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삼광빌라!> 진기주는 XXX콤플렉스가 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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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삼광빌라!> 진기주는 XXX콤플렉스가 있다?

남들보다 조금 돌아온 길이지만 조급하지 않다. 본인만의 페이스로 묵묵히 걸을 뿐. 나아가는 원동력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BAZAAR BY BAZAAR 2020.10.13
 

SLOW

 but

STEADY

주연을 맡은 〈오! 삼광빌라!〉가 9월 중 첫 방송 되네요. 
사실 마음 편히 모니터링하는 스타일은 아니긴 한데.(웃음) 그래도 주먹 불끈 쥐고 꾹 참고 봐야죠.
이번에 연기하는 이빛채운은 “인테리어 숍 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텍스타일 디자이너라는 꿈을 갖고 있다”죠. 대기업 사원에서 기자를 거쳐 배우가 된 진기주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20대 때는 하고 싶은 걸 빨리 찾아야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해서 진로 탐색에 몰두해 있었죠. 다행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 사실에 감사해요.
 
니트 톱, 드레스는 Prada. 반지는 Portrait Report.

니트 톱, 드레스는 Prada. 반지는 Portrait Report.

대기업 사원이라는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해서 가능했던 걸까요? 
제 좌우명이 ‘Trust yourself’예요. 자기확신까지는 아니지만, 뭔가를 할 때 “할 수 있어, 잘할 수 있어.”라고 계속 주문을 거는 편이에요. 100만큼 노력했다면 아무리 못해도 1이라도 얻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잖아요. 열심히 했을 땐 반드시 얻는 게 있다고 믿어요.
연기를 통해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은 어때요? 
처음엔 잘 몰랐는데, 작품의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성격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저에게 영향을 끼친달까. 채운이가 되게 씩씩한 친구예요. 그런데 저는 씩씩하고 싶은 것이지, 씩씩한 편은 아니거든요. 집에서도 저한테 목소리 좀 키워서 말하라 하는데, 채운이를 맡고 나서는 배에 힘 주고 큰 소리로 말하게 되더라고요. 캐릭터의 삶보다는 그 자체의 에너지와 감정선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맡은 역할이 슬픈 일을 겪으면 꿈도 꾸고 잠꼬대도 많이 하곤 해요.
 
드레스, 부츠는 Ports 1961. 귀고리는 Doigte

드레스, 부츠는 Ports 1961. 귀고리는 Doigte

사람들에게 진기주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얼굴과 출연작을 보면 “아, 그 배우!” 하고 납득하곤 해요. 진기주라는 사람 자체보다 맡은 역할로 기억되는 것이 서운하지는 않나요? 
전혀요. 대본 리딩 때 전인화 선배님이 “너 〈미스티〉에서 못되고 얄미웠던 애가~” 이러셨어요.(웃음) 그렇게 기억되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감사해요.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제가 완성되겠죠? 이게 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내향적인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도 내향적이라 그런지 사람들 앞에 서는게 어렵던데, 그래서 그럴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요. 사람 진기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2년 전 〈런닝맨〉에 출연한 적 있어요. 구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 춤추는 타이밍에 지석진 선배님이 나가라고 밀어주셨거든요. 저는 손사래 치면서 안 나가고.(웃음) 그 모습이 화면에 잡혔는데 친구들이 예능 출연해서, 심지어 다른 사람이 떠밀어주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냐고 뭐라 하더라고요. 사람 진기주로는 뭘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한 번도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현장에선 제가 아닌 캐릭터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코트, 부츠는 Mulberry. 목걸이는 Doigte.

코트, 부츠는 Mulberry. 목걸이는 Doigte.

