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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미끼로 던진 잔혹 롤러코스터...'지금 불륜'이 비튼 클리셰

'통속극의 전복'과 블랙 코미디, 낡은 외피를 찢은 K-스릴러의 변주

프로필 by 박현민 2026.09.05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포스터

※해당 작품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불륜'만큼 익숙하고 안전한(?) 소재는 없다. 금기된 선을 넘는 치정, 발각의 순간 터져 나오는 절규, 법정과 진흙탕을 오가는 복수극은 오랜 시간 안방극장을 지탱해 온 불패 공식이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바로 그 닳고 닳은 문패를 전면에 내걸며 출발한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마주하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이 작품은 불륜이라는 외피를 과감히 벗겨낸 자리에 뺑소니시체 유기, 협박살인이라는 잔혹한 스릴러의 톱니바퀴를 물려놓는다.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지금 불륜 따위는 전혀 문제가 아닌' 기괴하고 서늘한 롤러코스터가 펼쳐진다.



치정보다 무서운 '생존'과 '비즈니스의 붕괴'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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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불륜극의 클라이맥스는 늘 배우자의 외도를 확인하고 응징하는 순간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불륜은 거대한 파국을 점화하는 사소한 불씨에 불과하다. 배신감에 눈물짓거나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틈도 없이, 어른들의 은밀한 일탈 뒤편에서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연쇄 반응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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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돋보이는 건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의 실체다. SNS 속 '완벽한 가족'을 무기로 부와 명성을 일군 스타 인플루언서 박경희(김혜수)와 그의 그늘 아래서 겉도는 남편 임재홍(김지훈), 그리고 별거 상태로 이혼 소송과 양육권 분쟁 중이던 의사 부부 안수정(조여정)과 주보성(김재철). 가짜 행복을 지켜야 하는 쪽이나 이미 파탄 난 현실에서 아이와 재산을 지켜야 하는 쪽 모두에게, 사건의 연쇄는 '사회적 파산'이자 생존의 절벽을 의미한다. 낭만적 치정이나 감정적 애증은 사치로 전락하고, 당장 눈앞의 살인과 파멸을 덮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냉혹한 계산만 남는다. 드라마는 도덕성을 상실한 네 남녀가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큰 범죄로 질주하는 과정을 냉소적인 블랙 코미디의 호흡으로 정확히 포착해낸다.



적대와 단죄 대신...얽혀버린 파멸 속 기묘한 공조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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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구도 역시 전형적인 틀을 부순다. 기존 통속극이 흔히 전시하던 '피해자 본처 vs 악랄한 상간녀' 식의 낡은 여성 대립 구도는 이 아수라장에서 완전히 힘을 잃는다. 네 남녀가 서로의 배우자와 얽혀 누구 하나 무결하지 않은 파탄의 공범이 된 마당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르는 도식 따위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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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에 치를 떨며 서로를 파멸로 몰고 가야 마땅할 관계들이지만, 덮쳐오는 살인 사건과 벼랑 끝에 몰린 아이들의 위기 앞에서는 원망과 죄책감을 곱씹을 시간조차 사치다. 결국 서로의 치부를 쥔 두 가족이 파국을 수습하기 위해 한 배를 타고 삽을 들게 되는 전개는, 뻔한 치정극의 공식을 전복하며 피카레스크적 텐션을 만들어낸다. 적대와 연대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이 기묘한 호흡은, 베테랑 배우들의 서슬 퍼런 연기력과 맞물려 숨 막히는 흡인력을 발휘한다.



사이다 없는 결말, '아무 일 없는 척' 살아가는 박제된 지옥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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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날카로운 비틀기는 결말에 있다. 기존 장르물이 가해자의 통쾌한 파멸이나 법적 단죄로 시청자에게 도덕적 카타르시스를 안겼다면, 이 작품은 그 손쉬운 사이다를 거부한다. 화려했던 인플루언서의 삶은 막을 내리고 잘나가던 병원은 폐업에 이르는 등 경제적·사회적 기반은 무너져 내렸지만, 정작 죄를 지은 이들은 감옥 대신 여전히 일상 속에 남겨진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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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비밀을 묻어둔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삶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법적 처벌보다 더 끔찍한 실존적 형벌을 보여준다. 껍데기만 남은 일상을 연기하며 서로를 감시하듯 살아내야 하는 이들의 결말은, 과연 그들이 살아남은 것인지 아니면 박제된 지옥에 갇힌 것인지를 묻게 만든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는 낡은 치정극의 문법을 영리하게 배반함으로써, 완벽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영혼까지 저당 잡힌 현대인의 쇼윈도 삶을 잔혹하게 조롱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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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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