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배꼽티가 돌아왔다. R U Ready?

복근을 드러낼 때가 왔다. Z세대의 유니폼이자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 크롭트 톱에 관하여.

BYBAZAAR2021.06.06

R U 

Ready? 

1 영화 〈나이트 메어〉(1984) 속 헐렁한 크롭트 티셔츠를 입은 풋풋한 조니 뎁. 그의 공식 데뷔작이다. 2 벨라 하디드처럼 바지 허릿단을 접어 배꼽을 드러내는 것도 방법.

1 영화 〈나이트 메어〉(1984) 속 헐렁한 크롭트 티셔츠를 입은 풋풋한 조니 뎁. 그의 공식 데뷔작이다. 2 벨라 하디드처럼 바지 허릿단을 접어 배꼽을 드러내는 것도 방법.

 
한달 전, 배드 버니의 인스타그램(@badbunnypr)에 거울 셀피 한 장이 올라왔다. 그 사진을 보자마자 스크롤을 올리던 엄지손가락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그가 입고 있던 크롭트 톱 때문. 탄탄한 복근과 아슬아슬하게 노출한 치골은 “몸매를 과시하는 나쁜 토끼(버니)”라는 문구와 함께 며칠간 트위트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남자와 크롭트 톱의 조합이라니. 생소하겠지만, 사실 크롭트 톱은 과거 남자들에게 꽤나 인기템으로 통했다. 1970년대에는 운동선수와 보디빌더의 상징적인 존재(효율적인 운동과 땀을 식히기 위한 수단)였으며, 펑크의 물결이 넘실대던 1980년대엔 데이비드 보이, 프린스, 라몬스(Ramones)와 함께 황금기를 누렸다. 그 당시의 조니 뎁, 아담 샌들러, 윌 스미스 역시 크롭트 티셔츠를 즐겼다. 그리고 아이돌 덕질 좀 한다는 옆자리 에디터는 내게 꽤나 충격적인 크롭트 톱 근황에 대해 들려줬다. “요즘 케이팝 남자 아이돌이 크롭트 톱 입는 게 대세예요. 이제 아이돌 하려면 배꼽까지 예뻐야 하나 봐요.” 1990년대 말, 브리트니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TV 속 센 언니들의 러브콜을 받던 노출의 대명사, 크롭트 톱을 입은 남자 아이돌이라니! 하긴 그들에게는 허리를 드러내는 자체가 잘 가꾼 11자 복근을 ‘과시’하고 ‘화제성’도 모을 수 있는 1석 2조의 아이템인 셈.
 
1 미국 펑크를 상징하는 밴드 라몬스는 크롭트 티셔츠를 즐겨입었다. 장발 패션의 원조이기도. 2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배드 버니의 크롭트 스웨트셔츠. 3 옷장에 크롭트 톱이 없다면 아래를 쫑긋 묶어 크롭트 티셔츠로 연출한 기타 반코(Gitta Banko)의 센스를 기억하라.

1 미국 펑크를 상징하는 밴드 라몬스는 크롭트 티셔츠를 즐겨입었다. 장발 패션의 원조이기도. 2 화제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배드 버니의 크롭트 스웨트셔츠. 3 옷장에 크롭트 톱이 없다면 아래를 쫑긋 묶어 크롭트 티셔츠로 연출한 기타 반코(Gitta Banko)의 센스를 기억하라.

 
아니나 다를까. 거리에는 Z세대를 주축으로 한 크롭트 톱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지난 주말, 한남동과 홍대 거리에서 크롭트 톱 군단을 직접 목도했으니 결코 과언이 아니다! SPA 브랜드마저 “이래도 안 입을 거니?”라고 보채듯 손바닥만 한 크롭트 톱을 쏟아내고 있는 중.(자라 홈페이지에는 무려 4백82개가 등장한다.) Z세대의 특성을 살펴보니 크롭트 톱의 급부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남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 당당함,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 태어나기도 전인 199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 억압과 제약이 없는 성 감수성까지. 
 
