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오디세이'가 깨운 '트로이', '메인코2'가 소환한 '무사'

신작이 불 지피면 OTT가 판을 깐다

프로필 by 박현민 2026.09.26

극장가와 스트리밍 시장에 굵직한 신작이 상륙할 때마다, 순위 차트 한구석에서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최신작들 틈으로 10년, 길게는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 불쑥 상위권에 올라서는 것이다.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자주 반복되는 이 패턴에는 나름의 논리가 존재한다.



<오디세이>의 흥행, <트로이>를 불러내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영화 <오디세이> 스틸

영화 <트로이> 스틸

영화 <트로이> 스틸

영화 <오디세이> 스틸 영화 <트로이> 스틸

가장 뚜렷한 사례가 <오디세이> 열풍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이 영화가 개봉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22년 전 개봉했던 <트로이>(2004)가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IPTV에서 <트로이> 구매 건수는 전월 574건에서 2만 3653건으로 4020% 넘게 폭증했고, 순위도 103계단 뛰어올라 7위에 안착했다. 신작이 '트로이 전쟁'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다시 스크린에 펼쳐놓자, 관객들은 그 이전의 이야기를 확인하거나 서사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 구작을 스스로 찾아 나섰다.



<메이드 인 코리아2>가 소환한 <무사>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영화 <무사> 스틸

영화 <무사> 스틸

영화 <무사> 스틸

영화 <무사> 스틸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디즈니+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 스틸

이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게 플랫폼의 역할이다. 디즈니+가 정우성·현빈 주연의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를 선보이자, 넷플릭스는 곧바로 정우성의 2001년작 <무사>(김성수 감독)를 라인업에 걸었다. 그러자 이 작품은 공개 단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에 올랐다. <태양은 없다>(1998) 이후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이 다시 만난 작품인 데다, 故 안성기의 연기를 다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관심이 한층 커졌다. 신작이 지핀 불씨에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과 큐레이션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리메이크가 깨운 2003년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좌) &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스틸(우)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좌) &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스틸(우)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스틸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 스틸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스틸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스틸

원작과 리메이크가 서로를 소환하는 경우도 있다. 손예진·지창욱·나나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이 지난 18일 공개돼 다음 날 국내 넷플릭스 1위, 공개 첫 주 글로벌 비영어 TV쇼 7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자, 시청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2003년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로 향하고 있다. 이미숙·배용준·전도연 주연의 이 원작은 개봉 당시 352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조선시대로 옮겨온 파격적인 설정 자체가 새 리메이크와 비교하며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스틸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 스틸


「

콘텐츠의 유통기한이 사라진다

과거에는 극장 간판이 내려가고 VOD 서비스에서마저 밀려나면 그걸로 수명이 다했다. 지금은 다르다. 스트리밍 아카이브라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속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은, 신작이라는 도화선을 만나는 순간 언제든 부활해 역주행한다. 신작이 화제성의 불씨를 지피고, 관객이 세계관과 계보를 잇기 위해 구작을 검색하면, 그 검색 신호를 포착한 추천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큐레이션이 이를 거대한 흐름으로 증폭시켜 차트 역주행을 완성한다. 신작과 구작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 흐름 속에서, 밀도 높은 이야기는 결국 유통기한 없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CJ ENM MOVIE·유니버설 픽처스·워너 브라더스·디즈니+·넷플릭스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