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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패션의 선두주자, 영국

패션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영국 패션계는 과연 얼마만큼 ‘친환경 협정’을 실행하고 있으며 패션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하나가 되어 소통, 협업하는 영국에게 배우는 친환경적인 아이디어.

BYBAZAAR2021.04.06
 
엘런 맥아더 재단의 진 캠페인은 60개 이상의 브랜드, 제조사, 직물 공장 등이 참여했다.엘런 맥아더 재단은 진 컬렉션의 순환 캠페인 리포트를 통해 실현 방법과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인류에게 닥친 위기라는 지구의 기후 변화는 현재 어떤 상황일까? 가장 큰 문제는 계속 상승 중인 지구의 온도다. 엘런 맥아더 재단(Ellen MacArthur Foundation)에 따르면 2초마다 트럭 1대 분량의 옷이 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유지하자는 파리협정(2015년 전 세계 1백95개국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실천안을 협의한 중요한 지표)의 목표에 50%도 도달하지 못한다는 예측이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탄소발자국에 빗대자면, 영국의 경우 지난 8월 한 달간 새 옷을 구매한 수치가 지구 6바퀴를 자동차로 도는 것과 동일하다고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이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영국은 오는 11월에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국당사총회(COP26)의 주최국이다. 국가적인 큰 행사를 앞둔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2월, COP26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블랙핑크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블랙핑크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 스스로 기후 변화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지금이 바로 행동해야 할 때다.”라고 화답했다. 또 총리는 주한영국대사를 통해 블링크(BLINK, 블랙핑크 팬클럽)에게 “미래 세대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동참을 독려했다.
 
 
리세일 쇼핑 앱 디팝은 개인 간 쇼핑 트렌드의 새로운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순환 패션 캠페인
엘런 맥아더 재단의 ‘순환 패션’ 캠페인은 2017년 시작되었다. 패션계의 제품 생산량은 증가하는 데 비해 단 1%만이 패션 순환 구조로 되돌아오는 문제에 주목했다. 제품의 사용기한을 최대한 연장시키고 제품 생산에 재투입함으로써 원료 사용과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 주요 쟁점. 더 나아가 렌털, 리세일, 리페어, 리메이크라는 키워드를 장기 계획안으로 제시한다. 버버리, 갭, H&M, 스텔라 매카트니,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 그룹 등이 주요 파트너 사로 공동 참여 중이며 더 많은 브랜드로 퍼져나가고 있다. 또한 재단은 웹사이트를 통해 캠페인 리포트와 실천안을 공개해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한편 영국패션협회 CEO 캐럴라인 러시는 순환 패션의 중심에 있는 소비자를 ‘의식 있는 소비자’라 칭한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는 물론 재고에 의한 쓰레기까지 염두에 두고 쇼핑을 한다”고 강조했다.
 
 
셀프리지 백화점에 등장한 옥스팜 팝업. 베이 가넷이 큐레이팅했다.백화점 윈도와 매장 전체에 걸쳐 대규모로 진행된 셀프리지의 프로젝트 어스 캠페인.온라인을 통해 이어가고 있는 셀프리지의 ‘리셀프리지’ 플랫폼.프로젝트 어스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는 ‘기존의 쇼핑 방식을 바꾸자’는 것.
 
리세일 플랫폼 ‘디팝’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는 기후 변화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영국의 떠오르는 리세일 쇼핑 플랫폼 디팝(Depop)의 서스테이너블 부서장 저스틴 포테리(Justine Porterie)에 의하면 “Z세대 고객 중 열에 아홉은 환경과 사회 문제를 의식하고 있으며 실행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디팝의 2천6백만 명(1백47개국에 걸친)의 이용객 가운데 90% 이상은 26세 미만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쇼핑 앱이 리세일 플랫폼이라는 것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 이를 의식하듯 2022년 지속가능성 실천 목표로 탄소 중립, 순환 패션 시스템, 소기업 멘토링 프로젝트 등 구체적인 안을 올해 초 발표했다. 그 실천안은 패션계 내 지속가능성 행보와 결이 유사하다. 일부는 용어마저 동일한데, 이는 2017년 시작된 엘런 맥아더 재단의 순환 패션 캠페인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디팝의 컬래버레이션은 기존 패션계의 틀을 벗어난다. 예를 들어 반스와 함께 멀티미디어, 포토그래피, 그래피티, 스케이트보드 아티스트들의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다. 그리고 이를 스냅챗을 통한 증강현실로 미리 간접 착용을 체험하게끔 했다. 또 랄프 로렌과의 협업, 리셀러들의 컬렉션을 매장에서 팝업으로 판매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디팝은 또한 앱을 통한 판매 발생 1건마다 프로젝트 개발업체 사우스 폴(South Pole)의 탄소 크레디트를 구매하고 그들의 환경 솔루션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특히 이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 럭셔리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초, 알랙산더 맥퀸은 프랑스의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와 협업해 단골 고객에게 옷장 속 아카이브 컬렉션을 리세일하면 브랜드의 상품권을 지불하는 캠페인을 실행한 바 있다.
 
 
베이 가넷의 권유로 옥스팜 캠페인을 촬영한 고 스텔라 테넌트와 그녀의 딸.야스민 스웰이 윤(Yunn)이 업사이클링한 마틴 마르지엘라 룩을 입고 있다.
 
