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의 음악 3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Lifestyle

다차원의 음악 3

놀랍고 신기한 음악 감상을 선사하는 세 팀.

BAZAAR BY BAZAAR 2021.04.11
 
(왼쪽부터) 장명선이 입은 셔츠는 Teak. 드레스는 Cos. 유민하가 입은 드레스는 Cohn. 김성혜가 입은 셔츠, 드레스는 Studio Ohyukyoung.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부터) 장명선이 입은 셔츠는 Teak. 드레스는 Cos. 유민하가 입은 드레스는 Cohn. 김성혜가 입은 셔츠, 드레스는 Studio Ohyukyoung.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MMOMSET
‘몸셋’이라 하기에 지옥의 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를 떠올렸다. 세 몸이 모인 건 맞으나 비슷한 체구의 동갑내기 셋은 환한 시공간과 정서를 수호하는 천사 쪽에 가깝다. 장명선의 음악은 거미줄 같다. 투명하지만 단단하고 끈끈하다. 페인터 겸 도예가인 김성혜의 작품은 색이 서로를 치고 받는 듯 원시적이다. 애니메이터 유민하는 정교하고 날카롭게 환상을 구축한다. 세 사람은 장명선의 첫 음반 작업을 하면서 만났다. 각기 다른 작업을 하지만 평화와 환희, 순환과 같은 주제를 눈으로 보고 만지게 하거나 들리게 하고자 마음을 한데 모았다. 몸셋의 이름으로 연 첫 전시 «메타 세레나데»는 회화와 크래프트, 애니메이션, 음악이라는 다채로움으로 빼곡히 채운 출사표였다. 휘장처럼 나부끼는 김성혜의 패브릭 작품과 도자기 사이를 미로를 타듯 지치고 나가면 장명선의 청명한 소리가 흐르고 유민하의 지극히 아름다운 가상의 세계가 벽에 퍼졌다. 지난겨울 발표한 프로젝트 〈O〉는 팬데믹 시대에 걸맞은 영상으로 존재하는 공연이었다. 해가 바뀌고 몸셋은 새로운 작업을 준비한다. 감정이나 공간 속에서 방향성을 정한 뒤 작업의 물꼬를 틀 첫 주자를 정해 바통을 이어받으며 달린다. 몸셋은 한 몸이 아니라 특별하다. 셋이서 몸집을 불린 하나가 아닌, 셋의 실루엣이 날카롭게 살아 있어도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신비로운 경험. 아, 그렇다면 몸 하나에 머리가 셋 달린 요괴가 그리 틀린 표현도 아니겠다.  
 
(왼쪽부터) 서경수가 입은 셔츠, 팬츠는 Teak. 최경주가 입은 터틀넥, 티셔츠는 Teak. 이민휘가 입은 셔츠,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왼쪽부터) 서경수가 입은 셔츠, 팬츠는 Teak. 최경주가 입은 터틀넥, 티셔츠는 Teak. 이민휘가 입은 셔츠,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삼승
첫 음반 〈상상도〉의 표지에 세 사람은 소원을 빌며 쌓는 조약돌 탑처럼 얼굴을 포개고 있다. 귀여움도 세 배, 궁금증도 세 배 들었다. 삼승의 구성원은 밴드 만동의 드러머 서경수와 밴드 무키무키만만수를 거쳐 영화·연극 음악을 작곡하는 이민휘, 프린팅 레이블 아티스트 프루프(Artist Proof)를 이끄는 판화가 최경주다. 음악가와 미술가가 만나 각자의 소리와 그림을 뒤섞고 변형시켜 공동의 작업물을 만든다. 점잖은 설명은 이렇고, 지인의 전시 뒤풀이에서 처음 만난 최경주와 이민휘는 막걸리를 마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이민휘가 덜컥 “우린 운명”이라고 말했다. 공연에서 눈여겨보던 드러머 서경수와 셋이 만남을 지속하다 결과물을 내기 위해 삼승을 꾸렸다. 운명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절로 튀어나오고 자주 만나도 즐거운 세 사람은 엄격하기보다 느슨한 취향과 경험을 넘어선 직관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탄탄한 바닥을 깔고 그림이 어떻게 음악으로 발현되는지, 다시금 소리가 어떤 모양으로 변환되는지를 주고받으며 벼르고 발전시킨다. 〈상상도〉의 모든 곡 제목 ‘맞선’ ‘맹점’ ‘울상’ ‘황당한 면’ ‘못 볼 꼴’ ‘빈축’ ‘안 될 각’은 선, 점, 상, 면, 꼴, 축, 각이라는 조형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개념을 두고 음악가와 미술가가 드럼과 피아노, 스케치라는 각자의 도구로 만들어낸 일곱 곡은 꼭 맞는 장르를 찾기 어렵다. 삼승을 감상하는 방법은 여기에 있다. 들리는 대로 추상을 좇아라.  
 
민희와 혜원이 입은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희와 혜원이 입은 의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HAEPAARY
코로나 시대의 한복판에서 탄생한 이 듀오는 해파리라는 이름처럼 유연하다. 보컬과 작사, 작곡을 맡은 민희와 프로듀싱과 작곡, 연주를 맡은 혜원은 한국 고전음악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혜원은 전통 타악기를 연주하는 동시에 전자음악을, 민희는 전통음악을 새로 시도되는 공연 작업으로 펼쳐왔다. 두 음악가는 해파리를 통해 전통음악을 팝의 기능을 가진 청취용 음악으로 환원한다. 어디서 출발했든 음악에는 ‘춤을 추고 노래하는’ 쓰임이 있다. 이들의 첫 싱글인 〈소무-독경〉은 “성군들의 성스러운 무공을 찬양하기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춘다”는 종묘제례악 중 ‘정대업’의 첫 노래를 빌려왔다. 세종이 붙인 노랫말인 “천권아열성 계세소성무 서양무경렬 시용가차무”를 주문처럼 읊조리다 “Therefore, we sing and dance again”이라고 선언한다. 혜인 서의 미래적인 의상을 입고 의식을 치르 듯 과거의 ‘일무’를 추며 엉킨 시류 속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음악의 본질을 새로이 꺼내놓는다. 결성 후 관객 앞에서 직접 연주한 경험이 단 한 번뿐인 이들은 갇힌 시대 속에서 효율적인 존재 방식을 고민하며 웹사이트(haepaary.com)를 열었다. ‘좋아요’라는 일시적인 감각과 무관한 마치 하나의 무대 같은 플랫폼이다. 다른 영역의 작업자와 협업한 결과물은 음악을 듣는 여러 방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곧 열리는 SXSW 페스티벌로 세계의 청자와 만난다. 몇 명이 접속할지 모르는 온라인 페스터벌에서 단언컨대 누구도 해파리 같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 harpersbazaar.co.kr을 통해 세 음악가들의 활동을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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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박의령
    사진/ 이강혁
    헤어 & 메이크업/ 윤혜정
    스타일링/ 김가영
    어시스턴트/ 김형욱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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