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프리즈 라이브에서 달밤의 공연을 선보이는 제시 천
아트 위크를 앞둔 네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완성에 도달해가는 작품을 앞에 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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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영주권을 가진 사람으로 살며, 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 전통 음악이나 춤은 제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주제였어요. 저도 모르게 원형적인 걸 찾아간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 전통 무용수이자 수도승이셨거든요. 한지라는 소재도 계속 다루고 싶었는데, 작년에 엄마가 그러더라고요. 할아버지가 20년 동안 한지 공장을 했다고요.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시: Concrete Poem>은 직접 기술을 지닌 무당을 찾아가 종이오리기 기법(설위설경)을 전수받아 완성한 작업이다.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종이를 오리며 혼을 부르고 태우는 의식에서 영향받은 것으로, 해독이 불가능한 아세믹(asemic)한 글자들을 한지 위에 흑연으로 채운 다음 글자를 하나씩 오려내는 수행적인 작업이다. “일종의 언어에 대한 ‘명상’이에요. 선을 긋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잘못 자르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그럼에도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너무 좋아요. 언어가 다른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면서, 이 작품은 내가 만든 ‘포털’이라 여기며 작업하죠.”

<시: concrete poem (no.042024)>, 2024, Graphite on hand-cut ottchil dyed hanji, aluminum frame, 75x37cm. Image courtesy of the artist and Commonwealth and Council.
한국에 머물며 제시 천의 관심사는 점점 우주적이고 원초적인 것으로 향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탈식민주의’라는 키워드를 오랜 시간 탐구해왔어요. 이 주제에 몰두해본 사람들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나아가 요즘은 서양이 만든 타임라인이 존재하기 전, 이전의 시간은, 언어는 어떤 형태였을까? 시간이 날 때마다 절에 가서 스님들과 이야기하며 ‘순환’이라는 주제, 비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에 대해 대화하곤 해요. 얘기가 잘 통하거든요.(웃음)” 물·불·흙·나무·쇠로 이루어진 음양오행에 영향받아 작업의 재료 또한 점점 자연적이고 동양적인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푸른색으로 옻칠 염색한 한지를 매만지고 그 위를 흑연으로 드로잉하고, 갖가지 생김새의 돌에 영상을 투사한다.


Credit
- 글/ 안서경
- 사진/ 이구노
- 헤어&메이크업/ 장하준(제시 천)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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