영화 〈미드나이트〉(가제)도 촬영을 마쳤죠. 청각장애인 경미를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학원에서 수어를 배웠어요. 첫 수업 날 시나리오에 있는 수어를 다 외웠어요. 그 후에 연기를 하다 보면 대본에 있는 말에 외에 추가할 사항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수업도 청강했어요. 한두 단어라도 더 배워두면 애드리브가 필요할 때 할 수 있으니까요.
〈미드나이트〉의 어떤 면에 끌려서 출연하게 되었나요? 
사실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특히 범죄형 스릴러를 잘 못 봐서 처음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어요. 경미 캐릭터는 너무 좋은데, 장르 자체가 범죄 스릴러이다 보니. 그런데 어쩌다 미팅 자리까지 가게 되었고, 출연을 확정 지은 후엔 스릴러 영화들을 하나둘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보면서 스트레스 받진 않았나요? 
많이 받았죠.(웃음) 그래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고 봤어요. 처음 볼 때는 눈 감고 보고, 다시 볼 때는 어느 순간에 무서운 장면이 나오는지 알기 때문에 눈 뜨고 보기도 하고. 몇 번 보다 보니 재미있어졌어요. 이젠 예전처럼 거부하지는 않아요. 궁금하고 호기심이 생긴달까. 새로운 장르에 눈을 뜨게 되어서 좋아요.
하기 어려운 장르를 거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 장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대본에 없는 수어까지 배우신 거네요? 
모범생 콤플렉스가 있어서 그래요.(웃음) 예전에 어떤 감독님이 저한테 모범생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 하시더라고요. 조금 내려놓고 대충 해도 된다는 뜻으로 말을 하셨던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스릴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장르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고 연기하는 것은 너무 양심 없잖아요. 스릴러의 호흡을 알아야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요.
모범생 콤플렉스는 어쩌다 생겼을까요? 
초등학생 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제가 학생이었던 만큼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점수가 잘 나오고 칭찬을 받다 보니 내려갈 수가 없었어요. 어릴 때의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모범생 콤플렉스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완벽해지려고 자신을 밀어붙이는 게 힘들진 않나요? 
병원을 많이 다니죠. 위장약도 많이 먹고. 그런데 그렇게 해도 완벽하지는 않네요.
그러고 보니 오늘도 촬영 전 진통제를 먹었죠. 오히려 조금은 내려놓는 게 마음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 들어가면 내려놓기 시작했어요. 제 생각만 가득 채워서 가는 게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현장 상황은 제가 예측한 것과 다르기도 하니까, 머릿속을 약간 비워내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감독님이 저를 더 채워 주실 수 있기도 하고요.
 
니트 톱은 Wnderkammer. 팬츠는 Nuovmaree. 체인 목걸이는 Flan. 앵클부츠는 Rachel cox.

니트 톱은 Wnderkammer. 팬츠는 Nuovmaree. 체인 목걸이는 Flan. 앵클부츠는 Rachel cox.

진기주의 20대는 도전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음…. 도전하는 삶은 절대 아니었어요. 오히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도전을 했다면 성취감을 느꼈어야 하는데, 그렇게 느끼진 못했거든요. ‘뭘 하고 싶은 걸까, 뭘 하면 10년뒤에도 행복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언가 이루고 싶어서 도전했던 것은 아니에요.
진로에 대한 고민은 끝났다고 봐도 될까요? 
직업에 대한 고민은 20대 때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죠.
그럼 40대엔 어떤 고민을 할까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더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처음에는 그럴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엔 다른 선배님들은 큰 고민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워낙 베테랑이고, 누구나 아는 스타니까 내가 하는 고민은 안 하시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선배님들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처음 시작할 때의 현장이 마냥 즐거웠다면, 지금은 두려움도 같이 쌓이곤 해요. 이제 조금은 선배님들이 가지고 계셨던 무게를 알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셨죠. 출연한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했고요. 지금까지의 배우로서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엔 만족해요. 다만 실력에는 만족하지 않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언제 만족할 수 있을까요? 죽기 전에는 만족할 수 있을까? (웃음)
 
드레스는 Lee.y Lee.y. 위쪽 팔찌는 Doigte. 아래쪽 팔찌는 Portrait Report.

드레스는 Lee.y Lee.y. 위쪽 팔찌는 Doigte. 아래쪽 팔찌는 Portrait Report.

꿈을 이룬 진기주를 보고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 할지 몰라도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과 꿈을 향한 열정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혹시 지금 방황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메시지도 많이 받는데, 답장을 써내려가다가도 결국엔 지우게 돼요. 그 고민의 무게를 저도 알기 때문에 쉽게 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뭐라 말을 하기 어려워요. 정말 좋은 답을 해주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답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내가 그걸 겪어보았다고 해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겪어보았기 때문에 그 고민의 무게가 무겁다는 것을 더 잘 알기도 하고. 결국 결정을 내릴 때 제가 기준에 둔 생각은 ‘무엇을 선택했을 때 덜 후회할까?’였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무언가 이루려고 했을 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직장을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 아니면 ‘그만두지 말걸’ 하는 후회가 더 클지. 후회는 하겠지만 그나마 후회가 적은 편을 선택하라는 게 제 나름의 가이드라인이에요.
그리고 그 선택이 맞았던 거네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메시지가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거든요. 그러다 보니 홍보를 다닐 때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곤 했어요. 도전하고, 열심히 살아야만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라 생각해요. 누가 됐든 간에 그런 강박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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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문혜준
    사진/ 채대한
    패션 에디터/ 윤혜영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정수연
    어시스턴트/ 이지은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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