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스톤즈, 레드 제프린,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 등 뮤지션들이 비틀즈의 빈자리를 틈틈히 채웠던 1970년대 영국. 문화적 풍년이었던 시대 속에서, 가죽 조각과 자투리 천으로 가죽 액세서리를 만들며 영국식 규범과 문화를 이어가려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멀버리'의 설립자인 로저 사울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영국의 서머셋 공장에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가죽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베이스 워터, 알렉사 백 등이 전 세계적으로 메가 히트를 치며 가죽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다 소재보다는 환경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한 끝에, 100% 친환경 가방이자 비닐봉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포토벨로’를 만들었다. 페어망 생경량 나일론인
에코닐(ECONYL®)과 지속 가능한 면 소재로 제작한 ‘M 컬렉션’. 탄소 발자국을 줄이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혁신적인 도전에 집중하고 있는 멀버리. 브랜드 창립 50년이 된 올해엔 어떠한 야심찬 의지가 있을까? 멀버리는 '가방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소비자들에게 약속한다.
“앞으로 멀버리는 2030년까지 모든 공급체인을 재생가능하고 순환하는 모델로 비즈니스를 전환하겠다.”라고.
패션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패션 및 섬유는 여전히 연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부터 세계 삼림 벌채의 36%는 가축 사육을 위해 진행됐으며 많은 생물이 멸종되면서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더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멀버리는 올해, 양질의 토양 환경을 만들어가고 생물의 다양성을 장려하기 위해 농민들과 협력하려고 한다. 재활용 나일론과 재생 유기농면을 제품에 적용하고, 전 세계 최저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가죽을 개발하며, 모든 공급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불할 것으로 약속한다.
즉, ‘농장에서 완제품까지’ 란 핵심 가치로 친환경적인 가방들을 선보이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축하는 것이다.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행동해야 더욱 지속가능한 실행이 되기에 멀버리는 소비자들에게 ‘made to last’ 6가지 행동 수칙을 약속한다.
1 제작에서 완제품까지, 지역적이고 매우 투명하게 운영되는 공급망 모델을 개척
2 친환경적인 농장 유통망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가죽 개발
3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NET ZERO) 달성
4 수선 작업과 복원을 통해 멀버리 제품의 수명을 연장
5 멀버리 가방의 바이백(buy-back), 재판매 또는 용도 변경
6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급업체들과 협력함으로써, 생활임금 고용주가 되겠다는 약속을 연장.
1 멀버리의 수선팀 엘리Ellie 멀버리는 가방의 재생, 복원 및 재창조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영국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선과 교환이 가능한 ‘mulberry exchange’를 만들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아무리 오래된 가방이라도, 멀버리의 ‘금손’ 엘리를 만나면 새롭게 부활할 수 있다. 가방을 보면 사람의 애착과 성격이 보인다는 엘리의 신념을 들어보자.
저는 오래되었거나 많은 사랑을 받은 가방을 새롭게 회생시켜 거의 새것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을 사랑합니다. 빈티지 제품과 완벽히 맞는 페인트 컬러로 자국들과 얼룩, 스크래치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을 때 굉장히 뿌듯해요.
소수의 럭셔리 브랜드들만이 저희와 같은 폭넓은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무도 저희처럼 35년이 넘은 가죽 및 부품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이러한 부분이 멀버리를 차별화하고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2 합리적인 소비는? 재사용이죠. by 구동현 스타일리스트이자, APPLIXY를 운영하고 있는 구동현(@kxxdonghyun)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서스테이너블 패션플랫폼 APPLIXY를 운영하고 있는 구동현 실장 역시 멀버리의 뜻과 함께한다. 재사용하고 리메이크된 제품이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합리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우리는 가치 있는 소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리메이크된 제품에 가치를 더하고 싶어요″ (@kxxdonghyun)
가죽은 태초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듯 미래에도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할 소재라고 생각한다. 다만, 가죽을 대체할만한 신소재들이 불필요하게 남용되고 있는 가죽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진짜 가죽'은 하이엔드로 더 귀해질 것이다.
크리에이터의 상상력과 디자이너의 상업성이다. 모두가 그 대상을 소유하고 싶거나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일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로 탄생하는 re-use, re-make 되는 가방이 늘어나는 게 합리적인 것 같다.
3 옛 제품이 멋져요! By 유현지 해양 지킴이 모델 겸 인플루언서 유현지(@choyuisfine).
모델 겸 인플루언서 유현지도, 강원도 해변에 버려지는 수많은 쓰레기를 보면서 물의 오염을 줄이고자 가치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지구를 돕는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지만 쉽지 않죠. '제품을 오랫동안 착용하는 것이 멋지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과 가방이 많아지길 희망하는 유현지 (@choyuisfine).
패션 산업의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 자체가 지구를 돕는 일이지만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과 가방 등을 브랜드에서 앞장서서 만들었으면 한다. 세월을 견딘 옷이나 가방이 진정한 멋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들로부터 투명성과 소싱 측면에서 무엇을 기대하나?
요즘은 감성비가 아닐까 한다. 똑같은 돈을 소비하더라도 어떤 물건은 내 감성까지 변하게 한다. 단순히 물건만 전달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