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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런던만 간다고요? 꼭 가봐야 할 런던 근교 여행지

런던만 보기엔 아쉽다. 놓치면 아쉬운 영국 명소

프로필 by 정혜미 2026.07.25
옥스퍼드 전경.

옥스퍼드 전경.

시간을 따라 걷는 영국

출발부터 특별했던 이번 여정은 런던과 근교 도시가 품은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첫 번째 목적지는 런던에서 차로 약 두 시간 거리의 도시, 바스(Bath).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2천 년 전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온 온천 문화와 영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조지안 건축이 어우러진 도시다.

자정을 두 시간 앞두고도 지지 않는 해 덕분에 체크인 전 도시의 전경을 잠시나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호텔을 중심으로 단정한 조지안 건축물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었고,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공기가 감돌았다. 18세기 조지안 타운하우스를 개조한 ‘더 프랜시스 호텔(The Francis Hotel)’은 긴 이동 끝에 쉬어 가기 좋은 장소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외관에 현대적인 편안함을 감각적으로 더했다. 특히 이곳 레스토랑 ‘엠버우드(Emberwood)’는 여정 중 가장 인상적인 미식의 순간을 선사했다. 바스의 제철 식재료가 계절의 풍미를 한층 또렷하게 만들어주었고, 테이블 앞으로 찾아온 디저트 트롤리에서 달콤한 디저트를 고를 땐 그 경험 자체가 맛있는 조미료가 되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아낌없는 환대가 어떤 코스 요리보다 식탁을 풍요롭게 했다.

일정 첫날엔 이례적인 더위가 찾아왔지만 걸을수록 더 깊어지는 바스의 분위기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누볐다. 영국에서 유일하게 천연 온천수를 사용하는 현대식 스파 ‘서메 바스 스파(Thermae Bath Spa)’에서는 루프톱 온천이 품은 시내 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동의 피로가 녹아내렸다.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세운 목욕 시설 ‘로만 바스(Roman Baths)’는 말 그대로 시간 여행이었다. 온천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도시의 흔적을 따르다 보니 왜 바스가 오랜 세월 사람들을 끌어들였는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히 들어선 ‘바스 수도원(Bath Abbey)’에서는 마침 어린이 찬양대가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높은 천장 아래 울려 퍼지는 청아한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한 선물 같은 감동이었다.

초승달 모양으로 이어진 조지안 건축의 걸작 로열 크레센트(Royal Crescent), 강 위를 가로지르며 상점들이 늘어선 펄트니 브리지(Pulteney Bridge),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의 촬영지로 유명한 홀번 미술관(Holburne Museum)까지. 오래된 건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과거의 낭만은 나의 쉼표가 되어 있었다.

런던의 숙소인 서비스드 아파트먼트 ‘슈발 글로스터 파크’. 2천 년 전 로마인들이 건설한 목욕 시설 ‘로만 바스’. 런던의 상징적인 관람차 ‘런던아이’.

