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제니 홀저가 코로나 시대를 보내는 방법

언제나 시대를 앞서는 아티스트 제니 홀저. 그가 지금까지 진행한 수많은 프로젝트는 오늘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던 시절마저 제겐 끔찍했어요. 이 끔찍한 시대가 바로 제게 맞는 시대죠.”

BYBAZAAR2020.10.12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족과 함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격리 중인 제니 홀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족과 함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격리 중인 제니 홀저.

성범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된 인물로 알려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리틀 블랙 북’에 격노하여 제작 중인 작품 〈Trump & Epstein〉 앞에서 잠든 홀저. 역시 진행 중인 작품 〈Wexner - Abigail Plantation〉이 우측 상단에 놓여 있다.

성범죄자이자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된 인물로 알려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리틀 블랙 북’에 격노하여 제작 중인 작품 〈Trump & Epstein〉 앞에서 잠든 홀저. 역시 진행 중인 작품 〈Wexner - Abigail Plantation〉이 우측 상단에 놓여 있다.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의 죽음으로 인종차별 철폐운동이 시작되고, 미국 전역의 시위대 진압을 위한 군대식 경찰이 파견되기 전인 지난 2월, 제니 홀저(Jenny Holzer)를 브루클린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엔 투명한 플라스틱 시트가 바닥에 늘어져 있었고, 피처럼 붉은 수채화가 벽에 기대어져 있었다. 그 광경이 범죄 현장처럼 보인다고 말하자 “도축장처럼 보이기도 하죠.”라며 그가 맞받아쳤다.

홀저는 정부의 기밀문서에 자신의 목소리와 진홍빛 웅덩이를 조심스럽게 더한 수채화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 시리즈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의 ‘리틀 블랙 북(little black book)’에서 착안하여 만들었다. “정말 혐오스러운 남자예요. 대통령은 최근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엡스타인의 공범 혐의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지인으로 알려져 있는 기슬레인 맥스웰 말이다. “두 번이나요.”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를 풍부하게 다루는 작품으로 유명한 홀저는 오랫동안 단어를 자신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그의 1970년대 후반 작품 시리즈인 〈트루이즘(Truisms)〉의 문구들은 보통 모호하거나 모순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가장 오래된 두려움은 최악의 두려움이다(Your oldest fears are the worst ones)”나 “카리스마의 결핍은 치명적이다(Lack of Charisma can be Fatal)” 같은 말들이 그렇다. 하지만 “권력 남용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Abuse of power comes as no surprise)” 등의 문구는 사회·정치적 불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로서 홀저의 커다란 세계관과 일치한다. 
 
제니 홀저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무언가를 응시한다 .

제니 홀저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무언가를 응시한다 .

홀저의 손주 시프리앙(이불 속)과 헨리.

홀저의 손주 시프리앙(이불 속)과 헨리.

자신의 작업장에서의 홀저.

자신의 작업장에서의 홀저.

 
특히 최근 몇 년간 그의 작품은 진보적인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주 쓰이곤 했다. 그는 2014년 11월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마이클 브라운 주니어(Michael Brown Jr.) 총격 사건의 경찰관 대런 윌슨(Darren Wilson)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대배심의 결정 직후, 다양한 문구를 실은 사진을 작업했다. 그리고 해당 작품은 널리 퍼져나갔다. 또한 예술계에 만연한 성희롱 퇴치에 헌신하는 ‘위 아 낫 서프라이즈드(We Are Not Surprised)’ 그룹은 홀저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으며 〈트루이즘〉에서 그룹 이름을 따오기도 했다. 주로 거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홀저는 지난 3월부터 아티스트인 남편 마이크 글리어(Mike Glier)와 딸 릴리(Lili), 이 이야기의 사진을 촬영한 사위 마시에크 코비엘스키(Maciek Kobielski) 그리고 두 어린 손주 시프리앙(Cyprien), 헨리(Henry)와 함께 뉴욕 북부의 한 농장에서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전화를 받았던 7월 무렵, 그는 여전히 엡스타인 수채화를 작업 중이었다. 그는 스스로 ‘한 여성의 수채화협회(one-woman-water-color-society)’라고 부르는 페인팅 작업을 하며 옥수수 창고를 완전히 스튜디오로 바꿔놓았다. “페인팅은 훌륭한 회피 수단이에요.” 그가 말한다.우리가 겪고 있는 격리의 시대는 홀저에게는 오히려 바쁜 나날이었다. 5월 말, 그는 뉴욕과 워싱턴 D.C의 거리에 〈폭로(Expose)〉라는 이름의 새로운 텍스트가 담긴 트럭을 보냈다. “사람들은 사라진다. 필수불가결한 죽음은 정책이 될 수 없다(The people perish, necessary death can’t be policy)”와 “코로나 19 대통령(Covid-19 President)” 등의 메시지가 LED 표시등 뒷면과 측면에 강렬한 조명을 깜빡이며 전달되었다. 지난 몇 년간 그가 시행했던 트럭을 통한 작업 활동들은 과학적이었다. “트럭은 빠른 기동성을 가졌죠. 트럭 운전자들은 주저하지 않아요. 콘텐츠를 작성한 다음 텍스트에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작업이 힘들 뿐이죠.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작업물을 볼 수 있도록 랜드마크 근처에 주차하거나 그 주변에서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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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번역 채원식
  • 사진 Maciek Kobielski
  • 글 Nicholas C. Morg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