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 DREAM

1 가브리엘 샤넬의 섬세한 손. 2 코코쉬닉을 쓴 러시아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3 샤넬의 러시아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뀌르 드 뤼씨’ 향수. ‘러시아의 가죽 향’이란 뜻이다. 4 깡봉 가 아파트에 장식된 쌍두 독수리 조각 거울. 5 장인정신이 담긴 제작 과정.





지난 7월, 파리의 오트 쿠튀르 시즌에 맞춰 선보인 샤넬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된 그랑 팔레 입구에 들어서자 제정 러시아를 상징하는 거대한 ‘쌍두 독수리’가 게스트를 맞이했다. 가브리엘 샤넬은 이 문양으로 조각된 거울을 자신의 깡봉 가 아파트에 장식할 만큼 특별하게 여겼다. 쌍두 독수리는 팔각형 또는 샤넬의 상징이기도 한 까멜리아 모티프와 결합되어 반지와 팔찌로 디자인되거나 목걸이의 펜던트 장식으로 재탄생되었다. 여기에 러시안 민족 의상에 들어가는 자수, 전통적인 머리 장식 코코쉬닉(Kokoshnik)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커팅, 프린트 등 러시아 장식예술의 디테일이 주얼리에 차곡차곡 더해졌다. 특히 오자이브(Ogive, S자 형태를 띠는 곡선) 컷의 헤어 피스와 커다란 진주가 다이아몬드와 어우러진 ‘소트와르’ 목걸이는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번 컬렉션에는 옐로 사파이어, 가닛, 에메랄드 등 유색 스톤을 활용한 이국적인 주얼리도 눈에 띄었다. 한편 러시아풍 공간으로 꾸며진 행사장 곳곳에는 황금빛 밀 이삭이 장식되었는데, 지난 1967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열렸던 샤넬 컬렉션의 일화를 떠올리게 했다. 컬렉션을 마친 모델들이 쇼에 참석하지 못한 가브리엘을 위해 파리로 돌아와 러시아의 밀 이삭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 마음을 되새기듯 이번 ‘샤넬 파리 러시아’ 하이주얼리 컬렉션 역시 가브리엘 샤넬의 꿈과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