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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 쇼가 그리는 가장 현실적인 청춘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를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5.04.20

청춘의 노랫말


누군가는 지나고 있고, 지나왔을 시절의 이야기. 5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은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여전히 현실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대학 시절 내가 알던 어떤 애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한다. 생각도, 욕심도,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 20대의 표상 같달까. 그와 둘도 없는 친구 시즈오는 이층침대를 나눠 쓰는 룸메이트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점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치코와는 연인처럼 지낸다. 셋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를테면 술에 취한 시즈오가 사치코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거나, 주인공 없이 둘이서만 술을 마시고 춤을 출 때. 콕콕 찌르는 장면과는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담백한 대화만 오가는 것은 이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집, 주인공이 일하는 서점, 클럽, 하릴없이 배회하는 홋카이도의 길거리, 술집.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다큐멘터리처럼 고요히 흐르기만 한다. 끝내 사치코와 시즈오가 연인이 되는 전개마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양 그려지듯이.

일과 사랑 어느 것에도 적극적이지 않은 답답하고 무력한 이들의 이야기는 2020년 개봉 이후 줄곧 시대를 대표하는 청춘 영화로 불리어왔다. 비겁하고 나약했던 우리 모두의 20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현실적인 청춘 영화. 이런 수식이 가능했던 건, 감독 미야케 쇼의 섬세한 연출 덕이다. 그는 술 마시고 당구 치고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고 클럽 가는 일이 전부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극적인 사건과 말맛 나는 대사로 표현하지 않았다. 말없이 가만히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여줄 뿐. 마지막 장면에서 사실은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말없이 응시하는 사치코의 표정은 수십 마디의 말보다 힘이 있다.

“너는 원하는 건 다 가졌다고 말하지(You tell me that you've got ev'rything you want)/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다고(And your bird can sing)/ 하지만 넌 날 이해하지 못해(But you don't get me)/ 정말 몰라, 나를(You don't get me)”

비틀스가 부른 같은 제목의 노래 ‘And Your Bird Can Sing’은 어쩌면 이 영화의 본질을 잘 설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름답고도 덧없는 젊음과 불확실한 관계, 복잡하기만 한 사랑, 이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도망치고 싶지만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상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가 다시 극장에서 상영된다. 5년 전에도 지금도 이 영화는 여전히 청춘을 이야기한다.

※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4월 16일 재개봉한다.

Credit

  • 사진/ 디오시네마
  • 디자인/ 이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