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촬영장에 들어서는 곽선영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오디션 영상에서 본 것처럼 다나까 말투를 사용했다. 차근하고 시원스럽기도 한 말투가 그대로였다. “아 내가 정말 그렇구나. 사실 몰랐어요. 낯을 많이 가려요. 어색하거나 낯선 분위기를 이기려고 나도 모르게 그러나 봐요. 저도 그 영상을 봤거든요. 왜 저렇게까지 했을까 싶었는데 오늘도….(웃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은지를 확인하게 했다. 낯선 이름이 익숙한 이름이 되기까지 많은 지면에서 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잔잔한 한 사람. 13년 동안 줄곧 무대에 선 곽선영은 드라마를 마치자마자 바로 연극 〈렁스〉에 섰다. “둘이서 끊임없이 대화하는 2인극이어서 원 없이 연기했어요. 다 쏟아내고 잘 쉬었고요.” 벌써 〈슬기로운 의사생활 2〉 촬영이 다가오고 있다.
익순은 강인하고 유머도 있고 쿨하다. 피를 철철 흘리며 입원한 병상에서 손으로 비둘기를 만들어 날리고, 개그의 화신 조정석이 연기하는 오빠 익준과 랩 배틀을 뜬다. 간직할 만한 사진을 보내달라는 연인에게 위장 크림을 바르고 기합을 넣은 채 찍은 사진을 보낸다. 사람을 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조심스러움을 타고난 본체 곽선영은 익순의 몸에 배어 있는 ‘웃김’을 글로 배웠다. “대본에 충실했어요. 웃기려고 하지 않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 이미 설정되어 있었어요. 비둘기 장면은 제 첫 촬영이었는데 NG 한번 안 내고 끝냈어요.(웃음) 익순이한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일 테니까 몸에 착 붙여둬야 했죠.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웃기고 망가지는 것 또한 역할의 일부라고 여기는 곽선영은 대본을 봤을 때 그 인물의 목표나 사연이 명확한 것을 고르려고 한다. 과거가 지금으로 이어져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니까. 뭘 하고 싶어하는지,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과거나 사연을 담아 연기로 펼친다. 방송을 시작한 지난 2년 동안 성폭행 피해자, 츤데레 비서, 워킹맘, 육군 소령을 연기하며 작품마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다른 인상을 남긴 이유이자 힘이다.
블레이저, 팬츠는 Cos. 귀고리는 Engbrox. 스니커즈는 Nike.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살짝 들여다볼 그 흔한 인스타그램도 없다. “필요성을 못 느껴요. 그냥 집이 좋아요. 집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너무 바빠요!(웃음) 일어나자마자 수십 개의 화분에 물을 줘야 해요. 최근에는 프랑스 자수를 시작해서 컵받침을 만들어 주변에 선물해요. 혼자 사부작거리면서 소근육 쓰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책도 많이 읽어요. 최근에 읽은 니체의 〈인생론〉은 최고예요.” 중요한 것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고 맘껏 기뻐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 2020년을 꿰뚫어보는 것 같다는 곽선영의 올해는 충분한 기쁨과 행복이 가득 차 있었을 거라 믿는다.
셔츠는 Dior. 데님 팬츠, 골드 뱅글, 롱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