다시 접했습니다. 방송은 ‘레 타투아주(Les Tatouages, 문신들)’란 주제의 1994 S/S 장 폴 고티에 쇼를 다루고 있었죠. 고티에는 인디언을 테마로 티셔츠와 청바지에 피어싱과 타투를 프린트했는데, 비로소 전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그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요. 특히 고티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에너지와 즐거움, 두근거림이 화면 너머로 전해져 저 역시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죠.
하퍼스 바자 스타일 면에서 처음으로 강렬한 인상을 준 여성은?
줄리앙 도세나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닌, 주로 영화 속 인물이었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초기 영화 속 캐릭터나 그 후 고티에가 의상을 담당한 <키카>나 <하이힐> 같은 작품들요. 그리고 그레그 아라키의 영화 <어디에도 없는 영화>나 <둠 제너레이션>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MTV에서 볼 수 있던 스타일로, 그런지 패션이 끝나고 테크노 패션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어요. 마치 당시 제가 속한 세대가 입던 옷들을 세련되게 다듬어 표현한 것 같았죠. 영화 속 의상이 중요한 작품으로는 <피아노>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풍경 속에서 코르셋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제게 깊은 감명을 남겼죠.
하퍼스 바자 첫 번째 아이돌은?
줄리앙 도세나 두 사람이 있어요. 먼저 마이클 잭슨. 7살 무렵부터 워크맨으로 그의 음악을 끊임없이 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한 명은 퀸의 프레디 머큐리예요. 두 사람은 한 인간을 넘어 마치 영웅처럼 느껴졌어요. 음악뿐 아니라 의상, 태도, 제스처 같은 미학적인 면에서도요. 또 음악을 탐구하면서 쏟아붓는 그들의 아낌없는 열정도 깊은 인상을 주었고요. 당시 제 꿈은 그들의 콘서트에 가보는 것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그 꿈을 이뤘나요?
줄리앙 도세나 아니요, 그래서 지금도 엄마를 원망해요. 제가 9살부터 12살까지 베를린에 살았는데, 마이클 잭슨이 그곳에서 콘서트를 했거든요. 독일인 친구가 콘서트 표를 하나 주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콘서트 관중 속에 있기에는 열 살의 제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하셨어요.
하퍼스 바자 첫 번째 음반은?
줄리앙 도세나 조금 이상하지만, 11살 때 엄마가 마돈나의 앨범 <Erotica>를 선물해주셨어요. 사실 저는 그 앨범에 크게 빠지지 않았어요. 돌이켜보면, 엄마는 뭔가를 눈치채셨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웃음) 아마 엄마는 1980년대의 마돈나, 좀 더 팝적이고 덜 어두운 마돈나에 여전히 붙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직접 구매한 첫 번째 음반은 무엇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당시는 싱글 CD(두 곡짜리 CD)가 유행이었는데, 제가 처음 산 건 나이트크롤러스(Nightcrawlers)의 <Push the Feeling On>이었어요. 완전한 테크노-댄스 히트 곡이었죠!(웃음) 그리고 같은 시기에 로버트 마일스(Robert Miles)의 <Children>도 샀는데, 그건 좀 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느낌이었어요.
하퍼스 바자 첫 번째 장래희망은?
줄리앙 도세나 어릴 적 브르타뉴에 살 때 오세아노폴리스(Oceanopolis)라는 해양보호센터가 새로 지어졌어요. 브르타뉴 생활은 조금 지루했는데, 그 거대한 아쿠아리움은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요. 그때 해양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물고기와 갑각류 같은 다양한 해양생물에 완전히 빠져 있었거든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를 돌보는 제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웃음)
하퍼스 바자 첫 번째 패션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줄리앙 도세나 라 캉브르 국립시각예술학교(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미술-디자인 학교) 학생일 때였어요. 동기 한 명과 오베르빌리에(Auber villiers) 근처의 거대한 격납고에서 열린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 패션쇼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했어요. 엄청난 인파가 있었고, 우리 앞을 지나가는 믹 재거도 봤죠. 당시 홍보 책임자였던 로랑스 클라인크네히트(Laurence Kleinknecht)가 문 앞에 있었는데, 혹시 스탠딩 자리 두 개라도 없겠냐고 정중히 물어봤어요. 그녀가 “옆에 서 있어요”라고 했고,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쇼가 막 시작하려는 순간 그녀가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내 줬어요. 기둥 뒤에서 쇼를 지켜보는데, 그 기억이 정말 강렬하게 각인되었어요. 마치 시대가 바뀌는 순간을 라이브로 목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길거리 캐스팅으로 뽑힌 듯, 전에 본 적 없는 소년들이 어둠 속에서 빠른 속도로 걸어 나왔어요. 뱀파이어 망토 같은 것을 두른 채 말이죠. 마지막에는 모든 모델들이 무리 지어 함께 나왔어요.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장엄하고, 동시에 멋진 쇼였습니다.
