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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힐링'이 가능한 강원도 힐링스팟 #진주의바깥생활

강릉에서 마음을 빚고, 인제 산골에서 위로받으며, 고성에서 최북단을 향해 걸어본다.

BYBAZAAR2020.12.31
#진주의바깥생활
Ep.7 강릉에서 마음을 빚고, 인제 산골에서 위로받으며, 고성에서 최북단을 향해 걸어본다. 떠나지 못한 우리들을 위한 최소한의 강원도 힐링 여행.
 
 
 
 

강릉의 전통주 체험

들을리@소향 
전통주 체험 공간, 소향

전통주 체험 공간, 소향

남대천에서 뻗은 하천이 흐르고 대관령 지맥의 능선이 감싸는 가상의 숲속 마을, 들을리에 소향이 있다. 이방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전통주를 빚고 환대하는 공간이다.

 
소향

소향

 대표 프로그램으로 치유 프로그램 ‘숨고르기’와 ‘술빚기’가 있고, 강릉 전통주 체험에 동행하기로 한다. 참여자는 호스트가 제철 식자재로 요리한 식탁을 경험하고, 술을 테이스팅한 다음 직접 술을 빚는 시간을 따라간다. 소향의 워크룸이 한겨울의 날 선 추위에도 막 요리한 채소 요리들의 온기로 채워진다. 아름답게 플레이팅한 알록달록 채소 메뉴에 톳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다. 채식 만찬이 끝날 무렵, 테이스팅 술들이 식탁에 나란히 오른다. 옆에서 최 대표의 동생인 최은수 씨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강릉의 정취를 담은 전통주 테이스팅

강릉의 정취를 담은 전통주 테이스팅

 
 
테이스팅은 그가 고문헌을 재해석해 양조한 전통주들로 이뤄진다. 강릉의 소나무 숲에 매달아 말린 쌀과 고르게 빻은 누룩, 하루 전 한소끔 끓여 식힌 물을 사용한 소향의 술은 빚는 사람, 온도, 발효 방식에 따라 맛과 향, 색이 다르게 변한다. 발효시킨 술에 증류주를 첨가해 만든 과하주는 묽은 요거트처럼 쫀득한 질감에 단맛과 도수가 적다. 반면 김천과하주는 물 없이 떡을 메치어 고되게 만든 약주로 말간 색깔이다. 개인적으로 2019년 9월에 만든 송절증류주가 근사했다. 증류주에 소나무의 새순을 침출 시켜 담근 40도 술로 스위스 아펜첼 지역에서 맛본 스모키한 알프스 위스키와 흡사하다. 운이 좋으면 식초처럼 시큼한 급성주와 순수 증류주, 전주의 모주 등 다양한 술이 곳간에서 나올 것이다. 최 대표는 전국의 전통주를 쫓아 고문헌을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술을 익혔으며, 여전히 배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완성한 전통주

완성한 전통주

 
마무리는 식힌 쌀에 누룩을 부어 술을 빚는 시간이다. 소향은 몸의 감각과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마음을 빚는 자세로 술을 빚으라’는 최소연 대표의 말은 그래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빚은 쌀을 열탕 소독한 유리그릇에 담는 일은 당연한 과정이지만, 온전하게 지키는 체험 양조장은 드물다. 면보를 뚜껑에 덮어 노란 고무줄로 엮는 갈무리까지 허투루 처리하는 것 없이 정성스럽다. 최 대표가 술 빚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 위에 연꽃이 내려앉듯 손바닥을 사뿐하게 올려 지극하게 누른다. 소중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개인의 기억과 경험에 따른 몸의 패턴대로 저마다 다른 공기가 차오르고, 다른 맛이 완성될 것이다. 이토록 충만하게 소향의 시간이 익어간다.
Instagram @sohyang_lab_u

 

Don’t Miss 대관령 옛길 걷기
어흘리 마을회관을 지나 삼포암길로 들어서면 대관령옛길인 바우길2구간과 만난다. 대관령박물관에서 대관령마을휴게소까지 총 8.5km의 길이다. 마을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점부터 옛길의 환상적인 숲과 느린 시간을 마주한다.
 

인제의 산촌 구경

냇강마을
냇강마을

냇강마을

한국전쟁 이후 줄곧 소외된 땅이던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 초다. 사람들은 2003년 이곳을 냇강마을이라 이름 짓고, 대암산 능선에 1호, 2호 터를 잡아 마을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냇강마을이라 불리기까지 20년이 걸렸다. “폐허된 땅이 마을을 이루는 데 1백 년이 걸립니다. 냇강마을은 여전히 진화 중이에요.” 냇강마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수홍 대표가 마을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진화중인 냇강마을의 전경

진화중인 냇강마을의 전경

 
금강산 줄기의 대암산 벼랑이 기세등등하게 마을을 감싸고, 꽁꽁 언 냇강에는 말간 물 흐르는 소리가 쾌청하다. 반대편 태등사에서 내려다보면 부처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하니 비범한 기운마저 흐른다.
 
들꽃사랑센터에서 마신 꽃차.

