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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웹의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 <레드 룸스>

사라지지 않고도 나를 지울 수 있는 곳. 다크웹의 어두운 현실을 증거하는 영화 <레드 룸스>.

프로필 by 안서경 2024.10.04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포털사이트 뉴스 페이지에서 극악무도한 댓글을 아무렇지 않게 봐야 하던 때가 있었다. 잔혹한 범죄 사건에 우수수 달린 댓글을 지나치지 못하고 본 날엔 인류애를 상실하곤 했다. 현대인이라면 숨 쉬듯 타인의 일상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저변에 있는 가치관까지 관음하는 환경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한번쯤 집요하게 익명의 대상에게 집착해본 경험이 있다면 <레드 룸스>를 보고 불편한 기시감을 느낄지 모른다.
해커와 모델 일을 겸하는 켈리 앤은 한 재판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스너프 필름’을 촬영한 죄로 기소된 슈발리에 사건이다. 그는 3명의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는 과정을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정에 참석하는 켈리 앤은 슈발리에를 추종하는 팬 클레멘타인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범죄 동영상이 널린 다크웹 사이트 ‘레드룸’을 헤매며 사건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된다. 현실의 무게나 불안 따윈 없는 곳.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붉은 라이트가 번지는 방 안에서 켈리 앤은 가장 편안한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레드 룸스>는 개봉 직후 판타지아국제영화제, 시체스영화제 등 심리 스릴러 장르 영화로 전 세계 영화제 14관왕을 수상했다. 잔인한 폭력이나 유혈 장면 없이, 영화는 주인공의 내면을 추적한다. 감독 파스칼 플란테는 코로나로 세계가 봉쇄된 기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크웹에서 살아가는 걸 보고 각본의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골상학, 홍체 등 생체 정보에 따라 프로파일링 기술이 발전하듯이 다크웹을 떠도는 영상이 거래되는 환경 역시 고도로 발전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온전히 독립될 수 있는가?”

※ 영화 <레드 룸스>는 10월 9일 개봉 예정이다.

Credit

  • 사진/ 영화사찬란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