하퍼스 바자 에디 슬리먼을 직접 만난 적 있나요?
줄리앙 도세나 단 한 번도 없어요. 멀리서 존경할 뿐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 각자 자리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세대적인 차이도 있고요. 전 제 세대 디자이너들과는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쿠레주의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나, 현재 마르지엘라의 글렌 마틴스. 사실 글렌은 니콜라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마티유 블라지와는 학생 시절 함께 공부했고, 조너선 앤더슨과는 같은 해에 일을 시작했어요. 저희는 다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모임이나 파티에서 서로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비슷한 경험들을 하다 보니 서로 공감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요.
하퍼스 바자 첫 키스의 기억은?
줄리앙 도세나 여자아이였어요.(웃음)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그녀 이름은 릴라예요. 꽃 이름과 같았죠.









진짜 첫사랑은 학생이던 19~20살쯤. 이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이후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사랑이었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하퍼스 바자 그때 사랑으로 발전했나요?
줄리앙 도세나 아뇨. 그저 그 나이 때의 귀여운 풋사랑이었죠. 여름에 있었던 일로 기억해요. 학년이 끝날 무렵이었거든요. 여름방학 동안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로 했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하퍼스 바자 그럼 진짜 첫사랑은 누구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한참 뒤였어요. 학생이던 19~20살쯤. 이 관계는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 이후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사랑이었어요. 정말 아름다웠죠. 스무 살,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면서 새로운 것들을 함께 발견해나가던 시기였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첫 여행에 대한 추억을 들려준다면?
줄리앙 도세나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매년 모로코에 갔어요. 주로 10월이었는데, 그때가 정말 좋았어요. 셋이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차를 빌려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아름다운 풍경, 넘치는 즐거움과 웃음이 기억에 남아요. 다른 문화를 접하며 느꼈던 경이로움, 현지인이나 또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던 환경, 그리고 삶을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다시 모로코에 가본 적 있나요?
줄리앙 도세나 서른 살에 다시 가봤는데, 예전의 마법 같은 느낌은 없더라고요. 마라케시의 한 호텔에 머물렀는데, 갑자기 제가 관광객이 된 기분이었죠. 어렸을 때는 마치 그 나라의 일부가 된 것처럼 거리감이 없었는데, 성인이 되니 섞이고 하나 되는 듯한 느낌을 다시는 맛볼 수 없었어요. 물론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지만요.
하퍼스 바자 첫 번째 가슴앓이는?
줄리앙 도세나 정말 큰 가슴앓이는 아무래도 첫사랑이 끝났을 때였던 것 같아요. 첫사랑과의 첫 이별의 아픔이었죠.
하퍼스 바자 처음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프랑수아 오종의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Water Drops on Burning Rocks)>이었어요.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희곡을 각색한 영화였는데, 덕분에 파스빈더의 영화를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저는 꽤 어렸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특히 <힘의 법칙(Fox and His Friends)>(1975)이 기억에 남아요. 아주 강렬하면서도 절망적이고, 출구 없는 사회적 비극을 다룬 영화였죠. 패전국인 독일의 더럽고 죄책감에 짓눌린 현실을 담아낸 작품으로, 미학적 충격이었어요. 동시에 동성애자의 삶을 비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이기도 해요. 그렇게 강렬하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깊이 개입하는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그 이후 루키노 비스콘티와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의 작품들까지 보게 됐어요. 전형적인 고전 영화 팬의 길을 걸은 거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의 시작, 저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파스빈더였어요.
