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나물
돌나물의 풋풋한 흙내음, 방풍나물의 매캐한 한약 냄새, 알싸한 은달래 향. 봄이 왔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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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나물
봄에 냄새가 있다면 그건 나물의 향이다. 서울 전통 시장에서 이제 막 땅을 박차고 나온 봄나물을 보고 듣고 맡았다.

은달래
동그란 모양이 꼭 알사탕 같다. 은달래는 달래를 1년 더 기른 뒤 수확한 것이다. 알싸한 맛과 향이 배로 진하다. 경동시장 야채골목 입구 이름 없는 가게의 상인은 은달래 한 움큼을 손에 쥐고 자랑해 보인다. 매운맛이 강해 몸에 열을 내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자양강장 효능이 있어 작은 마늘이라고도 불린단다. “우리 집에서 제일로 귀한 거예요. 그냥 달래보다 더 비싼 이유가 뭐겠어. 훨씬 맛있어서지. 시원한 오이랑 같이 새콤달콤하게 무쳐서 먹어봐요. 간 세지 않게. 거짓말 아니고 힘이 펄펄 나.”

두릅
4월 중순은 되어야 나온다는 두릅이 버젓이 시장 가판대에 올라와 있다. 자세히 보니 땅두릅이다. 나무에서 수확하는 밑동이 짧고 굵은 두릅과 달리 땅에서 자라고 줄기는 얇다. “독활이라고 들어봤어요? 땅두릅을 다르게 부르는 말인데,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이 꼿꼿하게 자란다 해서 독활(獨活)이거든. 다 녹지도 않은 땅을 뚫고 새순을 틔웠다는 게, 얼마나 힘이 세다는 거예요. 먹으면 그게 다 내 거가 되는거지.” 잘 데친 두릅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먹으니 금세 식욕이 돈다.

냉이
봄에 냉이를 먹어야 환절기 감기를 피할 수 있다며 이 무렵 식탁에 늘 냉이된장국을 올리던 엄마의 말을 이제는 믿는다. 자취를 시작하기 전까지 환절기 감기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았던 걸 보면 냉이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분명한 효능이 있다. 뿌리가 가느다랗고 잎이 짙은 녹색을 띨수록 좋다지만, 최상의 냉이를 고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향이다. 온갖 냄새로 뒤섞인 시장에서 일순간 코를 뚫고 들어온 향긋한 냄새에 홀린 듯 봄냉이 한 근을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택시를 탔다. 차 안에서 기분 좋은 봄 내음이 난다.

방풍나물
해변 모래밭이나 바위 틈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다. 요즘은 내륙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지만, 달콤쌉싸름한 맛은 거친 바닷바람을 맞은 것만 못하다. “방풍은 사실 한두 달 뒤에 먹어야 더 맛있어. 지금 나오는 건 맛도 향도 4월에 난 것만 못한데, 그래도 한 봉지 가져가 봐. 살짝 데쳐다가 된장에 무쳐 잡수면 티도 안 나.” 비릿한 바다 내음을 기대했지만, 한약 냄새에 가까웠다. 피부로 봄이 느껴질 즈음엔 이 매캐한 향이 훨씬 짙어진다는 얘기다. 상상만 해도 미간이 찌푸려진다면 지금이 가장 맛있는 방풍나물을 먹을 기회일지도.

돌나물
돌나물 제1의 효능은 집 나간 입맛을 찾는 데 있다. 만사가 귀찮은 날엔 새콤한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돌나물에다 밥을 비벼 먹으면 그만이다.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잖아요. 흐르는 물에 살랑살랑 씻어 가지고 초고추장 살짝 뿌려서 조물조물 하면 끝이에요. 가격도 얼마나 싸요. 한 바구니에 2천원.” 봄에 돋은 새싹처럼 여리고 풋풋해 보이지만 돌에도 뿌리를 내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딱딱하게 얼어붙은 땅을 녹여 만물을 꽃피우는 봄이 딱 그런 계절 아닌가.

미나리
청도 미나리는 알아도 물미나리와 돌미나리의 차이는 몰랐다. 전자는 논에서, 후자는 습지나 밭에서 자란다. 그러니까 영화 <미나리>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건 돌미나리다. “둘 다 맛있는데 나는 밭에서 큰 게 향이 더 좋더라고. 청도 미나리가 제일 맛있다는 것만 알면 돼요. 밭에서 베가지고 바로 삼겹살 싸 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고 싱싱하거든.” 사실 모든 미나리의 생김새와 맛은 비슷하다. 지하수를 먹고 자라 줄기를 씹으면 물기가 느껴질 정도로 촉촉하고 시원하다는 점도.
Credit
- 사진/황병문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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