들꽃사랑센터에서 마신 꽃차.

 
방문자 센터인 들꽃사랑센터에서 냇강마을 주민이 만든 꽃차를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영롱한 빛깔의 아마란스와 마리골드, 그리고 해발 900m 대암산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금계국 꽃차까지 유명 브랜드와 그 맛을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냇강마을은 사계절 내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대부분 20명부터 신청할 수 있다. 코로나로 여행의 속성이 바뀐 만큼, 프라이빗 체험도 기대해 본다. “한여름에는 꽃이 지천입니다. 연못엔 목련과 홍련, 부들이 깔리고 블루베리를 심은 1만 평은 모두에게 열린 곳이죠. 자유롭게 수확하고, 그만큼의 값을 지급하면 됩니다. 체험을 굳이 하지 않아도 원하는 대로 놀다 가세요.” 마을 입구에 심은 자작나무 길을 걷고, 찔레나무와 쥐똥나무 열매를 채집하고 너럭바위에 앉아 꽃차 놀이하며 마을을 어슬렁거리자. 냇강 어디에서 포즈를 취해도 근사한 풍경 샷을 내어 준다.
 
 
Don’t Miss 산촌황토펜션에서 살아보기
한적한 냇강의 겨울은 아궁이에 불 때고 밤 굽는 강원도 산골을 체험하기 좋은 계절이다. 산촌황토펜션은 숯 벽에 황토를 발라 지은 단독채 숙소로 산촌에서 살아 보는 환상을 채워준다. 냇강마을 꽃차를 시음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 동반 숙박이 가능하다.
Instagram @loessension
 
 

고성의 비대면 걷기

화진포 솔숲의 호사
해발 122m의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해발 122m의 응봉에서 바라본 화진포

동해안 최북단 바닷가에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거대 호수가 있다. 16km 둘레에 면적만 72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자연 석호, 화진포다. 바다와 격리된 호수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에는 이야기를 품은 공간들이 숨어 있다. 화진포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발 122m의 응봉으로 가야 한다. 거진항에서 화진포의 성을 잇는 대표 숲길은 4.7km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본격적으로 송림을 걷고자 한다면 화진포 해맞이교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다. 화진포 소나무숲은 오르막길이 적고 수려한 소나무로 빼곡해 그야말로 숲에 취하는 길과 같다.
화진포

화진포

 
응봉에 도착하면 화진포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짙푸른 화진포는 호수라기엔 거대한 바다의 한 면을 닮았다. 북쪽 땅 금강산의 비로봉 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거북 모양을 닮았다는 금구도가 보인다. 금구도에는 광개토왕의 유해가 있다는 말이 들리지만, 정확히 아는 이는 없다. 응봉에서 화진포의 성으로 하산하는 길에 종종 군사기지를 알리는 경고문을 만난다. 고성 여행을 안내한 강원피스투어의 이기찬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동해안 최북단 바닷가라 철조망이 자주 눈에 띈다.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화진포다.

동해안 최북단 바닷가라 철조망이 자주 눈에 띈다. 해안 경계 철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화진포다.

지금이야 첨단 장비로 북방한계선 확인이 가능하지만, 1960~1970년대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어획 활동을 하던 강원도 어부들이 납북되는 일이 잦았고,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후에도 간첩으로 몰리곤 했다. “납북 어부 3,700명 중 1,700명이 동해안 사람입니다. 그중 500명은 여전히 소환되지 못하고 있죠. 간첩으로 몰려 유죄를 받은 생존자 대부분의 재심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요. 아름다운 풍경 너머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슬픈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이 대표의 말처럼 화진포에는 기억해야 할 것이 많다. 화진포의 성도 그중 하나. 회색 돌로 지은 원통형 2층 건물은 ‘김일성의 별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1930년대에 선교사로 활동하던 캐나다 출신의 셔우드 홀(Sherwood Hall) 박사가 독일인 건축가 베버(H. Weber)에게 의뢰해 지은 건축물로서의 의미가 훨씬 크다. 셔우드 홀은 그의 부모부터 2대에 걸쳐 조선에 병원, 학교, 교회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큰 업적을 남겼다. 특히 1932년에 결핵 치료를 위해 한국 최초로 크리스마스 씰을 발행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길을 걸으며 여행가이자 역사가인 리베카 솔닛의 문장을 떠올렸다. ‘어딘가로 가고 있을 때는 시간이 버려진다는 느낌보다는 시간이 채워진다는 느낌, 시간의 흐름이 공간의 리듬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화진포의 길이 그러하다.


Don’t Miss 청진호횟집의 한 끼
청진호횟집

청진호횟집

탈북자 잠수부 박명호 씨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식사를 해결하자. 박 씨는 머구리라 부르는 잠수복과 신발, 납추 그리고 거대한 투구까지 혼자서는 착용하기도 어려운 수십 킬로그램의 장비를 입고 수심 40m에서 2~3시간 동안 해산물을 잡아 올린다. 그러니 맛이 없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올드 마린보이〉에서도 볼 수 있다. 삶이 영화인 박명호 씨를 붙잡고 한참 이야기를 듣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