하퍼스 바자 스스로에게 선물한 의미 있는 첫 물건은 무엇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몇 년 전에 산 시골집이에요. 그 집을 사고 몇 년이 지난 뒤, 여동생이 이야기를 해줬는데 제가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냈던 폴뒤(Pouldu)에 있는 조부모님 집을 무의식적으로 재현했더라구요. 물론 제 취향을 담아 꾸몄기 때문에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조부모님의 집을 닮아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올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제게 정말 소중한 분들이거든요. 저를 많이 돌봐주셨구요. 무의식적으로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장소를 다시 만들고 싶었다는 걸 깨달으니 마음이 뭉클했어요.
하퍼스 바자 첫 번째 성공은?
줄리앙 도세나 2006년 이에르 페스티벌에서 수상했을 때요. 당시 전 학생이었고, 패션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좀 내성적인 편이라 이 수줍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도 걱정했죠. 그런데 그 성공이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하퍼스 바자 삶에서 얻은 첫 번째 교훈은?
줄리앙 도세나 다른 사람들이 주는 사랑이나 소속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법. 저는 오랫동안 제가 있을 자리를 찾고,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최근에야 깨달았어요. 사실 자리는 스스로 차지하는 것이고, 그런 것에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걸요. 제 삶의 가장 큰 교훈은 자신의 자리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최근에야 얻은 깨달음이에요.
하퍼스 바자 첫 번째 향수는?
줄리앙 도세나 제 어머니는 ‘로디세이’를 사용하셨어요. 아주 은은하고 일본적인 느낌의 상쾌하면서도 깨끗한 향이었죠. 그게 향수에 대한 첫 기억이에요. 그리고 제 향수는 겔랑의 ‘베티버’예요. 피부 위에서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 향의 감각이 좋거든요.
하퍼스 바자 처음 산 패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줄리앙 도세나 학생 시절, 안트베르펜에서 열린 라프 시몬스의 프라이빗 세일에 간 기억이 있어요. 거기서 회색 플리츠 팬츠를 샀죠. 작은 더블 가죽 벨트와 버클이 달려 있었고, 패턴은 아마도 유도복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았어요. 벨트를 조이면 주름이 더 조여지는 방식이었고, 엉덩이를 잘 감싸줘서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그 바지를 너무 좋아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입었죠. 특별히 멋지고 쿨하게 느끼고 싶을 때 아껴 입었어요. 나중에는 그 바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 닳아버리자 낡은 원단을 분해해 다시 만들었어요. 검은색 모직으로 만들었는데, 좀 더 클래식한 바지로 재탄생되어 스니커즈와 매치해 즐겨 입었어요. 요컨대 그 당시 제게 하나의 ‘투자’였던 라프 시몬스의 이 바지는 어떤 순간에 완벽한 옷을 찾았다는 그 감각을 대표했어요. 그런 경험은 흔치 않으니까요.
하퍼스 바자 그렇다면 첫 번째 차는 어떤 거였죠?
줄리앙 도세나 운전을 하지 않아요. 운전면허를 따려다 말았거든요. 그래도 기억나는 일은 하나 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진한 녹색 미쓰비시 사륜 자동차를 가지고 계셨어요. 네 살 때였나, 어느 날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아주 높다란 그 차에 기어 올랐죠! 결국 수동 브레이크를 풀었고, 그렇게 제가 처음 운전한 차가 되었죠. 그 차는 천천히 도랑으로 굴러 떨어졌어요… 아주 천천히, 느릿느릿하게요.(웃음) 아직도 면허는 없지만, 16구 젊은이들이 다들 타는 그 ‘요거트 통’ 같은 차, 시트로엥 아미(Citroen Ami)를 사서 시골에서 몰고 다녀요. 한동안은 스쿠터에 푹 빠져 있기도 했구요.
하퍼스 바자 첫 아파트는 어디였나요?
줄리앙 도세나 파리 10구에 첫 아파트를 샀어요. 정리를 끝내 놓고 보니, 이 동네에서 살았던 제 첫 아파트와 똑같이 꾸몄더라구요. 심지어 바닥의 초록색 카펫까지 말이에요.(웃음)
Credit
- 글/ Olivier Nicklaus
- 번역/ 최지인
- 사진/ Paolo Roversi, Getty Image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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