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a Rego

자신의 캠든(Camden) 스튜디오에서 파울라 레구.
보통 연극을 보러 갈 땐 연극이 끝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레구의 스튜디오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퍼포먼스를 그곳에 보관하고 있다. 현재 84세인 레구가 설명한다. “제가 만든 캐릭터는 각기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 같아요. 그들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죠.” 대부분은 판타지와 연극을 향한 그의 애정에서 탄생되었다. 레구는 인생의 가장 약한 부분을 순수한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초월적 상상력(transcendental imagination)’이라 부른다.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스토리를 전달하지만, 그 어떤 그림도 단순한 플롯으로 짜여 있지 않다. 레구는 현실을 통제함으로써 진실을 보여주려 한다. 이 작업을 수년 동안 해왔다. “전 진실을 파헤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진실을 그대로 묻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란 걸 알게 되었죠. 숨기기보다는 표현하는 게 더 낫잖아요. 진실에는 황홀한 에너지가 있어요.”

파울라 레구, 〈The Policeman’s Daughter〉, 1987.
레구는 독재 정권 시절 포르투갈의 자유로운 중산층 가정에서 외동으로 자랐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작품 활동을 해왔다. 9살 무렵, 그는 바느질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늙었지만 우아한 손과 시력이 좋지 않은 노부인이 대상을 바라보는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데생 위주로 그림을 연습하는 그는 “파스텔을 사용하는 걸 좋아해요. 붓처럼 느슨하지 않고 단단하고 뚜렷하죠.” 라고 말한다.

파울라 레구, 〈Angel〉, 1988.
중년이 된 레구는 놀랄 만한 커미션과 영예를 즐기게 되었지만 그런 그마저 20세기의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비껴갈 순 없었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죠. 여성 아티스트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갤러리나 쇼에 전시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포트폴리오도 제대로 봐주지 않았죠. 여자들은 결국 아이를 갖고 작업을 그만둘 것이라는 편견으로 가득했어요.” 그는 50세에 가까운 1980년대까지 런던의 갤러리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현재 레구는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고향에는 그의 작품을 영구적으로 전시하는 미술관이 있으며, 대통령궁의 벽화 또한 그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레구에게 요즘의 작업 루틴을 물었다. 먼저 어시스턴트이자 모델 릴라(Lila)가 아침에 스튜디오에 온다고 답했다. “우리는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눠요. 점심 전까지 작업을 하죠. 저는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은 후 잠시 쉬었다가 6시까지 다시 일을 한 뒤 집으로 가요. 그게 전부예요.”

레구는 도발적인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낙태, 전쟁, 독재. 그는 언제나 정치적인 화가인 동시에 개인의 정신을 탐구하는 탐구자였다. 나이가 들면서 관심사가 바뀌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망할 브렉시트가 일어났고, 지구는 점점 파괴되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느껴지지 않아요.” 그가 가진 놀라운 잠재력을 마주하며 그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힘들죠.” 레구가 인정한다. 그가 스튜디오에 있던 모습을 생각한다. 먹고 남긴 샌드위치 조각이 놓여 있는 채로 파스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잇는다. 그의 마지막 말은 타고난 아티스트의 답변이었다. “예술이 아니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시 버튼(Jessie Burton)은 영국의 작가 겸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