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STAINABILITY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2024 파리올림픽

‘올림픽’과 ‘친환경’은 양립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에 전 세계가 함께하는 축제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오는 7월 26일부터 시작되는 2024 파리올림픽에 모든 답이 있다.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발판을 만들기까지 파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프로필 by 고영진 2024.07.10
파리올림픽 서핑 경기는 유럽이 아닌,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서 개최된다. 유독 높고 빠르다는 파도만이 이유는 아니다. 인근 유럽 대도시 지역에 비해 지구 반대편 타히티에서 경기를 개최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타히티에서 경기를 할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관중이 예상됩니다. 자연스레 새로운 시설 건축이 거의 필요하지 않겠죠. 이전 대회에서 가장 큰 낭비는 건설이었습니다. 우리는 수학적·물리적 계산을 거쳤고 목재, 저탄소 시멘트 및 재활용 재료를 사용했을 때 기존 방법에 비해 탄소배출량을 30%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파리올림픽 환경 우수성 총괄 디렉터인 조지나 그레논(Georgina Grenon)의 말에서 파리올림픽이 주목하는 가치를 찾았다.
2024 파리의 목표는 심플하다. 2012 런던, 2016 리우 올림픽에 비해 탄소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이고, 배출되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을 상쇄하는 것. 이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선포이기도 하다.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는 건설부터 케이터링, 운송, 조달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탄소 예산을 대폭 줄여야만 실현 가능하다. 이를 지키기 위해 화석 연료 대신 풍력과 태양광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설비 인프라, 식단, 교통 등 대회가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에서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나섰다. ‘지속가능성’이 대회의 준비와 실행, 이후 목표 수립의 전 단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2024 파리올림픽 개최 유치의 일환으로 2017년 진행한 올림픽의 날 행사 전경. 센강을 따라 수상 육상 트랙을 설치했다.

2024 파리올림픽 개최 유치의 일환으로 2017년 진행한 올림픽의 날 행사 전경. 센강을 따라 수상 육상 트랙을 설치했다.

덜 만들고 더 활용하기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사용되는 건물의 95%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설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폐막 후 개당 5백억원을 들여 만든 경기장을 그대로 폐허로 만들어야 했던 사례를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덕분에 우리는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에펠탑에서의 비치발리볼, 그랑 팔레에서의 태권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나머지 5%에 해당하는 새 건축물은 선수들의 숙소와 수영센터다. 파리 북동부 외곽에 새로 짓는 수영 경기장 ‘아쿠아틱 센터’는 5천 제곱미터 규모의 태양광 패널로 덮인 지붕을 갖췄고, 목재를 비롯한 바이오 기반의 저탄소 자재를 활용했다. 올림픽 기간 1만4천5백 명, 패럴림픽 기간 9천 명의 선수와 스태프를 수용하게 될 선수촌에는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등장했던 골판지 침대가 또 한 번 등장한다. 논란이 되었던 내구성을 개선해 최대 25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매트리스는 폐어망을 재활용했다. 실내에는 전력 소모가 심한 에어컨 대신 선풍기 8천2백 대를 들였다. 햇빛을 많이 받지 않도록 건물을 배치했고,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70m의 지하수를 끌어 올려 건물 바닥을 순환시킴으로써 실외보다 6℃가량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새로 짓는 두 시설은 올림픽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 지구 및 공공 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레스토랑, 상점, 레저 센터가 들어선다면 실업률 개선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파리 국회 앞에 걸린 올림픽 현수막. 도시 곳곳은 축제 분위기다.

파리 국회 앞에 걸린 올림픽 현수막. 도시 곳곳은 축제 분위기다.

경기장 이동은 대중교통으로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와 입장권을 소지한 관중은 대회 기간 동안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선수촌에서 각 경기장까지 대중교통으로 최대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고, 이 기간 운영되는 모든 대중교통은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다. 선수와 관객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다.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에어택시’ 서비스도 제공한다. 에어택시는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항공 이동 수단. 여객 운송을 위해 공항과 공항 사이를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소형 항공기다. 올림픽 기간 동안 샤를드골공항, 르부르제공항, 아우스터리츠 선착장, 파리 헬기장, 베르사유궁전 5곳을 거점으로 운항한다. 조종사 1명이 승객 1명을 태우는 데 드는 요금은 약 16만원. 이를 시작으로 10년 내 파리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출가스와 소음 없는, 도시형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승마 경기가 개최되는 베르사유궁전.

승마 경기가 개최되는 베르사유궁전.

아보카도 없는 선수촌 식단
탄소발자국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식단에도 드러난다. 프랑스산 식재료 80%, 선수촌 식당 250km 이내에서 재배된 제철 식재료의 비율 25%를 지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생산 과정에서 많은 물이 필요하고, 수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대량의 탄소를 발생시킨다고 알려진 아보카도는 이러한 이유에서 제공되지 않는다.
비건 옵션을 확대하고 육류 함량을 줄인 메뉴로 구성하는 저탄소 식단도 선보인다. 케이터링에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절반으로 줄였고, 관중은 일회용품 대신 재사용 가능한 컵을 소지해 식수대에서 원하는 만큼 음료를 가져갈 수 있다. 애초에 버려지는 음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량을 정교하게 측정하고, 남은 음식은 재활용하거나 동물 사료 및 퇴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파리 북부 외곽에 지어진 올림픽 선수촌.

파리 북부 외곽에 지어진 올림픽 선수촌.

올림픽, 그 다음은?
2024 파리올림픽은 수천, 수만 명이 함께하는 국제 대회 운영에서 어떤 기후적 행동의 선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는 지속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이벤트로 이어졌다. 대회 기간 동안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고자 숲과 바다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2021년부터 탄소 발생에 취약한 지역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지역사회의 생태계 복원을 위한 후원도 이어오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앱, ‘클라이메트 코치(Climate Coach)’를 출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클라이메트 코치는 시설이나 장비처럼 스포츠 경기 준비에 활용되는 정보값을 입력하면 그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예측하고 가장 큰 배출원을 분석해주는 앱이다. 어떤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지도 제안해준다. “2024 파리의 계획은 전에 본 적 없던 차원이다.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 토마스 바흐의 말처럼, 파리올림픽은 폐막 이후 더 나아간 다음을 내다보게 만든다는 데 분명한 의의가 있다.

Credit

  • 사진/ Getty Images, Paris 2024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