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시와 젠데이아, 이자벨 위페르의 스타일리스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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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S AND STYLISTS
젠데이아와 셀린 디온의 인상적인 스타일 뒤에는 로 로치(Law Roach)가 있다. 쥘리에트 비노슈와 이자벨 위페르는 조나단 위게(Jonathan Huguet) 없이는 레드 카펫에 서지 않는다. ‘스타일리스트’란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왼쪽부터) 나오미 캠벨(샤넬, 2024 칸), 안야 테일러-조(돌체앤가바나, 2007 메트 갈라), 카메론 디아즈(샤넬 오트 쿠튀르, 2009 골든글로브), 키라 나이틀리(베라 왕, 2006 오스카), 이자벨 위페르(발렌시아가, 2024 베니스), 젠데이아(빈티지 뮈글러, 2014 칸), 크리스틴 스튜어트(샤넬)와 쥘리에트 비노슈(아르마니 프리베, 2014 칸), 이자벨 위페르(발렌시아가, 2022 칸).
제78회 칸 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그 화려한 개막식의 중심에는 심사위원장 쥘리에트 비노슈(Juliette Binoche)가 있다. 그녀는 12일 동안 낮이든 밤이든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 세례와 인터뷰에 노출된다. 그리고 레드 카펫에선 매번 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그녀가 입은 옷은 뭐지?” 바로 이 순간,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스타일리스트다. 쥘리에트 비노슈에게는 든든한 그림자이자 파트너인 조나단 위게가 있다. 그는 패션 매거진에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리베라시옹>의 자매지인 <넥스트>의 부록 화보에서 쥘리에트와 처음 작업했어요. 이후 그녀가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로 칸 레드 카펫에 설 때 스타일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어요.” 비노슈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 스튜어트는 샤넬의 화이트 룩을 입고 레드 카펫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에 조나단은 블랙&화이트의 그래픽한 룩을 구상했고, 쥘리에트와 아르마니 하우스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이를 구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레드 카펫 룩은 큰 호응을 받았고 그렇게 쥘리에트과 조나단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그가 말했다. “이건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하나의 ‘창의적 컬래버레이션’이에요.”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어느덧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숨가쁜 일정은 곧 조나단의 일정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칸 영화제 총책임자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emaux)가 쥘리에트를 심사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칸 영화제 준비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12일간 이어질 스타일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쥘리에트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어떤 이미지의 심사위원장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했죠. 정치적 상황도 꼼꼼히 살피며 부적절한 스타일은 피하려 했습니다. 패션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언어니까요.” 방향이 정해지면 조나단은 영화 의상, 빈티지 스타일, 신생 브랜드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모은 자료집을 만든다. “그 뒤 쥘리에트를 만나 구체적으로 다듬어요. 예를 들어 아주 여성스러운 룩을 원할지,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 요소를 섞을지를 정하죠. 당연히 브랜드도 고민합니다.” 브랜드는 쥘리에트가 평소 좋아하는 곳부터 조나단이 직접 눈여겨보고 발굴한 숨은 보석 같은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쥘리에트가 특정 브랜드와 계약하지 않은 덕분에 정말 자유롭게 스타일을 탐색할 수 있어요. 10년 동안 우리의 취향과 패션 감각이 함께 변해왔고, 그래서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었죠.” 그 다음은 두 사람이 정한 방향에 맞는 브랜드들과 소통하는 단계다. “제가 가장 설레는 순간은 페스티벌 두 달 전, 디자이너들이 보내온 스케치를 처음 보는 때예요. 우리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옷으로 구현됐는지 확인하는 순간 정말 짜릿하죠.” 이어지는 첫 피팅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여기서 옷의 핏과 실루엣, 소재가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첫 피팅에서 작업의 80%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이후 한두 번 더 피팅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요. 유명 브랜드와 작업할 땐 두 번째 피팅에서 이미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죠.”
조나단의 작업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건 배우와 패션 하우스 간의 깊은 인연이다. 과거엔 디자이너와 스타가 직접 우정을 나누며 스타일을 완성했다. 오드리 헵번과 위베르 드 지방시, 카트린 드뇌브와 이브 생 로랑 같은 전설적인 관계가 그 예다. 그들은 영화 속뿐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이 아이콘들을 스타일링하며 패션의 전설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이제는 스타일리스트, 헤어 아티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한 팀을 이뤄 스타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는 순간을 완벽하게 연출하는, 이른바 ‘글램 팀’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이 조화로운 협업이야말로 오늘날 스타들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핵심이다.
이 현상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 선구자는 레이첼 조다. 2003년 리얼리티 쇼 <The Simple Life>에서 니콜 리치(가수 라이오넬 리치의 딸이자 패리스 힐튼의 절친)를 완벽하게 변신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레이첼은 잡지사에서 경력을 쌓았고, 이후 린제이 로한, 제니퍼 가너 등에게 197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보헤미안 시크 스타일을 입혔다. 그녀는 니콜 리치의 체중을 급격히 감량시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후 니콜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첼은 2008년 브라보 채널에서 자신의 리얼리티 쇼 <The Rachel Zoe Project>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녀가 스타들과 작업하는 모습은 물론 다양한 패션 하우스와 협업하는 장면까지 공개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은 미국 연예계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 이후로 스타일리스트와의 협업은 스타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리고 레이첼은 자신의 이름을 건 슈즈와 백 라인을 론칭하여 블루밍데일스와 니먼 마커스 같은 프리미엄 백화점에 입점시키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현재도 카메론 디아즈, 키라 나이틀리, 앤 해서웨이, 마일리 사이러스 등 최정상급 셀럽들의 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다.
