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래퍼 김심야는 왜 호랑이 타투를 했을까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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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래퍼 김심야는 왜 호랑이 타투를 했을까

높이 있기보단 멀리 가고 싶다. 쌓아가는 게 아니라 나아가고 싶다. 래퍼 김심야는 위태로운 한국의 힙합 신에서 싸우듯이 전진하고 있다.

BAZAAR BY BAZAAR 2020.10.17
재킷은 Bottega Veneta.

재킷은 Bottega Veneta.

다리에 그려진 호랑이 타투에 특별한 사연이 있지 않나? 
누가 그러는데, 내가 피를 흘리며 고독하게 죽는 호랑이 사주라고 하더라고. 그 말이 기억에 남아서 새겼다. 실제로 한국 힙합 신에서 늘 고독함을 느껴왔으니까.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이번에 나온 첫 솔로 싱글 〈Forgotten〉에선 고독을 넘어서 체념의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던데. 
나야 평상시의 마음으로 쓴 가사인데 프로듀서도 그렇게 느꼈더라. 그래서 편곡 과정에서 비트가 바뀌기도 했고. 〈Second Language〉 이후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중에선 내 성격을 바꾸는 계기가 된 일도 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말을 고른 건데 그게 남들에겐 슬프게 들리는 것 같다.
어떤 사건인가? 
경제적인 문제도 있었고. 과연 이렇게 음악을 해서 처음에 원했던 것들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 가질 수 없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음 한쪽에선 거부해왔던 것도 같다. 행동은 대중가수처럼 하지 않지만 대중가수만큼의 부와 명예를 원했다면, 지금 내가 얻은 것들은 무엇인가. 그렇게 얻은 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서 앞으로 나갈 것인가.
‘Moonshine’에 “난 곡 하나 터지면 그걸로 평생 먹고사는 줄 알았거든”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지금은 거기서 좀 더 차분해지고 다듬어진 것 같다. 모순이라는 것을 깨닫고 목표를 바꾼 거다. 웃긴 얘기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상태를 원한다.
김심야는 한국에서 품위를 지키는 몇 안 되는 래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회사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고독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야 하는 만큼 인정하지 않는다’에서 왔다면 지금은 그런 건 없다. 지금은 ‘이제 여기에 나만 남아 있는 건가?’에서 오는 고독이다.
일종의 위기의식 같은데. 
같은 목표로 달려가던 주변 사람들도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이제 나도 20대 중반이고, 음악적으로는 이룬 게 많다면 많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경제적으론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이루진 못했고. ‘어쩌면 내가 객기를 부리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셔츠, 베스트,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Prada. 선글라스는 Moscot.

셔츠, 베스트,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Prada. 선글라스는 Moscot.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어도 포기하지 않는 어떤 지점들이 품위를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나. 
죽어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있다. 〈쇼 미 더 머니〉라든가.(웃음) 죽어도 같이 작업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음악적인 차이 때문인가? 
생각이나 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력에 대한 선입견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어떤 음악이 어색하거나 완성도가 낮다고 해서 같이 작업하기 싫어지는 건 아니고, 완벽히 세공된 음악이라고 해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의 사상, 그 사람의 스타일, 그 사람의 음악 이 3박자가 맞는가. 이게 가장 중요하다.
‘Forgotten’에서 “우린 한 배에 탐 / 만약 물결을 거슬러 위로 / 간다면 그것은 우리의 노력과는 무관해”라고 말한다. 김심야와 한 배에 타는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 힙합 신 전체를 말한 것이다. 요즘 나는 이 신이 정말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른 유행이 오면, 힙합이란 장르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이 상황에서 그대로 쓸려 사라지는 거다. 우리끼리 더이상 편 가르기 할 시간이 어디 있나, 몇 년 이내로 그냥 망할지도 모르는데. ‘한 배에 탐’이라고 쓴 건, 사실 그 배에 아무도 안 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가 그 배에 올라탔고, “알겠으니까 일단 타자!”라고 말하는 거다. 그런 마음으로 쓴 가사다.
의외다. 김심야의 ‘우리’는 훨씬 내밀하고 사적인 범위일 거라 예상했다. 
원래는 그랬다. 좀 계산적으로 생각한 것 같기도 하고. 결국엔 이 신의 모두가 잘되는 것이 내가 잘되는 길일 테니까.
한국 힙합이 망할 것 같다는 전조증상을 어디서 느꼈나? 
신인들과 작업하고 싶어서 엄청 찾았는데 결론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찾았다. 도전적이지 않고, 다 제2의 누구다. 진짜 자기를 표현하는 척이라도 하는 사람을 몇 명 못 봤다. 그런 부분에서 시장 전체의 위기를 느낀다. 죄다 복제품이면 이제는 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본인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당신과 협업하고 싶어하는 래퍼는 많을 텐데. 
그런가. 내 주변에 힙합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 소문은 못 들었다.
다른 래퍼들과 거리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학생 시절보다 한국에 오고 나서 창의력이 떨어졌다는 걸 체감한다. 한국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까지 하면 아예 다 사라지게 될까봐 무서워서 그랬다. 물론, 초반에는 그냥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블레이저는 Millin. 비니는 Fredperry. 선글라스는 Moscot.

