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에서 시프리앙을 보고 있는 홀저.
〈In Memoriam〉은 맨해튼의 어두운 밤에 밝게 빛나던 홀저의 초기 작품 같은 강렬한 메시지를 공유한다. 그의 조명 작업은 보통 몇 달간의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지만, 이번의 경우 협업 팀의 도움으로 플로이드 사망 2주가 조금 지난 후에 완성되었다. “우리는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어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빨리 진행했어요.” 그가 말한다.

진행 중인 작품 〈Red X〉 앞에 선 홀저.
애니메이션 텍스트는 팬데믹이 유행하기 전 홀저의 인스타그램에 소개되었다. 때론 제니 홀저를 사칭하며 실제 작품의 텍스트를 올리는 가짜 트위터 계정이 판을 쳐 논란이 될 때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Jenny Holzer, Mom’이나 ‘Jenny Holzer, Cat’과 같은 계정은 최근까지도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홀저 대신 그의 작업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은 때때로 특정 형태와 콘텐츠에 꼭 들어맞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사람을 사로잡는 것을 목격하는 건 흥미로워요.” 홀저가 설명한다. “인스타그램을 계속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리한 건 사실이죠.”




홀저의 작품은 오랫동안 정치 위기에 대해 경고해왔다. 수년 동안 진행된 그의 프로젝트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정부가 시행해온 고문에 대해 조사해왔다. 보스니아 내전에서 일어난 강간과 시리아 난민들이 겪었던 역경 등 말이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에이즈 위기를 다룬 그의 작품은 팬데믹을 다룬 가장 강렬한 예술작품 중 하나로 기록된다.

손주 방에 서 있는 홀저. 미국 정부 기밀 문서 기반으로 제작된 또 다른 작품 〈Doodle〉(2014)이 걸려 있다.
수년 동안 권력 남용을 폭로하고 대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홀저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불평등, 정치 및 경제 갈등에 저항한다.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를 받아들이고 대응한다.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던 시절마저 제겐 끔찍했어요. 이 끔찍한 시대가 바로 제게 맞는 시대죠.” 그가 말한다. “지금은 쩔쩔매면 안 되는 시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