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올가을과 겨울, 패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할 트렌드 키워드 12

프로필 by 이진선 2026.08.28

2026 F/W RUNWAY NOTES


다섯 명의 패션 에디터가 주목한, 새로운 시즌의 키워드와 이슈.


Classic Woman Returns

성숙한 여인의 옷장에 하나씩 있을 법한 스커트수트가 돌아왔다. 흥미로운 건 고전적인 유니폼 이미지에서 벗어나 낮밤 모두를 아우를 다채로운 컬러와 장식으로 변화를 꾀했다는 것. 반짝이는 골드 시퀸 소재로 트위드 수트를 변주한 샤넬이 대표적인 예다. 이와는 반대로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1950년대 스타일의 수트를 선보인 랑방, 날렵한 펜슬스커트와 포켓 장식 테일러드 재킷으로 도회적인 무드를 강조한 톰 포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The New Match

미니멀한 스타일에 개성을 불어넣고 싶다면 화이트와 베이지 컬러를 레이어링 해보자. 다른 컬러를 섞을 필요 없이, 두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거나 상하의로 매치한 후 백과 슈즈도 같은 톤으로 마무리할 것. 스타일링을 참고하려면 셀린느, 보테가 베네타, 토즈, 미우미우, 토리 버치 등을 살펴보길.


Super! Shoulder

몇 가지 소지품만 담을 수 있었던 전통적인 사이즈에서 벗어난, 보다 큰 사이즈의 숄더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깨에 편하게 메거나 팔 아래 끼워 들 수도 있는 데다 수납 공간도 꽤나 넉넉하다. 몇몇 브랜드에서는 노트북을 담을 수 있는 사이즈로도 선보였다.


Big Blooms

꽃을 마다할 여인이 얼마나 될까? 플라워 브로치 혹은 3D 코르사주 장식이 디테일 수준이 아닌 주인공급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크기가 커졌다. 어깨와 네크라인, 가슴과 허리 부근을 대담하게 장식한 꽃들은 깃털과 리본, 가죽, 크리스털을 소재로 해 입체감을 더한다.


Less Me, More Us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펜디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첫 런웨이 쇼를 선보였다. 하우스를 떠난 지 30여 년 만에 복귀한 그녀는 자신의 포부를 런웨이 바닥과 가방에 새겼다. ‘Less Me, More Us(나를 줄이고, 우리를 더하다)’. 즉, 화려한 쇼맨십 대신 하우스의 본질로 승부하겠다는 것. 실제로 쇼는 밀라노나 파리가 아닌, 로마에서 치러졌는데, 그곳의 유산을 온전히 품은 안정감 있는 런웨이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쇼의 오프닝에는 17벌의 블랙 룩이 등장했고 자극적인 컬러가 없어서인지 재킷과 코트의 실루엣, 울과 가죽, 레이스 소재의 질감 대비 등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또 트렌치코트부터 데님까지, 남녀의 경계를 허문 실루엣을 제시한 한편, 펜디의 근간인 퍼(fur)를 깃털처럼 가볍게 재해석한 것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바게트 백도 변화를 맞이했다. 과도한 로고 장식보다 어깨에 편하게 멜 수 있는 두 번째 스트랩을 추가했으며, 정교한 자수와 스터드 공예를 더해 실용적인 진화를 도모했다. 펜디의 역사와 아틀리에의 장인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단단하게 재정비한, 치우리만의 고요하고도 강력했던 데뷔전.