블레이저는 Millin. 비니는 Fredperry. 선글라스는 Moscot.

〈Forgotten〉 이후로 순차적으로 몇 장의 앨범이 더 나온다던데. 
그중 가장 최근에 만든 앨범이 10월 중순에 먼저 나올 거다. 이 앨범은 목표가 분명하다. 나이나 시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곧 군대에 가고 2년 좀 안 되는 공백기 동안 이 앨범으로 세월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역대 가장 대중적인 곡이 될 거라고 하던데. 
한 배라고 쳤을 때, 〈쇼 미 더 머니〉가 좀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힙합에 관심을 갖게 한 것은 맞다. 시장은 〈쇼 미 더 머니〉가 키웠지만 나는 혼자 멋있는 거 해야지 이런 건 좀 찌질한 것 같고. 힙합 팬 말고 평범한 대중들을 힙합 신으로 초대해보자는 생각이 있다. 음악을 만들 때 항상 염두에 두는 부분이다. 대중과 대화하고 싶다.
지금까지 대중성에 대한 예측은 적중했나? 
뭐… 다 틀렸지.(웃음)
“저스디스가 가장 앞서가는 래퍼라면 김심야는 가장 높이 있는 래퍼다”라는 한 힙합 팬의 코멘트가 인상 깊었다. 높이 있고 싶은가, 멀리 가고 싶은가? 
멀리 가고 싶다. XXX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그런 음악을 시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음악 자체보다는 그 음악을 왜 냈고, 어떻게 냈는지 그런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니까’ ‘이걸 하면 좋아하겠지?’ 같은 생각으로 창작을 하진 않는다. 그냥 지금 나는 ‘이걸’ 표현하고 싶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높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쌓아가고 있다기보다는 나아가고 있다.
은퇴에 대해서 생각한 적 있나? 
일단 은퇴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 상태를 찾아야 될 것 같다. 나는 은퇴가 욕구에서 온다고 믿는다. 부나 명예 같은 목표를 버리면 굳이 은퇴할 필요가 없다. 습관처럼, 생활처럼 하면 되는 거니까. 어렸을 땐 일찍 은퇴하고 싶었다. 김심야는 정점에서 사라지고, 나는 어딘가에 취업을 해서 아트 디렉터로 일한다거나. 지금은 이게 더 리얼하지 못한 생각이란 걸 안다.
김심야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벌스는 무엇인가? 
기억이 안 난다. 내 가사를 달달 외우는 편이 아니라서. 대신 최근에 감명 깊었던 대사가 하나 있다. 드라마 〈안투라지〉에서 주인공인 아리골드가 “나는 매춘부일 수는 있어도, 포주는 아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아리골드가 계약하고 싶은 게이 작가가 있었고 아리골드의 어시스턴트가 게이였다. 작가가 아리골드의 어시스턴트와 하룻밤을 보내면 계약을 하겠다고 말해서 아리골드는 그에게 어시스턴트를 보냈다가 후회하며 다시 어시스턴트를 끌고 나온다. 그때 외치는 대사다. 한국 시장에서 영혼을 팔고 있다고 느껴지는 사람들, 그들 중에도 멋있는 사람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그래도 한국 시장은… 여전히 쓰레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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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안나
    사진/ 윤송이
    스타일리스트/ 윤지빈
    헤어 & 메이크업/ 이인선
    어시스턴트/ 김형욱,김지영,노영우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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