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통조림에 추억을 담아 드립니다

모두가 그리워하는 코로나 이전 보통의 삶. 그런 우리를 위해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재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아티스트 로런 메리 바넷(Lauren Mary Barnett)과의 인터뷰.

BYBAZAAR2021.02.03
 

비상시 사용하세요 

‘여행’, ‘여름밤의 별빛 가득한 하늘’ 등 당신이 창작한 〈In Case of Emergency〉 시리즈의 캔을 하나하나 보고 크게 공감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고안해냈나?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재난 사태에 사재기 하게 되는 품목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정작 원하는 것들, 예를 들어 소중한 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극장에 가는 것 등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은 미리 저장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없지 않나. 그런 형태를 가시적으로 만들어 나와 같이 일상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가에서 산책하는 강아지 쓰다듬기’ 등 예전엔 당연했지만 지금은 빈번한 록다운 때문에 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을 포함한 리스트를 작성했다. 때로는 주변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따뜻한 허그’는 아내의 아이디어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것들을 캔에 담아 ‘사재기’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주제별로 캔의 디자인도 달랐다. 각자 고유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캔을 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신의 상상력을 공유해달라.
일종의 시공간 이동이 가능한 셈이다. 예를 들어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 캔을 연다면 그 순간 친구 혹은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좋은 시간을 보내고, ‘극장에서 영화 보기’ 캔을 열면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걱정 없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모품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마법은 끝나고 빈 캔만 남겠지. 이 프로젝트를 체험한 이들이 기억과 상상력을 통해 시공간 이동을 경험했기를 바란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모두를 연결하고 감동을 주었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낀다. ‘식료품점에서 여유롭게 장보기’ 캔을 보고 응답한 이들의 규모에 특히나 놀랐다. ‘바다 냄새와 소리’나 ‘여름밤의 별빛 가득한 하늘’ 같은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일상의 소중함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실제로 브루클린의 만화방 데저트 아일랜드(Desert Island)에서 작업물을 선보였다.
대중 앞에서 작품을 공개하다니, 꿈만 같았다. 창문을 통째로 채워야 했는데, 작품들이 일반 캔의 사이즈다 보니 크기가 작지 않나! 그래서 오래된 식료품점 진열장처럼 보이는 디자인을 고안했다. 박스를 활용하여 진열대와 “서늘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언제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등의 홍보 문구를 만들었다. 외로움을 느낄 때는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 캔을, 바다에 가고 싶을 땐 ‘바다 냄새와 소리’ 캔을 연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보라! 이 프로젝트는 3월까지 필라델피아의 갤러리 겸 상점인 파트너스 앤 손(Partners and Son)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공간에 어울리도록 배치를 다르게 할 예정인데, 정말 기대된다.
코로나19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팬데믹 기간에 줌을 통해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족, 친구들과 함께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고 싶다. 큰 파티를 하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여행도 가고.
어두운 시대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비결이 있다면?
이 기간을 겪으며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작년은 모두에게 힘든 해였지만, 우리는 분명 더 단단해져서 이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예술이 전하는 긍정적인 힘을 믿으며 인류애 속에서 서로 의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 더 많은 작품은 그의 홈페이지 www.melikesyou.com와 인스타그램 @laurenmarybarnett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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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사진/ Candice Borden,@laurenmarybarnett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