협업을 통한 혁신적인 기술 개발
“그 누구도 혼자 변화를 이룩할 수 없다. 함께 도모하고 서로에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캐럴라인 러시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작년엔 긍정패션기관(Institute of Positive Fashion, 이하 IPF)을 설립했고 앞으로 대형 리서치 프로젝트와 포럼을 기획 중. IPF의 행보는 2021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11월에 개최되는 COP26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캐럴라인은 패션 미래의 주요 키워드로 ‘혁신’을 언급하면서 기술 혁신 및 개발에 대해 논했다. 현재 옥스퍼드‐케임브리지를 통해 소재 혁신에 대한 박사 과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협회는 이뿐 아니라 흥미로운 기술을 패션과 연결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패션 교육은 이미 각종 단체를 설립해 아바타 쇼핑, 가상과 증강 현실의 실현, 디지털 패션의 미래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투자 및 멘토링을 주도하는 런던 패션 펀드 이사로 활동 중인 제인 셰퍼드슨(Jane Shepherdson)에 의하면 이미 “온라인 미팅 시 샤넬 재킷을 가상으로 착용하는 프로그램이나 게임 산업 속 패션 아이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패션 스타트업 서클 오브 스타일의 론칭을 앞둔 무나 나게(Muna Nageh)는 신경 과학자, 스타일리스트와 손잡았다. 설문 조사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빈티지 제품들을 하나의 박스에 구성해 배송하는 구독 서비스를 구현 중이다. 이미 뷰티 업계에선 히트를 친 선물 박스 서비스는 프랑스 중고 명품 비즈니스 리시(Resee)를 통해서도 진행 중. 여기에 과학적 연구가 더해질 경우 어떤 시너지가 이뤄질지 기대된다. “기성 세대와 다른 마인드를 가진 지금의 패션 학생들은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섰다”고 제인은 전했다.
 
 
빈티지 패션
영국 전역에 퍼진 채러티 숍은 보물창고로 통한다. 패션 스타일리스트이자 ‘중고 패션 여왕’으로 불리는 베이 가넷(Bay Garnett)은 “나는 친구들과 주로 포토벨로 마켓, 옥스팜 같은 채러티 숍에서 쇼핑했다.”며 중고 쇼핑의 팁으로 ‘상상력과 재미’를 꼽았다.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케이트 모스 화보 속 베이가 스타일링한 바나나 패턴의 중고 톱은 그녀의 상상력이 실현된 룩 중 하나다.(당시 클로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피비 파일로는 이를 토대로 2004 S/S 컬렉션을 만들었다.) 작년 셀프리지 백화점은 ‘프로젝트 어스(Project Earth)’ 캠페인을 론칭하며 베이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셀프리지의 제안을 받고 옥스팜 숍(옥스팜에서 기부받은 옷을 판매했다)을 기획한 그녀는 “차별화를 위해 럭셔리 디자이너들이 입점한 3층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3~40 파운드 옷들을 진열했는데 사람들이 무척 좋아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90년대 장 폴 고티에 수트와 오시 클락 드레스, 오리지널 가죽 항공 재킷, 90년대 스포츠웨어 등 베이의 큐레이팅으로 진열된 컬렉션은 빠른 속도로 완판됐고, 매일 재입고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셀프리지 백화점의 바잉 & 머천다이징 총괄 디렉터인 세바스찬 메인즈(Sebastien Manes)는 이 프로젝트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쇼핑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다. 패션의 시각으로 우리는 다채로운 리테일 모델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순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또한 옥스팜은 ‘#중고구입 9월’ 캠페인 슬로건을 통해 베이와 협업하고 있다. 해시태그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한 6만2천 명 중엔 비비안 웨스트우드, 헨리 홀랜드, 고 스텔라 테넌트(2019 첫 캠페인 광고 모델이기도), 릴리 콜, 제이드 재거, 레이첼 와이즈 등 유명인사들도 대거 동참했다. 이들 모두 9월 한 달간 새 제품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옥스팜은 영국 내 5백95개 매장을 통해 연간 약 2천9백만 파운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순익은 가뭄을 겪는 2백만 명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거나 65개국 내 주요 UN 기관들과 함께 위기 대처에 사용되고 있다. 2007년 첫선을 보인 옥스팜 온라인 숍은 2020년 크리스마스 시즌인 9주간 역대 최대 실적 3백40만 파운드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백50만 파운드나 증가한 수치. 판매 1위는 책, 2위는 옷이라고. 한편 셀프리지의 또 다른 프로젝트는 패션 컨설턴트 야스민 스웰이 맡았다. 이름은 ‘리차지 X7’.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패션학과 학생들에게 야스민의 옷장 속 디자이너 컬렉션과 3백 개가 넘는 파트너 사가 증정한 옷을 리폼해달라 요청한 뒤 이를 판매하는 방식. 이들의 착한 행보는 현재 온라인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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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윤혜영
  • 글/ 여인해(Oikonomos Club)
  • 사진 제공 1/ Ellen MacArthur Foundation, Depop
  • 사진 제공 2/ Selfridges, ⓒTom Craig for Oxfam
  • 웹디자이너/ 한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