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선수 박가현이 꿈꾸는 것
여자 탁구 국가대표 막내. 포커페이스의 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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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High
20년이 채 되지 않는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절반 이상을 발레와, 탁구와, 보드와 함께한 사람들. 박윤재, 박가현, 김건희. 어떤 수식 없이 이름만으로도 충분할 날이 머지않았다.

박가현
운동을 하지 않을 땐 만화방에서 책을 읽고, 캐릭터를 그리고, 레고를 조립하며 시간을 보내는 2007년생 여자 국가대표 탁구선수. 한식도 좋지만, 힘이 들 땐 마라탕을 먹어야만 한다. 올해 1월 여자 탁구 국가대표팀의 막내가 되었다. 작년 11월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19세 이하 팀의 주장으로 활약해 대한민국 탁구 단체전 사상 첫 금메달 역사를 썼다.

셔츠와 니트가 붙어 있는 톱은 Charles Jefferey by BOOTHESHOP.
하퍼스 바자 지난 1월 여자 탁구 국가대표가 되었죠. 한 인터뷰에서 새해 소망이라고도 꼽았던 태극마크를 드디어 달게 됐네요.
박가현 처음에는 욕심이 컸던 것 같아요. 진짜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경기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게임을 할수록 경기를 하나씩 잘 풀어가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마지막 두 게임을 남겨두고 있을 때부터 서서히 긴장이 됐던 것 같아요. 국가대표 선발이 확정되었을 땐 울컥했어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책임감을 크게 느꼈어요.
하퍼스 바자 며칠 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소했다고 들었어요. 진천에서의 생활은 어때요?
박가현 새벽부터 야간까지 훈련의 연속이에요. 이번 주는 새벽 5시 50분쯤 일어났어요. 모든 종목 선수들이 다 같이 체조를 하면서 몸을 풀고, 밥 먹고 오전 연습을 하고 잠깐 쉬었다가 또 오후 연습을 해요. 저녁을 먹고선 야간 연습을 하고요. 처음이라 아직 힘들지만 국가대표 언니들이랑 같이 연습하니까 확실히 배우는 게 많아요.
하퍼스 바자 일찌감치 가현 양의 국가대표팀 합류를 예견하는 기사가 많았던 건 그동안의 활약 때문일 텐데요. 작년 11월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 대회가 대표적이죠.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단체전 우승을 거둔 데 큰 공을 세웠죠.
박가현 일단 준결승에서 중국을 이겼을 때부터 믿기지가 않았어요. 세계 1위 팀을 이긴 거잖아요. 결승 상대가 대만이었는데 힘들게 올라온 결승에서 질까 봐 다들 걱정이 많았죠. 거기선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았어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어요. “지면 지는 거지, 준우승도 잘한 거야!” 하면서요. 진심이었어요. 졌다고 욕하면 욕 먹어야죠 뭐. 그때도 게임 하나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최종적으로 우승이 확정되고 나서 뒤를 딱 돌았는데 소리 지르고 점프하고 다들 난리가 난 거예요.
하퍼스 바자 한국의 단체전 우승은 남녀 통틀어 21년 만에 최초였으니까요. 혼자 2승을 잡아내며 매치스코어 3대 1, 역사적인 첫 우승을 확정지었죠. 순간의 기분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박가현 그때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처음 들어봤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나중에 꼭 한 번 더 듣고 싶다, 아니 이왕이면 계속 듣고 싶다! 했죠.
하퍼스 바자 기세를 이어 12월에는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탁구선수권에서 여자단식 4강까지 진출했죠. 그때부터는 한국 여자 탁구의 미래라는 수식까지 따라붙었고요. 점점 주목받기 시작할 땐 어떤 마음이었어요? 오늘 촬영과 인터뷰를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감정을 크게 내비치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편 같긴 한데.(웃음)
박가현 그런 말 많이 들어요.(웃음) 근데 속으로는 감정적으로 많이 동요되거든요. 긴장도 많이 하고요. 제가 제자리에서 뜀뛰기를 하고 있으면 긴장했다고 보시면 돼요. 열을 내면 확실히 긴장이 풀리더라고요. 그리고 “할 수 있다”를 백만 번 외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속으로요.(웃음)

크롭트 후디는 Golden Goose.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퍼스 바자 아버지인 박경수 한남대 탁구팀 감독, 어머니인 정혜승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 현역 탁구선수인 오빠까지. 가족 모두가 스포츠 쪽에 몸담고 있죠. 그 영향인지 네 살 때 라켓을 처음 잡았다고 들었어요. 어린 시절 탁구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나요?
박가현 제대로 탁구를 시작한 건 일곱 살 때로 기억해요. 그보다 더 어렸을 때도 탁구를 늘 가까이했던 것 같긴 한데. 대체로 장난 삼아 놀려고 탁구대 위에 올라가 앉아 있던 기억 정도예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탁구를 가까이하다 보니 국가대표 되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렇게 잘하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막연하게 ‘나는 탁구 국가대표가 되어야 하는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6학년 때쯤 탁구가 재미있다는 걸 알았어요. 실력도, 게임에서 이기는 횟수도 늘었거든요. 그전까지는 억지로, 힘들게 한 거였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때부터는 진짜 제 의지로 탁구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공이 튈 때 나는 소리가 좋다는 생각도 처음 했어요. 경기 중에는 공 튀는 소리가 아주 세게, 팍팍 꽂히거든요. 그 소리가 듣기 좋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요즘은 어떨 때 ‘탁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가현 저는 일상에서 못하는 게 너무 많거든요. 일단 운동만 봐도 다른 종목은 웬만하면 못해요. 그럴 때마다 아, 탁구 하길 잘했다. 탁구 해서 다행이다….(웃음)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 잘 풀릴 때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너무 재미있어서요. 요즘은 조금 즐길 줄도 알게 된 것 같고요.
하퍼스 바자 반대로 탁구가 싫어지는 순간도 있겠죠. 욕심과는 달리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답답할 땐 어떻게 이겨내는 편인가요?
박가현 일단 마라탕을 먹고, 그 다음엔 아빠랑 대화를 해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빠를 붙잡고 징징대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언제부턴가 아빠의 위로도 와닿지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시간을 겪으면서 알게 된 건 다 지나간다는 거예요. 힘든 순간은 물론이고 기쁜 순간도요. 그러니까 어떤 것에도 답답해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한 인터뷰에서 “선수로서의 최종 꿈은 올림픽 메달”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3년 뒤 LA올림픽이 열리는데요. 그때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요?
박가현 우선 5월에 있는 세계선수권 대회를 잘 마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요. 8강을 목표로 하고, 그 이후에는 늘 그래 왔듯 한 게임, 한 게임 집중하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왜 목표가 8강이에요?
박가현 얼마든지 더 높게 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더 큰 목표를 뱉어도 되겠다 싶을 때까지 실력을 쌓고 나서 더 크게 잡아볼래요. 사실 전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생각은 이 정도까지만 해두고, 매일 매일 즐겁게 탁구를 하는 데 집중하는 게 좋아요.
하퍼스 바자 하루 중 가장 기대되는 순간은 언제예요? 반복되는 훈련과 일상을 버티도록 만들어주는 것요.
박가현 언니들이랑 “오늘 밥 뭐 나오지?” 할 때요. 선수촌 밥이 진짜 맛있거든요. 매 식사 때마다 기대돼요. 그러니까 매일 기쁜 순간이 적어도 세 번은 있는 거죠.
Credit
- 사진/이용희
- 헤어/ 안민아(박윤재), 이에녹(박가현, 김건희)
- 메이크업/ 하은빈
- 스타일링/ 이종현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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