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찌 '아리아' 컬렉션






D: 맞아요. 굉장히 패셔너블하면서도 맹렬한 이름이죠!
(중략)
D: 발렌시아가를 위해 당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알다시피 저는 과거를 되살리고, 그것을 활기찬 현재로 바꾸는데 몰두하고 있거든요.
A: 저에게 이건 패션의 마법과도 같아요. 더 이상 관련이 없거나 기억속에서 사라진 무언가를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또다른 삶을 살게 하고, 하나의 아이디어를 다른 아이디어로 변화시켜 흥미롭고 창의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거죠.
D: 결과물을 몇 개 보았는데, 발렌시아가의 피스들을 당신의 우주에 담아낸 모습들이 정말 멋지더군요!
뎀나바잘리아는 한 쇼에서 11개의 브랜드와 협업한 적이 있을 정도로 새로운 만남에 열려 있는 디자이너고, 미켈레 역시 오래된 패션 하우스에 새로운 피를 수혈한 장본인이었기에 이토록 자연스러웠던 걸까? 생각해보니 두 사람 모두 2016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개성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패스트 패션에 대한 혐오감을 표명했으며, 젠더리스 컬렉션을 추구해왔다. 어라,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다.








어쨌든 그 결과로 탄생한 컬렉션에는 ‘뎀나표’ 발렌시아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레깅스 부츠부터 스케이트 톱, 플로럴 프린트, 아우어글래스 백이 교묘하게 또는 아주 대담하게 구찌식으로 변형되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로고가 교차해 프린트된 크리스털 장식 수트나 발렌시아가 로고가 담긴 구찌의 재키 1961백이 등장한 순간엔 약간 소름이 돋았을 정도. ‘지금 내가 뭘 본거지?’ 영상을 보았다면 적어도 한두번쯤 이 생각을 하게 되었을 것.

영상 시작 부분에 등장한 사보이 클럽 전경
이 밖에도 하우스의 창립자인 구치오 구찌가 젊은 시절 벨보이로 일했던 호텔 사보이(Savoy)를 곳곳에 새겨 넣은 것, 톰 포드 시절의 구찌 룩에서 영감 받은 레드 벨벳 수트, 구찌를 테마로 했던 여러 곡들(릴 펌프의 ‘구찌 갱’, 배드 베이비의 ‘구찌 플립플롭’, 릭 로스의 ‘그린 구찌 수트’ 등)을 샘플링한 BGM, 사보이 클럽에서 플래시가 가득 장식된 런웨이로, 런웨이에서 동화같은 숲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전환 등,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들로 가득한 쇼였다.
2021년은 구찌 하우스가 100주년을 맞는 해. 결과적으로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가장 그 다우면서도 신선하고 똑똑한 방법으로 100주년의 첫 컬렉션을 '이슈화' 하는데 성공했다. “저는 오늘날 19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등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패션은 과거, 현재, 미래의 용광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특별하고 흥미롭죠.” 미켈레의 말처럼 패션이야말로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가 아니던가. 한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은 이 컬렉션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리라는 것이다. 덧붙여 알레산드로 미켈레, 뎀나 즈바살리아 두 사람 모두 21세기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임을 다시한번 입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