레이첼 조의 성공 이후 미국에는 수많은 스타일리스트가 등장했다. 줄리아 로버츠, 케이트 블란쳇, 제시카 채스테인과 일하는 엘리자베스 스튜어트(Elizabeth Stewart), 미셸 윌리엄스와 마고 로비를 담당하는 케이트 영(Kate Young), 리아나의 스타일리스트 멜 오텐버그(Mel Ottenberg), 벨라·지지 하디드, 킴 카다시안, 아드리아나 리마와 계약한 엘리자베스 설서(Elizabeth Sulcer) 등 화려한 이름이 이어진다. 그중 현재 가장 독보적인 스타는 로 로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출신으로 긴 생머리를 완벽하게 다듬은 그는 이미지 아키텍트(Image Architect)를 자처하며 젠데이아, 셀린 디온, 아리아나 그란데, 안야 테일러-조의 스타일을 담당해왔다. 그는 시카고에서 ‘딜리셔슬리 빈티지(Deliciously Vintage)’라는 빈티지 의류 가게를 운영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0년대 후반,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잇 걸들을 위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손길 아래 몇몇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만들어졌다. <듄: 파트 2> 런던 월드 프리미어에서 젠데이아가 선보인 레트로퓨처리즘 무드의 뮈글러 룩, 베트멍 후디를 입고 등장한 셀린 디온, 그리고 작년 칸 영화제 크로아제트에서 1996년 샤넬 첫 런웨이 때 입었던 줄무늬와 시퀸 장식이 돋보이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나오미 캠벨까지. 로 로치의 커리어는 눈부시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는 수많은 셀러브리티와의 협업은 물론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넓혀갔다. 그러던 2023년 3월 14일, 인스타그램에 돌연 은퇴 선언을 올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일이 옷에만 한정된 것이었다면 계속했을 겁니다. 하지만 정치와 거짓말 때문에 그만두려 합니다. 저는 떠납니다!” 한 편의 드라마였고, 디바스러웠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이 ‘막내동생’이라 부르는 젠데이아를 위해서만큼은 계속 스타일링을 맡겠다고 밝혔고, 활동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그는 자전적 에세이 <How to Build a Fashion Icon>을 출간했다. 이 책은 스타일링 노하우가 담긴 자기계발서이자 업계를 날카롭게 조명한 고발서에 가깝다. 특히 에이전트와 홍보 담당자 등 ‘중간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그들이 자신의 창조적인 비전을 가로막아왔다고 말한다. 스타일리스트로서 로 로치가 구축한 세계와 그 이면의 치열한 전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이다.
다시 조나단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쥘리에트와의 성공적인 협업 이후 그는 소피 마르소, 비키 크립스(Vicky Krieps), 아미라 카사르(Amira Casar), 이즐(Yseult) 등과 함께 작업해왔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위대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였다. “이자벨은 쥘리에트처럼 스타일링에 전적으로 몰입해요. 두 사람 모두 이 작업을 자신들의 일의 일부로 여깁니다. 마지막 선택은 늘 본인이 직접 하고요. 제가 ‘결국 의상을 고르는 건 그녀들 자신’이라고 늘 말하는 이유예요.”
이자벨 위페르는 조나단에게 있어 또 하나의 동화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의 인연 역시 칸 영화제에서 다시 이어졌다. 2016년,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엘르>를 통해 함께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 그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는 걸 직감했어요. 오스카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었죠. 실제로 그렇게 됐고요. 그래서 어워드 시즌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스타일링이 필요했어요. 이자벨과 저는 공식 석상을 하나하나의 장면처럼 연출하는 데 집중했죠. 모든 등장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또 화보 작업도 함께 많이 했어요.(조나단은 매거진 <Behind the Blinds>의 패션 에디터이기도 하다.) 그 작업을 통해서는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죠.” 그들의 협업이 절정에 달한 순간이자, 이제는 완전히 패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장면은 바로 이자벨 위페르와 뎀나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바로 통했어요. 정말 모든 게 순식간에 이루어졌죠.” 그 결과 발렌시아가를 입은 이자벨 위페르가 칸 레드 카펫에 등장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에메랄드 그린으로 완벽하게 스타일링된 그녀의 모습은 단숨에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인상적인 등장은 곧 발렌시아가와의 공식 앰배서더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자벨 역시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모든 기간 동안 함께 작업했어요.” 주로 단색(빨강, 하양, 검정)으로 구성된 스타일들로 그중에는 빨간 조거 팬츠에 ‘I ♥ Paris’가 적힌 검은 모자,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쓴 발렌시아가 룩도 포함되어 있었다.
조나단은 2024년 칸 영화제에서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모델인 이즐(Yseult)이 디올의 아이콘인 바 재킷을 입기까지의 모든 피팅 과정을 몇 시간이고 들려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바쁜 그의 일정을 위해 우리는 그를 곧장 쥘리에트의 피팅 현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지금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건 칸 영화제 2025에서 쥘리에트와 조나단이 함께 선보일 스타일이다. 힌트를 하나 주자면, 준비한 일정은 12일이 아닌 13일 분이다. 칸에선 언제나 변수가 생기니까. 특히 비가 자주 오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 기사는 칸 영화제 직전에 쓰인 것으로 <바자> 프랑스 5월호에 게재되었다.
Credit
- 글/ Olivier Nicklaus
- 번역/ 최지인
- 사진/ Getty Images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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