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상하이로 떠난 브루넬로 쿠치넬리

‘가능한 지속가능하게(ASAP, As Sustainable As Possible)’를 모토로 오직 옷의 본질에만 집중하며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패션 하우스 브루넬로 쿠치넬리. 중국과의 깊은 인연을 기리기 위한 상하이로의 여정에 <바자>가 함께했다.

프로필 by 김경후 2024.11.23
브루넬로 쿠치넬리 2025 S/S 컬렉션.

브루넬로 쿠치넬리 2025 S/S 컬렉션.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10월의 상하이. 시쿠멘(Shikumen, 중국과 서양의 건축 양식이 결합된 상하이 특유의 주택 스타일)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생경한 건물로 가득한 징안(Jingan)의 골목길에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선율이 귓가를 맴돌았다. 현악4중주가 울려 퍼지며 게스트를 맞이한 곳은 바로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2025 S/S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현장. 강렬한 레드 턱시도 재킷을 입고 환한 미소를 띤 디자이너 쿠치넬리를 비롯해 각 분야를 대표하는 게스트로 북적이던 공간은 조명이 어두워지자 바닥을 가로지른 하얀 카펫이 런웨이로 변모했다. 웅장한 재즈 음악과 함께 선보인 새로운 컬렉션은 우아함과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보기만 해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캐시미어 소재와 편안한 실루엣, 해변의 낮과 밤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과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해안가를 떠올리게 했고, 보다 가까이에서 컬렉션을 만나보고 싶게 했다.
 상하이 이벤트 현장에서 디자이너 브루넬로 쿠치넬리가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트럴한 컬러가 돋보이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새로운 컬렉션.
쇼가 끝난 뒤 따스한 향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이동하자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2025 S/S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수작업으로 직조한 직물이 걸려 있는 액자와 컬러 캐시미어가 가득 들어 있는 유리 기둥. 이는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투영한 오브제였는데, 한 벌의 스웨터를 완성하기까지 최대 32시간이 소요되는 점만 하더라도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리비에라와 신비로운 사막의 조화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이번 여성 컬렉션은 내추럴한 뉴트럴 컬러 팔레트가 눈길을 끈다. 토바코와 다크 브라운, 베이지로 완성한 톤온톤 스타일링은 부드러운 캐시미어와 울, 시어한 오간자 등 소재를 색다르게 연출했다. 비즈와 메탈릭 원사를 한땀 한땀 수놓은 니트웨어, 가벼운 여름날을 표현한 나뭇잎 패턴 그리고 우아함을 더해준 액세서리까지 하우스 특유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심플한 코트에 깃털 드레스를 매치하거나, 남성적인 실루엣의 테일러드 재킷을 반짝이는 시퀸 소재로 완성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면모 또한 돋보였다. 프레젠테이션 이벤트가 끝나고,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초청한 게스트를 위해 디너 파티를 열었다. 서울에서 날아온 배우 박성훈을 비롯해 배우 장쯔이와 우한쿤(Wu Hankun), 올림픽 메달리스트 에일린 구(Eileen Gu)까지. 모두들 쿠치넬리가 직접 만든 파스타와 다양한 이탈리아의 음식을 함께하며 낭만적인 상하이의 밤을 보냈다.
중국과의 깊은 인연은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도 계속되었다. 건축과 도시 계획으로 저명한 통지대학교에서 개최된 ‘헤리티지 리이매진: 문화 및 건축 유산 부흥 심포지엄(Heritage reimagined: Symposium on the revival of cultural and architectural heritage)’의 초청 연사로 쿠치넬리가 참석한 것. 그의 고향이자 브랜드가 설립된 이탈리아의 도시 솔로메오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강연을 통해 디자이너가 항상 강조하는 인본적 자본주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Credit

  • 사진/ ⓒ Brunello Cucinelli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