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까르띠에의 전시를 볼 예정이라면 클릭!
돌에서 보석으로, 보석에서 다시 하이주얼리로. 그 드라마틱한 변화 과정에는 시간 그리고 인간의 손이 필요했다. 자연과 인간이 만나 만들어낸 가장 빛나는 합주를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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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름다움이든 발견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흔하디흔한 돌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낸 건 인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동물은 아무리 화려한 돌이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인간만이 돌에서, 그것도 수억 년 동안 결정화(結晶化)한 돌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그 아름다움은 유일무이한 가치가 되었다. 사실 무수히 많은 돌은 인류 이전, 지구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돌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가 담겨 있다. 44억 년 전에 생성된 가장 오래된 광물 지르콘에서부터 운석과의 충돌로 생긴 몰다바이트, 고대 이집트인의 수호석이었던 라피스라줄리, 지각의 맨틀에서 탄생한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경이로운 보석의 지위를 얻었다. 이 아름다운 여정에 대해 눈부시고 빛나게 풀어내는 까르띠에 전시가 다가올 5월 시작된다.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은 까르띠에 컬렉션으로 불리는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 및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자들의 현대 작품을 포함한 약 3백여 점을 한데 모아 까르띠에 스타일이 갖는 강력한 문화와 창조적 가치를 선보인다.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2019년 도쿄국립신미술관(Tokyo National Art Center, Tokyo)에서 선보인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되는 전시다. 이번 전시의 스토리는 시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까르띠에의 주얼리는 장대한 시간을 거쳐 탄생한 보석과 경이로운 자연, 세계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장인의 독보적인 공예 기술로 결합한 결정체이다. 그 처음을 보여줄 전시의 프롤로그 섹션에서는 까르띠에의 예술성, 창의성, 뛰어난 기술의 정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을 만날 수 있다. 까르띠에의 클락은 단순한 장식예술을 넘어 현재가 순식간에 과거가 되고,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가는 시간의 신비한 진리를 표현한다. 시곗바늘은 마치 무브먼트에 연결되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시작점에서 우린 이미 시간의 신비로움을 온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음으로 전시는 ‘소재의 변신과 색채’라는 첫 번째 챕터로 이어지며 소재와 색채를 다루는 까르띠에만의 독보적인 노하우를 소개한다. 메탈을 다루는 섬세하고 세련된 기술, 스톤 가공 기술, 다양한 장식과 여러 가지 보석의 색채를 활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섹션이다. 20세기부터 까르띠에가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플래티넘을 활용하는 기법, 규화목과 같은 독특한 소재, 다양한 보석을 이용한 대담한 색채 조합(블루 사파이어와 그린 에메랄드, 또는 형형색색의 투티 프루티)까지, 참신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향한 까르띠에의 실험은 계속된다. 다이아몬드는 순수한 탄소로만 이뤄진 천연 광물로 ‘부스러지지 않는다’는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했다. 어원처럼 다이아몬드는 고대인 사이에서 ‘강인한 정신력과 승리’를 상징하는 보석이었다. 천국의 색으로 불리는 사피어어는 강력한 수호석으로 로마 교황과 연금술사가 특히 좋아하는 돌이었고, 에메랄드는 고대 이집트에서 번영과 생명의 상징이었다. 그 덕에 에메랄드는 클레오파트라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이토록 보석은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까르띠에식 디자인 언어와 장인의 손길이 보태어졌을 때, 비로소 돌은 완전한 ‘시간의 결정’이 된다. 까르띠에는 글립틱, 에나멜링, 그래뉼레이션, 오가닉 소재 상감 세공 등 세대를 거쳐 내려오고 확장되는 메종의 장인정신이 담긴 특별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전통공예 분야의 최고 기능 보유자로 인정하는 ‘메티에 다르(Métier d’art)’ 칭호를 받은 장인의 감독 아래 극소수의 장인들이 공방을 이끌고 있으며, 장인정신을 발전하고 전승시키기 위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순수한 선과 형태의 창조적 본질을 찾아 떠나는 까르띠에의 여정을 관람할 수 있다. 자연 세계에서 드러나는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에센셜 라인’과 ‘스피어’, 주얼리의 구조적 요소에 주목하여 주얼리가 어떻게 그 자체로 건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뉴 아키텍처’, 움직임이 착시를 통해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떻게 작품에 표현되는지를 알아보는 ‘옵틱스’, ‘혼돈 속의 조화’, ‘일상에 깃든 아름다움’에서는 젬스톤이나 디자이너로부터 출발한 우연한 사건이 주얼리 디자인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산업 분야나 패션계의 쿠튀르 등 주얼리 세계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온 영역에서 메종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까르띠에 디자인의 원동력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세계의 문화,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까르띠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까르띠에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독특하고 혁신적인 작품을 탄생시켜왔다. 동아시아, 인도, 중동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등 1백50년이 넘는 까르띠에의 기록을 살펴보면 셀 수 없이 다양한 지명이 등장한다. 까르띠에는 여전히 이 지역들의 건축, 신화, 패턴과 색상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챕터에서는 한국에서 영향을 받은 특별한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한 까르띠에는 자연이 창조한 기적의 산물들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추상적인 해석을 곁들여 주얼리 디자인으로 풀어낸다. 오키드로 대표되는 식물 모티프를 비롯해 맹렬하면서도 기품 넘치는 팬더, 목을 유연하게 감싸는 뱀, 야생의 그래픽적 호랑이 등 자연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까르띠에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 역시 이번 챕터의 키 피스들이다.

인류와 보석의 상관관계를 더없이 아름답게 풀어내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디자인은 도쿄에 이어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설립한 건축 회사 신소재연구소에서 맡았다. 보석은 누군가에게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믿음의 표상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드는 유혹의 도구로서 늘 인류 역사와 함께해왔다. 돌에서 보석으로, 보석에서 하이주얼리로 변모하는 자연의 서사를 담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석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더 깊어질 듯하다.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민정
- 사진/ © cartier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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