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자아성찰형 아티스트, 유라

나, 사랑, 나에 대한 사랑. 유라에게 이는 어쩌면 평생 풀어야 할 숙제인 동시에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BYBAZAAR2020.09.10
셔츠, 베스트, 스커트는 모두 Prada.

셔츠, 베스트, 스커트는 모두 Prada.

얼마 전 앨범 〈Virus Mix〉가 발매됐죠. 두 가지 버전의 앨범 티저가 궁금증을 자아냈어요. 투스(Tooth) 버전 속 이를 치료하는 행위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 있나요?
‘식탁’이라는 곡의 가사에 “그 예쁜 미소와 눈빛 동작들은 예술이고”라는 부분이 있어요. 아름다움에 대해 쓴 가사지만 막상 타인을 볼 때면 그런 꾸며진 모습이 가짜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저 또한 그럴 수 있고요. 예쁘게 꾸며진 얼굴로 나쁜 말을 할 수도 있는 모순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티저 속 충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미하기도 하고요.
댄스 버전의 티저에선 꽃이 흩날리는 배경에 다양한 몸짓을 하고 가끔은 흥얼거리기도 하던데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바로 촬영한 영상이에요. 정형화된 동작이나 예쁜 안무보다는 즉석에서 짜여 있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또한 연결하다 보면 ‘식탁’의 가사를 반영하죠.
‘식탁’의 영어 제목은 왜 ‘Homework!’인가요? 
가사의 대부분은 남에 대한 내용이에요. 이는 결국 내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남한테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아이러니하죠. 나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하면서 남에 대해서 가사를 쓴 내가 별로이기도 하고, 남을 만나는 일, 남을 평가하는 일도 숙제 같았어요. 노래에 녹아 있는 제 모습과 남의 모습, 남이 보는 나의 모습, 다 숙제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항상 노래를 듣곤 했어요. 가까이 있는 것 중 취미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음악을 해볼까 생각했죠. 원래는 그렇게 취미로만 하려 했어요. 20대 중반쯤 일을 하다 그만두고 쉬는 동안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작곡을 했는데 어느새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있었어요.
취미로만 하기에는 목소리나 끼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끼가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대신 남을 서포트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어쩌다 보니 결국 제가 하게 되었지만요.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몽환적인데 가사는 난해하고, 또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일부러 더 난해하게 만들려고 노력할 때도 있어요. ‘L’이라는 노래는 015B 선배님들과의 협업이다 보니 더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에 맞지 않는 문장을 가사로 쓰게 됐어요. 듣다 보면 ‘이게 뭐지?’ 하고 생각하며 더 상상하게 될 수도 있고, 다른 노래의 가사는 어떻게 썼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거든요.
맞아요, 그래서 다른 노래도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안정되는 기분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사람은 유해한 환경에 있으면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제 노래에 불안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잖아요. 어쩌면 그런 분위기에 공감이 가서 그런 것 아닐까요.
사랑 노래가 주인 타 가수들에 비해서 자아에 대한 노래가 많아요. 
처음에는 연인 사이의 사랑 얘기를 싫어했어요. 사랑 노래라는 범주 안에는 나에 대한 사랑, 남에 대한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내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남에 대한 사랑보다는 제 자신에 대한 사랑에 대해 많이 써요.
 
드레스는 Miu Miu.

드레스는 Miu Miu.

‘행복은 도피여야 해’라는 곡에서도 그걸 느꼈어요. 남으로부터 분리되고 온전히 자유로워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게 왜 도피가 되었을까요? 독립 등의 말 대신 도피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노래를 만들 때 가사에 대해 제일 먼저 생각해요. ‘도피’라는 단어의 발음이 세기도 하고 이 말을 흔히들 쓰지 않으니까 쓰게 됐어요. 어딘가로부터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요. 그게 결국 도피가 되는 거죠.
‘L’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남들을 평가하려 하면서도 정작 나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구나 느꼈다”고 한 적 있죠. 그게 약 일 년 전인데, 그때에 비해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영원히 모를 것 같아요. 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제일 숙제 같은 일이에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알면 알수록 모르겠어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네요. 
남에 대해서도 많이 해요.
어떤 점에 대해서 생각하나요?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별로인 모습에 대해서요. 예를 든다면 욕심을 부린다거나,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배려심이 부족한 모습에 대해서요.
그런 부분을 가사에 녹여내는 거네요.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나요? 
제가 꼬집는 부분들은 결국엔 다 저의 단점이기도 하죠.
남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 중 언제 더 안정감을 느끼나요? 
누군가와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많이 안정되곤 해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 많이 노래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자신을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딱히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생각을 해야겠죠. 내가 해왔던 일이라든지, 평소에 하는 언행이라든지, 그런 것에 대해서요. 다 몸이 기억하거든요. 혼자 있을 때 나열해가며 생각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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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사진/ 채대한
  • 스타일리스트/ 손야비
  • 헤어/ Giihee in holy
  • 메이크업/ Supju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