하지만 30대 중반, 곧 10년 차 직장인이 되는 나로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아이템이기도. 이유는 간단하다. 노출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 ‘디지털 폴리티션(정치가)’란 별명을 가진 Z세대의 막강한 힘은 하이패션에까지 영향력을 끼쳤다. ‘한 세대의 초상(Portrait of Generation)’이라 이름 붙인 2021 S/S 셀린 컬렉션은 Z세대를 향한 구애라는 설명답게 그야말로 ‘요즘 아이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들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테일러드 재킷과 데님 팬츠, 블루종과 가죽 쇼츠에 캡모자, 스니커즈를 연출해 쿨 키드적 면모를 발휘했고, 탱크 톱과 크롭트 티셔츠로 ‘힙’을 더했다. 이는 편안한 옷을 어떻게 멋지게 입느냐가 관건이 된 뉴노멀 시대에 부합하는 완벽한 팁이 될 것이다. 금빛 밀밭으로 초대한 크롭트 톱의 귀재 자크뮈스는 이번 시즌 재킷, 셔츠, 폴로 셔츠를 짧게 변주해 또 한 번 여심을 자극했다. 낙낙한 실루엣의 하이웨이스트 팬츠부터 쇼츠, 플리츠 스커트, 펜슬스커트까지 다채로운 하의 매칭 신공을 펼쳤는데 이를 통해 ‘어떤 하의를 매치하느냐’에 따른 크롭트 톱의 이미지 변신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크롭트 재킷과 체크 브라렛 그리고 하이웨이스트 팬츠의 조합은 프랑스 니스의 어느 바에서 샴페인을 마시는 상상을 부르는 성숙한 휴양지 룩은 물론 세련된 도시 여자들을 위한 룩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1 런던 웸블리에서 공연 중인 프린스(1986). 그는 매스큘린과 페미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패션 아이콘이었다.

1 런던 웸블리에서 공연 중인 프린스(1986). 그는 매스큘린과 페미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패션 아이콘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 타칭 크롭트 톱 마니아인 벨라 하디드와 카일리 제너처럼 보디컨셔스 실루엣 톱과 느슨한 하의를 입는 것이 정석이다. 특히 낙낙한 실루엣의 팬츠는 가장 쉽고 현명한 선택. 이번 시즌 키 아이템인 ‘빅 팬츠’로 파워풀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추천한다. 더 신경 쓸 부분은 상의와 하의의 간극 조절이다. 배꼽을 감추는 하이웨이스트 실루엣은 ‘노출과 절제의 균형’을 즐길 수 있으며, 튀어나온 뱃살과 옆구리 살을 가려주는 방패막 역할도 한다. 즉 노출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도발적인 연출을 원한다면 골반을 아슬아슬하게 노출하는 일명 ‘로 라이스’ 스타일이 제격이다. 1990년대 팝 스타들이 즐기던 센슈얼한 방식 말이다. 베르사체의 쇼를 보라. 배꼽을 감추고 드러내는 것은 작은 차이지만 이것이 관능미를 한 스푼 첨가하냐 마냐를 결정한다. 아직 복근을 드러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티셔츠 위에 덧입거나 재킷으로 옆구리와 등을 철통 방어하는 꼼수를 부려도 좋다.
 
1 화이트 셔츠 형태의 크롭트 톱을 선보인 헤일리 비버.

1 화이트 셔츠 형태의 크롭트 톱을 선보인 헤일리 비버.

 
처음으로 돌아가, 배드 버니의 사진을 보고 묘한 오기가 생겼다. ‘남자도 입는데 나라곤 왜 못 입어’랄까? 하이웨이스트 실루엣과 함께라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 듯한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톰 포드가 늘 강조하는 ‘분명한 허리선과 깔끔하고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몇 년 전이라면 분명 “날렵한 허리와 납작배 만들기에 돌입하라”란 조언을 썼을 테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자기 몸 긍정주의’를 다시금 새기며 할리 베리의 말을 덧붙인다. “제게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이란 ‘모든 걸 시도하는 용기’와 동의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