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플리스가 패딩만큼 따뜻하다고?

올겨울 아우터를 고르느라 울 코트와 롱 패딩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플리스로 고개를 돌려도 좋다. 아웃도어의 동반자로 실용적이기만 했던 플리스에 패션의 바람이 불었다.

BYBAZAAR2019.12.07

플리스 플리즈

1 강추위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아더 에러의 오버사이즈 플리스 코트. 2 뉴욕의 신예 샌디 리앙의 플리스 컬렉션. 3 지지 하디드는 블루 플리스에 포멀한 팬츠를 레이어링해 모던함을 더했다. 4 늘 세련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인플루언서 캐롤린 다우르의 플리스 소화법.

1 강추위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아더 에러의 오버사이즈 플리스 코트. 2 뉴욕의 신예 샌디 리앙의 플리스 컬렉션. 3 지지 하디드는 블루 플리스에 포멀한 팬츠를 레이어링해 모던함을 더했다. 4 늘 세련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인플루언서 캐롤린 다우르의 플리스 소화법.

올 겨울 옷장의 주역은 패딩도, 모피도 아닌 ‘플리스(Fleece)’다. 양털을 깎아놓은 듯한 몽글몽글한 자태의 일명 ‘뽀글이’라고도 불리는 그것 말이다.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사전적 의미를 짚어 보자. ‘양에게서 깎아낸 양털’, ‘표면의 파일(Pile)이 일어나도록 만든 양털 같이 부드러운 직물’. 이 두 가지 뜻 중 보통 후자로 많이 쓰인다.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0년대 초 미국 원단회사 말덴 밀즈가 양털과 닮은 인조 소재인 퍼-라이크(Fur-like)를 개발한 것이 그 시초. ‘폴리에스터로 만든 양털’이란 의미에서 폴라 플리스(Polar Fleece)로 처음 이름이 붙여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플리스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소재를 패션계로 이끈 건? 바로 플리스 재킷의 대표주자 파타고니아! 1988년 첫 출시된 레트로 파일(현 클래식 레트로-X의 원조) 재킷이 그 주인공이다. 가볍고 따뜻한 데다 실용적인 지퍼 디테일까지. ‘세상에 처음 등장한’ 이 재킷은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등산복의 혁명으로 떠올랐다. 고어텍스와 함께 기적의 소재라 불릴 정도! 그 후 유니클로가 1994년 선보인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킷은 부드럽고 얇은 소재와 저렴한 가격 덕택에 합리적인 방한 아이템으로 떠올랐고, 곧 플리스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단연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플리스가 일본식 발음인 ‘후리스’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이번에 출시한 플리스 랩 컬렉션은 제품 생산에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이와 같이 플리스의 급부상은 패션계에 불어닥친 지속가능 패션과도 맥락을 함께한다. 앞서 언급한 파타고니아와 약 3백70만 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노스페이스의 ‘에코 플리스 재킷’이 대표주자로 착한 패션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또 모피와 이별하고 친환경적인 페이크 퍼를 찾는 이들에게도 희소식 아닐까.
 
1 플리스의 깜찍한 변신. 패턴과 컬러를 다채롭게 활용하라. 2 언밸런스한 헴라인의 플리츠 스커트로 페미닌한 무드를 강조했다. 3 플리스와 체크 팬츠, 체인 목걸이, 강렬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중성적인 매력을 강조한 모델 래트너(Ratner).

1 플리스의 깜찍한 변신. 패턴과 컬러를 다채롭게 활용하라. 2 언밸런스한 헴라인의 플리츠 스커트로 페미닌한 무드를 강조했다. 3 플리스와 체크 팬츠, 체인 목걸이, 강렬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중성적인 매력을 강조한 모델 래트너(Ratner).

아웃도어를 위한 필수품 혹은 코트 속 철통 방한을 위한 이너에 머물렀던 플리스는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점잖은 플리스에 밀리터리를 주입한 미우 미우의 카무플라주 점퍼, 재킷 위에 숄을 한 번 더 걸친 3.1 필립 림이 대표적. 레오퍼드 패턴, 네온 컬러의 플리스로 지지 하디드를 사로잡은 뉴욕의 신예 샌디 리앙(Sandy Liang)을 비롯해 발렌시아가, 버버리, 오프 화이트, 와이/프로젝트 등 힙한 패션 레이블 모두 플리스에 패셔너블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컬러는 다채로워졌고, 실루엣에도 변화가 왔다. 사실 플리스의 장점은 관리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가 묻으면 젖은 수건으로 닦아내면 그만이다. 내가 어디에서 밥을 먹고 왔는지 여과 없이 드러내는 대부분의 겨울 아우터는 잦은 세탁이 어려워 늘 골칫거리인데, 플리스라면 걱정 없다. 세탁기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 합성섬유 특성상 표면에 보풀이 생길 수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겉옷으로 형태가 바뀌면서 기능적으로도 진일보한 플리스는 강추위에도 끄떡없을 만큼 따뜻하고, 진짜 양털인 양 복슬복슬한 매력도 가진다. 이쯤 하면 플리스의 눈부신 성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아웃도어의 전유물쯤 여겨졌던 과거를 말끔히 씻고 스타일리시하게 거듭난 플리스는 올 겨울, 도시 여자들의 파트너로 더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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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윤혜영
  • 사진/ Getty Images,Imaxtree,Rex Features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