여러 개의 작은 마을이 이어져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코츠월즈(Cotswolds)는 바스와는 또 다른 결로 우리를 맞이했다. 꿀빛 석회암인 ‘코츠월즈 스톤’으로 지어진 집들은 마을 전체를 따스한 색감으로 물들였고, 완만한 언덕과 초원,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 떼와 소 떼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골’이라는 수식을 현실로 펼쳐 보였다. 중세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캐슬쿰(Castle Combe), 골목마다 앤티크 숍이 이어지는 테트버리(Tetbury) 등. 코츠월즈의 마을은 저마다 닮은 듯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마을 한가운데를 따라 잔잔한 강이 흐르는 ‘버튼온더워터(Bourton-on-the-Water)’와 우리가 묵었던 ‘킹스 헤드 호텔(Kings Head Hotel)’이 자리한 ‘사이런세스터(Cirencester)’는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강물에 첨벙 뛰어든 강아지를 보는 사람들의 미소, 잔디 위 활기찬 선데이 마켓을 거니는 가족들의 웃음소리, 일상이 행복이 된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 분위기 덕분이었을까. ‘더 포치 하우스(The Porch House)’에서 즐긴 점심 식사는 더욱 특별했다. 947년에 문을 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이라는 역사도 인상적이었지만, 나흘째 함께하며 가까워진 일행과 영국의 대표적인 일요일 가정식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를 나눈다는 게 여행의 온도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일반 여행객이라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장소도 찾았다. 찰스 3세 국왕의 개인 정원인 ‘하이그로브 가든(Highgrove Gardens)’. 보안을 위해 모든 전자기기를 내려놓아야 했기에 사진을 남길 순 없었지만, 그래서 눈앞의 풍경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현실에서 비켜난 세계에 들어온 듯한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해방감은 코츠월즈 라벤더 농장에서도 이어졌다. 시선 끝까지 펼쳐진 보라색 풍경은 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괜히 달려보고, 힘껏 뛰어보기도 했다. 하루의 끝은 전원 풍경 한가운데 자리한 전통 컨트리 인(Country Inn) ‘더 프로그밀(The Frogmill)’에서 마무리했다. 화려함보다 아늑함이 가장 코츠월즈스러운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다음 날은 반대로 가장 화려하고 장엄한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블레넘 궁전(Blenheim Palace)은 윈스턴 처칠의 출생지이자 영국 귀족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저택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원과 웅장한 바로크 건축을 마주하니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했다. 궁전 안 ‘디 오랑저리(The Orangery)’에서 즐긴 애프터눈 티는 그 공간의 품격을 완성해주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아웃렛 ‘비스터 빌리지(Bicester Village)’는 15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한 전 세계 여행객의 쇼핑 명소다. 버진애틀랜틱 어퍼 클래스 승객을 비롯한 사전 예약 고객에게만 문을 여는 VIP 라운지 ‘더 아파트먼트(The Apartment)’에서는 퍼스널 쇼핑과 다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쇼핑백을 들고 다닐 필요 없는 핸즈프리 쇼핑 서비스까지 더해져 쇼핑마저 하나의 여행으로 만들어준다.

옥스퍼드는 일정 중 가장 짧게 머물렀고 그래서 가장 긴 여운을 남긴 곳이기도 했다. 옥스퍼드에서 최근 주목받는 호텔 ‘더 스토어(The Store)’의 루프톱에 오르자 ‘꿈꾸는 첨탑의 도시(The City of Dreaming Spires)’라는 별명이 단숨에 이해됐다.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첨탑들은 붉은 노을 아래 더욱 아름다웠다. 더 스토어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홀린 듯 거리를 활보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도 수백 년의 역사와 학문이 빚어낸 건축물들은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그 멋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을 따라 걷는 ‘옥스퍼드 온 스크린 워킹 투어(Oxford On Screen Walking Tour)’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영국인 가이드와 함께 유서 깊은 대학가를 걸으니 영화가 현실이 되고, 골목마저 흥미로운 스토리가 됐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더 아름다운 도시였다.

코츠월즈에 위치한 컨트리 인 ‘더 프로그밀’. 더 프랜시스 호텔 내 레스토랑 ‘엠버우드’. 옥스퍼드 호텔 ‘더 스토어’의 루프톱 바.

바스, 코츠월즈, 옥스퍼드까지. 세 지역이 품은 느린 시간과 오래된 풍경을 충분히 만끽한 뒤 다시 만난 런던은 낯익으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천천히 흐르던 시계는 다시 제 속도를 찾았고, 그 분주함마저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패션위크 출장으로만 찾았던 런던을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늘 차창 밖으로만 스쳐 지나던 런던아이와 빅벤을 바로 곁에서 올려다보며 압도적인 스케일에 감탄했고, 타워 브리지 야경 앞에서 멍하니 넋을 잃기도 했다. V&A 미술관과 헤이워드 갤러리, 뮤지컬 <디즈니 라이온 킹>까지. 예술적 영감을 머리와 가슴 속에 가득 채웠다. 런던의 숙소 ‘슈발 글로스터 파크(Cheval Gloucester Park)’는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완벽한 선택지였다. 넓은 거실과 주방, 세탁 시설까지 갖춘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로 조금씩 집이 그리워지던 8일 차 여행자에게 ‘집과 같은 편안함’을 선물해주었다.

여정을 마친 뒤 사진첩에는 1600장이 넘는 사진과 영상이 남았다. 그만큼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는 의미겠지. 사진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날의 공기와 향기, 웃음소리가 다시 떠오른다. 버진애틀랜틱 비행기에 오르던 설렘부터 바스의 느린 시간, 코츠월즈의 평온한 일상, 옥스퍼드의 깊은 역사, 런던의 활기까지. 이번 영국 일정은 오래 머문 여행이 아니라 오래 기억될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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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 Virgin Atlantic, Visit Britain, Visit Bath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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