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메종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집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풍기는 디올 메종과 베이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Cordelia de Castellane). 자신의 매력적인 파리 집으로 <바자>를 초대했다.

프로필 by 김경후 2024.12.03
거실에서 포즈를 취한 코델리아 드 카스텔란.

거실에서 포즈를 취한 코델리아 드 카스텔란.

파리에 위치한 코르델리아 드 카스텔란의 아파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빛이다. 맑은 날이면 궁전처럼 높은 창문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좌안(Left Bank, 센강 아래쪽에 있는 파리의 남쪽)의 석회암 담장과 정문을 거쳐 버건디색 카펫과 철제 난간을 지나 유리 랜턴이 매달려 있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나타나는 이곳은 조용한 골동품 거리와 마주하고 있다. 동시에 그녀의 아파트는 에펠탑과 오르세 미술관, 그리고 새로 지어진 올림픽 경기장 등 주요 명소를 불과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요지에 있다.
지난 7월, 파리는 1백 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하며 1천6백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다. 개최 전 도시 전체에 조용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작업을 위해 고요한 환경을 선호하는 드 카스텔란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제게는 매우 조용한 환경이 필요해요. 올림픽 기간 동안 파리를 떠나야 할지 고민했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역사적 순간이기에 적어도 첫 주 정도는 파리에 머물기로 했어요.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신 없을 테니까요.”
한때 위베르 드 지방시가 소유했던 벨벳 소재의 녹색 놀(Knole) 소파에 몸을 기댄 그녀는 우아하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다. 시크한 모노크롬 미니스커트에 오랜 시간 동안 수집한 브레이슬릿을 믹스 매치했으며, 파자마처럼 편안한 실루엣의 핑크색 버튼다운 셔츠를 입은 채 머리는 1960년대 스타일을 완벽하게 구현한 듯했다. “저 지금 파자마 입고 있어요! 샤워하고 메이크업까지 했는데 다시 이걸 입었네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플로럴 벽지가 돋보이는 침실 입구.

플로럴 벽지가 돋보이는 침실 입구.

꽃을 사랑하는 그녀의 침실.

꽃을 사랑하는 그녀의 침실.

드 카스텔란은 가족과 파리에 정착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완벽하게 적응했다. “작은 마을 같아요. 코너에는 빵집과 꽃가게가 있고,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 옆에는 제가 좋아하는 서점이 있어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그곳에서 ‘금주의 책(Book of the Week)’을 사곤 해요.” 주말에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45분 떨어진 그녀의 시골집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스위스 산맥에서 자라며 배운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가득 채워 넣는다. 24세의 장남 스타니슬라스부터 13세의 막내 바딤까지 네 자녀와 함께 그곳에서 종종 시간을 보내곤 한다.
프랑스의 가장 저명한 가문 중 하나인 앙리 백작(Count Henri)과 아탈란타 드 카스텔란 백작부인(Countess Atalanta de Castellane)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매우 창의적인 혈통을 지녔다. 어머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으며, 그녀의 증조할아버지는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에밀리오 테리(Emilio Terry)이고 그녀의 사촌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Victoire de Castellane)은 디올 오트 주얼리(Dior Haute Joailleri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이처럼 어릴 적부터 온갖 창조적인 세상 속에서 성장했다. “어릴 때 가족들은 저를 전 세계 곳곳으로 데려갔어요. 프랑스, 영국, 심지어는 폴란드로 떠나기도 했죠. 전 세계를 다니며 저는 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아름다움은 우리를 고양시키죠.”
드레스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드 카스텔란.

드레스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드 카스텔란.

열다섯 살 여름, 그녀는 샤넬에서 인턴을 경험한다. 1년 뒤 디자이너 에마뉘엘 웅가로의 팀에 합류하며 작업실에서 일을 도왔다. “그와 그의 아내와 함께 일을 했던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배움의 시기였어요. 저는 10년 동안 그곳에 있었는데 애착이 생겨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었죠.” 그러던 2006년, 그녀의 아이들이 여섯 살과 세 살이 되었을 때 아동복 브랜드 CdeC를 론칭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2012년, 디올은 그녀에게 베이비 디올 라인의 리론칭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제가 해본 일 중 가장 흥미로운 일이었어요. 제 목표는 디올의 놀라운 품질과 장인정신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죠. 우리는 쿠튀르는 물론 아름다운 드레스와 기성복을 만들지만 저는 과한 디자인을 선보이지 않아요. 아이들의 순수함을 유지하는 것이 저에겐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죠.”
5년 후 그녀는 디올 메종도 맡게 되며 보물 같은 여러 홈 라인 제품을 만들었다. “이건 마치 행복한 바자회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이 있거든요. 꽃을 찾아요? 여기에 있어요. 그래픽이 담긴 제품을 원해요? 그것도 있어요. 누군가에게 줄 작은 선물을 원해요? 그것 또한 디올 메종에서 찾을 수 있죠.” 그녀는 19세기 중반과 그 이전의 인테리어 트렌드, 그리고 오산나 비스콘티(Osanna Visconti)나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가 컬렉션을 위해 협업하는 예술가들로부터 영감을 받는다. 허나 그녀의 개인적 비전은 본능이라고 말한다. “저는 결코 제 자신을 인테리어 디자이너라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하는 작업을 직업 또는 일이라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창조되는 거라 여기죠.”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테이블스케이프(테이블을 아름답게 꾸미자는 개념의 신조어) 인테리어에서도 그 점은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4월, 그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베네치아 헤리티지 펀드(Venetian Heritage Fund)와 디올의 그랑발(Grand Ball)을 위해 해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화려한 테이블 디자인을 선보였다. “6백여 명을 위한 큰 행사를 진행할 때는 당연히 컬러를 고려해야 문제가 없지만, 작은 저녁 모임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고민하지 않아요. 그냥 식탁보를 깔고 꽃 몇 송이를 올릴 뿐이죠.”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식탁.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식탁.

