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강릉에서 마음을 빚고, 인제 산골에서 위로받으며, 고성에서 최북단을 향해 걸어본다. 떠나지 못한 우리들을 위한 최소한의 강원도 힐링 여행.
강릉의 전통주 체험

전통주 체험 공간, 소향

소향

강릉의 정취를 담은 전통주 테이스팅
테이스팅은 그가 고문헌을 재해석해 양조한 전통주들로 이뤄진다. 강릉의 소나무 숲에 매달아 말린 쌀과 고르게 빻은 누룩, 하루 전 한소끔 끓여 식힌 물을 사용한 소향의 술은 빚는 사람, 온도, 발효 방식에 따라 맛과 향, 색이 다르게 변한다. 발효시킨 술에 증류주를 첨가해 만든 과하주는 묽은 요거트처럼 쫀득한 질감에 단맛과 도수가 적다. 반면 김천과하주는 물 없이 떡을 메치어 고되게 만든 약주로 말간 색깔이다. 개인적으로 2019년 9월에 만든 송절증류주가 근사했다. 증류주에 소나무의 새순을 침출 시켜 담근 40도 술로 스위스 아펜첼 지역에서 맛본 스모키한 알프스 위스키와 흡사하다. 운이 좋으면 식초처럼 시큼한 급성주와 순수 증류주, 전주의 모주 등 다양한 술이 곳간에서 나올 것이다. 최 대표는 전국의 전통주를 쫓아 고문헌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술을 익혔으며, 여전히 배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완성한 전통주
마무리는 식힌 쌀에 누룩을 부어 술을 빚는 시간이다. 소향은 몸의 감각과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마음을 빚는 자세로 술을 빚으라’는 최소연 대표의 말은 그래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빚은 쌀을 열탕 소독한 유리그릇에 담는 일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온전하게 지키는 체험 양조장은 드물다. 면보를 뚜껑에 덮어 노란 고무줄로 엮는 갈무리까지 허투루 처리하는 것 없이 정성스럽다. 최 대표가 술 빚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 위에 연꽃이 내려앉듯 손바닥을 사뿐하게 올려 지극하게 누른다.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따른 몸의 패턴대로 저마다 다른 공기가 차오르고, 다른 맛이 완성될 것이다. 이토록 충만하게 소향의 시간이 익어간다.
Instagram @sohyang_lab_u
Don’t Miss 대관령 옛길 걷기
어흘리 마을회관을 지나 삼포암길로 들어서면 대관령옛길인 바우길2구간과 만난다. 대관령박물관에서 대관령마을휴게소까지 총 8.5km의 길이다. 마을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부터 옛길의 환상적인 숲과 느린 시간을 마주한다.
인제의 산촌 구경

냇강마을

진화중인 냇강마을의 전경
금강산 줄기의 대암산 벼랑이 기세등등하게 마을을 감싸고, 꽁꽁 언 냇강에는 말간 물 흐르는 소리가 쾌청하다. 반대편 태등사에서 내려다보면 부처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하니 비범한 기운마저 흐른다.

들꽃사랑센터에서 마신 꽃차.
방문자 센터인 들꽃사랑센터에서 냇강마을 주민이 만든 꽃차를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영롱한 빛깔의 아마란스와 마리골드, 그리고 해발 900m 대암산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금계국 꽃차까지 유명 브랜드와 그 맛을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냇강마을은 사계절 내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20명부터 신청할 수 있다. 코로나로 여행의 속성이 바뀐 만큼, 프라이빗 체험도 기대해 본다. “한여름에는 꽃이 지천입니다. 연못엔 목련과 홍련, 부들이 깔리고 블루베리를 심은 1만 평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죠. 자유롭게 수확하고, 그만큼의 값을 지급하면 됩니다. 체험을 굳이 하지 않아도 원하는 대로 놀다 가세요.” 마을 입구에 심은 자작나무 길을 걷고, 찔레나무와 쥐똥나무 열매를 채집하고 너럭바위에 앉아 꽃차 놀이하며 마을을 어슬렁거리자. 냇강 어디에서 포즈를 취해도 근사한 풍경 샷을 내어 준다.
Don’t Miss 산촌황토펜션에서 살아보기
한적한 냇강의 겨울은 아궁이에 불 때고 밤 굽는 강원도 산골을 체험하기 좋은 계절이다. 산촌황토펜션은 숯 벽에 황토를 발라 지은 단독채 숙소로 산촌에서 살아 보는 환상을 채워준다. 냇강마을 꽃차를 시음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 동반 숙박이 가능하다.
Instagram @loessension
고성의 비대면 걷기

해발 122m의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화진포
응봉에 도착하면 화진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짙푸른 화진포는 호수라기엔 거대한 바다의 한 면을 닮았다. 북쪽 땅 금강산의 비로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거북 모양을 닮았다는 금구도가 보인다. 금구도에는 광개토왕의 유해가 있다는 말이 들리지만,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응봉에서 화진포의 성으로 하산하는 길에 종종 군사기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만난다. 고성 여행을 안내한 강원피스투어의 이기찬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동해안 최북단 바닷가라 철조망이 자주 눈에 띈다.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화진포다.
길을 걸으며 여행가이자 역사가인 리베카 솔닛의 문장을 떠올렸다. ‘어딘가로 가고 있을 때는 시간이 버려진다는 느낌보다는 시간이 채워진다는 느낌, 시간의 흐름이 공간의 리듬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화진포의 길이 그러하다.
Don’t Miss 청진호횟집의 한 끼

청진호횟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