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은 '콘 브라'의 진실
콘 브라의 시작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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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 브라, 그 뾰족한 실루엣이 돌아왔다. 과거와는 다른 시각으로. 여성의 몸을 드러내는 이 아이템은,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미우미우 2025 F/W 런웨이에 등장한 콘 브라.
최근 SNS가 오랜만에 트렌드 이야기로 뜨겁다. 가십의 주인공은 ‘콘(cone, 원뿔형) 브라’. 가슴을 뾰족한 원뿔 형태로 강조하는 속옷이다. 네티즌들이 “‘불렛(bullet, 총알) 브라’가 돌아온다고?”라며 충격받은 그것이 콘 브라의 한 종류다. 이들이 당황스러우면서도 반가운 반응을 동시에 보인 건 유두가 ‘분명히 있지만 겉으로 보이면 안 되는 것’으로 여겨져왔기 때문일 터. 이를 감추는 것이 도덕이자 예의라고 여겼으니 더욱 파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언더붑(under boob)’과 ‘팬츠리스(pantsless)’ 트렌드도 이미 겪지 않았나. 처음엔 낯설고 놀라웠지만, 지금은 해외 셀럽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받는 K-팝 아이돌조차 즐겨 입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했다. 콘 브라에 네티즌들이 더욱 들썩이는 이유? 트렌드의 신호탄이 미우미우 2025 F/W 컬렉션에서 터졌기 때문이다. 언더붑도, 팬츠리스도 모두 미우치아 프라다 여사의 대담한 발상에서 시작돼 화제를 몰고 왔다.
콘 브라는 1940~50년대에 인기를 얻은 속옷 형태다. 과장한 원뿔형 실루엣이 특징으로, 가슴을 모아 앞쪽으로 돌출시킨다. 이 구조적인 디자인이 사랑받게 된 이유는 당대 유행하던 타이트한 의상과 매치했을 때 모래시계형 몸매를 강조해 (당시의 미학적 시선으로) 여성적 매력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여성이 여성답고자 했던 욕망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녀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경제·참정권을 확보하는 등 여권을 확장해나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배우가 곧 대중의 패션 롤모델이었던 만큼, 메릴린 먼로와 브리지트 바르도(Brigitte Bardot),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 등이 콘 브라를 착용한 것 또한 대중적 인기에 한몫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며 콘 브라의 인기는 시들었지만, 1990년 마돈나가 ‘블론드 앰비션(Blonde Ambition)’ 월드 투어에서 장 폴 고티에의 콘 브라 코르셋을 입고 등장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는다. 이때부터 속옷은 단순한 이너웨어가 아닌, 겉으로 드러나는 스타일링 요소로 기능했다. 속옷은 더 이상 ‘속’에 머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성 몸의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면서.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콘 브라의 재등장을 예견한 이들도 있었을 터다. 2년 전 킴 카다시안은 자신의 브랜드 스킴스를 통해 ‘니플(nipple) 브라’를 출시했다. 민망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 브라는 의외의 지지를 얻었는데, 바로 유방암을 겪은 여성들이 ‘잃어버린 여성성을 되찾았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보낸 것이다. 이후 콘 브라는 레드 카펫과 셀럽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듬해 열린 메트 갈라 이벤트에서 무려 세 명의 스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콘 브라 드레스를 선보였다. 카일리 제너는 튜브 톱 디자인의 우아한 롱 테일 드레스, 찰리 XCX는 데미지 디테일이 고어한 매력을 자아내는 드레스, 팔로마 엘세르(Paloma Elsesser)는 글래머러스한 보디를 강조한 미니 드레스를 선택했다. 올해는 도자 캣이 레오퍼드 브라 장식 보디수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K-팝 아이돌 또한 콘 브라 패션을 선점했다. 그룹 아이들의 소연은 ‘누드(Nxde)’ 뮤직비디오에서 장 폴 고티에와 로타 볼코바가 협업한 벨벳 뷔스티에 톱을 입고 퇴폐적 무드를 극대화했고, 에스파 윈터는 네이버-플레이리스트의 음악 방송 <엔팝(Npop)> ‘드라마’ 무대에서 슬리브리스 콘 브라 톱을 착용했다.
그렇게 콘 브라는 2025년 런웨이에서도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스키아파렐리는 오트 쿠튀르 S/S 쇼에서 삼각형 가슴 라인이 부각된 브라운 드레이핑 드레스로 우아한 분위기를 독특하게 자아냈다. 돌체앤가바나는 레디투웨어 S/S 시즌 마돈나를 오마주한 콘 브라를 보디수트·재킷·드레스 등 다양한 아이템에 장식했다. 플라워 프린트, 레이스와 레이어드해 페미닌한 관능미를 배가시키기도. 같은 시즌 발망은 언밸런스 재킷의 한쪽 가슴에, 바퀘라는 순백의 레이스에 콘 브라 패치를 깜찍하게 더했다. SNS 속 화제를 몰고 온 미우미우는 레디투웨어 F/W 시즌, 타이트한 캔디 컬러 니트 아래로 뾰족한 가슴을 대담하게 뽐냈다.



콘 브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낯설고 과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고, 반갑고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모두가 환호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찬반이 엇갈리는 그 경계에서조차 패션은 언제나 그랬듯 시대의 감정을 포착한다. 지금 우리가 다시 마주한 이 뾰족함은 단순한 복고의 반복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대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변화의 징후다. 모양은 과거를 닮았지만, 담긴 시선은 전혀 다르다. 여성의 몸은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주체로서 존중받기 시작했다. 콘 브라는 그 선언을 가장 대담하고도 아름답게 전하고 있다. 이 발칙한 실루엣이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도 무대 위, 그리고 거리에서 조금씩 전해지고 있다.
Credit
- 사진/ Getty Images(셀러브리티), Launchmetrics(런웨이)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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