드 카스텔란이 부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 카스텔란이 부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녀의 집 인테리어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그녀는 가족의 골동품과 자신의 디자인을 벼룩시장에서 찾은 아이템과 결합하여 사용한다. 당장 둘 데가 없더라도 나중에 사용할 프로젝트를 위해 보관한다. 여기에는 가족들이 버리려고 했던 물건도 포함된다. “이제 가족들은 물건을 버리기 전에 제게 먼저 허락을 구해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처음 아파트 열쇠를 받았을 때, 그녀는 창고에 있던 모든 물건으로 방을 가득 채웠다. “‘그냥 다 가져오세요!’라고 했어요. 다 가져오고 나서야 무엇을 남기고 버려야 할지 선택할 수 있었죠.” 그녀가 선택한 물건 중 크림 컬러의 이탈리아산 부클레 소파는 줄무늬 인도 마하다비 쿠션과 화려한 이란산 블랭킷으로 장식했고, 카사 로페즈(Casa Lopez)의 레오퍼드 무늬 러그와 대비를 이룬 빈티지 포르투니 샹들리에, 18세기 네덜란드 테이블과 17세기 대형 장식용 문 두 개도 그녀가 남긴 골동품이었다. 이 공간을 위해 그녀가 특별히 구매한 것은 거실에 놓인 거대한 무화과나무다. “이 나무는 저의 마스터피스예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저는 뭔가 특별한 것을 원했어요. 그러자 플로리스트 에릭 슈뱅(Eric Chauvin)이 이 나무를 알려줬죠” 나무를 어떻게 계단을 통해서 옮겼는지 묻자,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웃는다. “모두가 저를 미워했을 거예요!(웃음)”
거실에 걸려 있는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 컬렉션이 오히려 운반하기가 더 쉬웠다.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파 위에 걸린 에론 영(Aaron Young)의 작품이었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예수, 체 게바라, 또는 찰스 맨슨으로 보일 수 있는 그림이다. 또한 필라 알바라신(Pilar Albarracin)의 2018년 시리즈에서 천장에 우아한 자세로 매달린 여성들을 담은 역동적인 대형 사진도 놓여 있었다. 다른 여러 벽에는 디올을 위해 드 카스텔란이 제작한 패브릭 시리즈가 뒤덮여 있다. 다이닝룸에는 환상적인 생주리(singerie,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는 우스꽝스러운 원숭이를 그린 그림), 욕실에는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리넨 혹은 캔버스 소재에 다양한 패턴을 프린트한 직물), 침실에는 플로럴 패턴의 벽지로 도배했으며 침대 스커트도 동일한 패턴으로 장식했다. 이 직물은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가족의 유품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이를테면, 그녀가 18번째 생일에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인 가루스트 & 보네티(Garouste & Bonetti) 거울, 욕실 세면대 위에 놓인 은으로 만들어진 가족 사진 액자, 그리고 침대 옆에 놓인 그녀의 할아버지가 사용한 나무 책상 등이 있다.
거대한 무화과 나무가 놓인 거실.

거대한 무화과 나무가 놓인 거실.

물론 그녀의 방대한 옷 컬렉션을 위한 넓은 수납 공간도 필요했다. 침실 맞은편 방에는 수많은 색상의 펌프스, 화려한 드레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에마뉘엘 웅가로의 옷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아주 좋아해요. 청바지와 셔츠, 그리고 작은 발레리나 플랫 슈즈 같은 스타일이요. 저는 항상 새로운 패브릭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과해지거든요.” 그녀는 파리에서는 주로 자라나 바이 마리(By Marie) 같은 멀티 브랜드 편집숍, 그리고 빈티지 부티크에서 쇼핑을 즐긴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니셜이 수놓인 셔츠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공간을 거닐며 그녀가 의미와 역사를 지닌 피스들을 소개할 때, 드 카스텔란이 무엇보다도 이러한 것들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을 좋아해요.”

Credit

  • 글/ Brooke Theis
  • 번역/ 채원식
  • 사진/ Kate Martin
  • 스타일리스트/ Grace Clarke
  • 헤어&메이크업/ Corinne Fouet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