Anderson’s Greenhouse

따스하다 못해 뜨거웠던 3월의 파리. 튀일리 정원 한가운데 유리 온실이 등장했다. 이곳은 디올의 2026 F/W 런웨이 쇼를 위해 조나단 앤더슨이 설계한 공간. 팔각 호수(Bassin Octogonal) 전체를 둘러싸는 거대한 규모, 중심을 가로지르는 새하얀 런웨이, 연못 위에는 인공으로 제작한 수련이 둥둥 떠 있었다. 우아하고 시적인 풍경과 한여름을 방불케 했던 더위로 인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Powerful Checks

수년간 이어진 조용한 럭셔리에 대한 반기일까? 대담한 그래픽 프린트의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2026 F/W 런웨이에서도 큼직한 타탄, 플래드 체크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주목해야 할 건 체크 피스들이 포인트 아이템이 아닌 머리에서 발끝까지 세트업으로 활약했다는 것. 매력적인 컬러 조합으로 에디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루이 비통을 비롯해 끌로에, 로에베, 아크네 스튜디오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Catch the Tail

드레스나 이브닝 가운에 주로 사용되었던 일명 ‘꼬리 장식’, 트레인(train)이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디테일로 떠올랐다. 이제는 새틴 톱부터 턱시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스에서 이 장식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엔 짧고 단정한 앞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길고 가벼운 디자인(맥퀸)이나 입체적인 텍스처로 위트와 드라마를 더한 디자인(로에베, 디올)이 눈길을 끈다.


T is Back!

클래식한 T 스트랩 힐에 다시 눈길을 돌려보라. 디올과 지방시는 여름에도 신기 좋은 오픈 토 샌들을 제안했고, 캘빈 클라인, 드리스 반 노튼, 펜디에서는 가을에 제격인 날렵한 포인티드 토 스타일을 선보였다. 뭐니뭐니해도 우아한 미디스커트에 매치했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Wearable art

이번 시즌 이어링은 단순한 액세서리를 넘어, 룩의 중심이자 ‘착용하는 조각품’ 같은 존재로 신분 상승을 꾀했다. 볼륨감 있는 곡선형이나 크고 입체적인 드롭 형태가 눈길을 끌었으며, 귀 전체를 덮거나 감싸는 볼드한 이어커프 스타일이 각광받는 추세. 생 로랑이 대표적인 예다.


Modern Tailoring

프랑스 최고의 학술기관인 앵스티튀 드 프랑스(Institut de France) 안. 마테오 가르시아 오디오(Matéo Garcia Audio)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프린스의 음악이 런웨이 공간을 채우며 마이클 라이더의 세 번째 셀린느 쇼가 공개됐다. 단정한 어깨의 코트와 재킷의 실루엣은 눈에 띄게 슬림해졌고, 의외의 각도로 벌어진 플레어 팬츠처럼 클래식한 테일러링의 라인은 어딘가 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여기에 버킷햇, 더비 햇을 매치하고, 패딩 실크 스카프를 들거나 빳빳하게 세운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는 스타일링이 더해졌다. 옛것과 새것을 어우르며 지금 당장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마이클 라이더의 특별한 감각, 완벽하면서도 약간의 기이함이 깃든 옷. 셀린느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그리고 다음 시즌에도 에디터가 몽땅 입고 싶고, 가장 기대하는 컬렉션 중 하나인 건 확실하다.


Gucci-ness

지난 1년은 ‘구찌다움(Gucci-ness)’을 찾는 여정이었다고 고백하며 첫 공식 런웨이 쇼를 선보인 뎀나.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봄(春)>과 <비너스의 탄생> 등 르네상스 회화 속 이상화된 신체가 이번 컬렉션의 출발점이 되었다. 몸의 곡선을 따라 흐르는 드레이핑과 여성 또는 남성의 보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실루엣은 동시대적으로 구찌를 다시 정의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10캐럿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G-스트링이 노출된 컷아웃 배클리스 블랙 드레스를 입고, 긴 런웨이를 유유히 걷던 케이트 모스의 피날레 신은 1990년대 톰 포드 시절 영광의 향수를 다시 한번 느끼게 했던 순간.


실용성과 예술성을 덧입고 보다 대담하게, 입체적으로 진화한 클래식 피스들에 눈길이 간다. 여기에 꽃과 주얼리로 약간의 낭만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가장 갖고 싶은 건 큼직한 숄더백! - 에디터 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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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서동범, 윤혜영, 윤혜연, 김경후
  • 사진/ Launchmetrics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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