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밀회'와 '정년이', 그리고 '포핸즈'...K-드라마의 변주

은밀한 욕망부터 폭발적인 여성 국극, 건반 위에서 맞부딪치는 청춘의 연대까지

프로필 by 박현민 2026.08.30
JTBC 드라마 <밀회> 화면 캡처

JTBC 드라마 <밀회> 화면 캡처

음악은 때로 백 마디 대사보다 인물의 내밀한 감정과 관계의 온도를 더 선명하게 전한다. 악기를 다루는 손끝의 떨림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화음은 보는 이를 단숨에 극 속으로 몰입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피아노 건반 뒤에 숨겨둔 관능과 열등감을 섬세하게 포착했던 작품부터, 우리 소리의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폭발시킨 여성 국극, 그리고 하나의 건반 위에서 청춘의 치열한 연대를 노래하는 신작까지. 음악을 품은 K-드라마가 직조해 온 매혹적인 진화의 궤적을 짚어본다.



<밀회>&<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건반 뒤에 숨긴 은밀한 욕망과 청춘의 서글픈 열등감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

클래식 음악을 감정의 가장 내밀한 심연과 맞닿게 한 대표적인 수작들이다. JTBC 드라마 <밀회>(2014)는 오혜원(김희애)과 이선재(유아인)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 바단조'를 함께 연주하는 장면을 통해, 상류층의 위선과 억눌린 관능적 욕망을 폭발시켰다. 손끝 하나 직접 닿지 않아도 격정적인 대화가 되는 그 연주는, 클래식이 그 어떤 스킨십보다 뜨거운 서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반면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2020)는 재능과 현실의 아득한 경계에 선 스물아홉 청춘들이 꿈에 대한 미련과 열등감을 정갈하고 쓸쓸한 선율로 어루만졌다. 두 작품 모두 화려한 무대 위의 성공보다 연주하는 인간의 연약하고 솔직한 내면에 현미경을 들이대며, 클래식 드라마의 깊이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정년이>


서양 클래식을 넘어선 우리 소리, 여성 국극의 폭발적 생명력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 포스터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 포스터

tvN 드라마 <정년이>는 클래식 위주였던 음악드라마의 문법을 1950년대 한국 고유의 '여성 국극'으로 확장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다. 타고난 천재 소리꾼 정년이(김태리)와 완벽을 갈망하는 엘리트 영서(신예은)의 치열한 경쟁과 성장을, 판소리와 무대 연기라는 종합예술로 완벽히 구현했다. 서구식 클래식이 주던 정제된 감성을 넘어 한(恨)과 흥이 뒤섞인 전통 소리의 원초적인 에너지, 그리고 무대 위 배우들의 폭발적인 시너지를 담아내며 K-음악드라마의 스펙트럼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포핸즈>


두 개의 손, 하나의 건반...청춘 브로맨스로 직조한 낯선 화음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 포스터

tvN 토일드라마 <포핸즈> 포스터

피아노 한 대를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포핸즈(Four Hands)' 연주를 전면에 내세운 tvN 새 토일드라마 <포핸즈>는 음악드라마의 새로운 결을 예고한다. 하루 10시간의 맹연습으로 정상을 지켜온 완벽주의 피아니스트 강비오(송강)와, 타고난 감각만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전학생 최정요(이준영)의 만남을 통해, 서로 다른 두 청춘이 부딪치고 공명하며 하나의 화음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제작진이 밝혔듯 이 작품은 삼각관계가 아닌, 두 소년의 우정과 라이벌 의식에 방점을 찍은 브로맨스다. 남녀 로맨스라는 익숙한 공식을 덜어내고 건반 위에서 얽히는 예술적 경쟁심과 짙은 연대에 집중하며, 2020년대 청춘 음악드라마의 신선한 변주를 선보인다.

<밀회>가 금기된 욕망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재능 앞의 열등감을, <정년이>가 전통 소리의 원초적 생명력을 각각 조명해 왔다면, <포핸즈>는 그 자리에 동성 간의 연대와 성장이라는 또 하나의 결을 더한다. 공교롭게도 <밀회>와 <포핸즈>는 같은 '포핸즈 연주' 형식을 각각 금기된 사랑과 청춘의 브로맨스라는 상반된 결로 변주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접점을 이룬다. 시대와 장르는 달라졌지만 이 드라마들이 공통으로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건반과 소리 위에서 인간의 가장 솔직한 내면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K-드라마가 앞으로 또 어떤 화음을 찾아낼지, 그 다음 변주가 벌써 기다려진다.

관련기사

Credit

  • 사진 / JTBC·SBS·tvN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