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레포시'의 이유 있는 자신감, CEO 앤 드 베제롱과 나눈 이야기

예술의 경지에 오른, 하이주얼리 끝판왕! 레포시의 이모저모.

프로필 by 제혜윤 2024.04.26
LVMH 그룹의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 레포시(REPOSSI)의 CEO 앤 드 베제롱이 서울을 찾았다. 지난 23일 분더샵 청담에서 VIP를 대상으로 열린 프라이빗 트렁크 쇼에서 만나 ‘레포시'와 '세르티 수르 비드(Serti sur Vide)' 컬렉션에 관해 물었다.
이번에 한국을 직접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히 한국에서 레포시의 하이 주얼리 피스들과 아이코닉 컬렉션 전시를 선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두 가지 이유로 한국을 찾았다. 첫 번째로 작년 11월, 레포시가 한국에 론칭하며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 매장을 열었고 첫 행사라 직접 보고 싶었다. 더욱이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새로운 컬렉션과 작품을 선보이며 레포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레포시와 한국은 유사한점도 많고 관련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파급력 있는 브랜드와 함께 핸드메이드 부분에 관심이 많고, 우리가 주로 영감받는 현대 미술, 모던 아트와 미니멀리즘 건축 등 이런 모던함에 대한 애착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에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점 쳐보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여러 네크리스를 레이어링 한 듯 보이는 '세르티 수르 비드' 목걸이와 이어 커프.

여러 네크리스를 레이어링 한 듯 보이는 '세르티 수르 비드' 목걸이와 이어 커프.

레포시 브랜드를 ‘한 단어’ 또는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
‘Modern Twist’. 레포시는 예술적, 건축적 영감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레포시의 주얼리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착용까지 해 본다면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레포시가 다른 하이주얼리 브랜드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차별점을 말하기 전, 공통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레포시는 모든 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파리와 이탈리아에 있는 공방에서 스톤을 선별하는 엄격한 과정들이 파리 방돔 광장에 있는 하이 주얼리 브랜드와 공통적으로 가져가는 부분이다. 반면 가장 큰 차별점은 우리는 완전히 추상 브랜드라는 것이다. 어떤 영감을 받았을 때 표현하는 방법이 비유적, 현실주의에 기반하기보단 추상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예를 들어 꽃을 좋아하지만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애정하는 동물을 형상화한 피스는 만들지 않는다. 레포시는 주로 미니멀한 건축, 일부 현대 예술가들에게서 영감 받은 부분을 추상적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점이 브랜드가 여느 브랜드와는 가장 다른 점이다.

마치 손 위에 다이아몬드가 떠 있는 듯 보이는 세르티 수르 비드 링. 시선을 사로 잡는 세르티 수르 비드 이어 커프. 이번 달부터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앙티페 핑크 돌드 네크리스 마더오브펄'.
올해로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이 10주년을 맞았다. ‘세르티 수르 비드’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자리 잡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레포시의 시작점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의 '세르티 수르 비드' 컬렉션은 가장 전통적인, 클래식한 주얼리 기법을 재해석했다. 예를 들어 동그란 링에 다이아몬드가 하나 달린 보석을 ‘솔리테’라고 하는데, 보석 세공사와 장인들이 스톤을 고를 때, 손가락을 붙인 채 손가락 사이 위에 올려 보는 전통적인 제스처를 링 형태로 재창조했다. 더불어 원석이 주렁주렁 매달린 샹들리에 이어링은 가장 클래식한 귀고리 형태 중 하나인데, 드롭 모양의 스톤들을 위로 올려 이어 커프 형태로 디자인했다. 결혼할 때 끼는 웨딩링도 마찬가지. 여느 웨딩링들은 솔리테가 모두 가운데 있지만 레포시는 한쪽으로 틀어서 있고, 보석을 잡아주는 라인이 없다 보니 다이아몬드가 손 위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이렇게 주얼리 디자인에서 ‘클래식'하고 보편화된 부분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표현하니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고 ‘세르티 수르 비드'가 레포시의 시그너처 라인이 되었다.

뿔을 더한 원형의 모습을 교차 시켜 놓은 게 특징인 앙티페 컬렉션 네크리스, 링, 이어링.

뿔을 더한 원형의 모습을 교차 시켜 놓은 게 특징인 앙티페 컬렉션 네크리스, 링, 이어링.

여러 개 레이어링 해 착용할 수 있는 앙티페 링과 뱅글.

여러 개 레이어링 해 착용할 수 있는 앙티페 링과 뱅글.

'세르티 수르 비드' 외 레포시의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이나 디자인을 꼽는다면?
‘베르베르’가 가장 애정 하는 컬렉션이었다. 컬렉션의 영감이 된 미국의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장 많이 착용하는 컬렉션은 ‘앙티페’다. 하나의 뱅글을 여러 개 레이어링 해서 착용하면 유니크하게 어떤 룩에든 활용할 수 있다.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조합이 특징인 세르티 수르 비드 네크리스, 링, 이어링 하이주얼리 라인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조합이 특징인 세르티 수르 비드 네크리스, 링, 이어링 하이주얼리 라인

레포시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가치는 무엇인가?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윤리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가는 것. 영어 속담 중 ‘결과가 좋으면 방법은 다 정당화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느냐의 여부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바르게 일하는 방식을 통해 매일 함께 일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이 한 브랜드의 리더로서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주얼리 업계 CEO 중 여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이 소유한 기업인들, 여성들이 운영하는 회사와 함께 가능하면 많은 일을 하고 지원하려고 한다. 한 가지 예로 아프리카에 여성들이 운영하는 사파이어 광산과 협업해 ‘세르티 수르 비드’ 라인 중 작게 사파이어 컬렉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요즘 하이주얼리 브랜드들도 지속가능성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레포시 또한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브랜드로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있다면 어떠한 노력과 행동이 있는가?
하나의 지속가능성은 레포시가 만드는 모든 원석과 보석이 추적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린 아프리카에서 땅을 파괴하지 않고 원석을 채굴하고 있다. 오래된 광산으로 폭발물을 사용하지 않고 아주 간단한 도구로 땅을 파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재활용 금도 찾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금의 절반은 재활용 금에서 나오고 있고, 이 비율을 점점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구는 하나밖에 없고,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자원을 최대한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작은 것들을 통해 지구를 보존하고자 한다. 다만 랩다이아몬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추적 가능한 방법으로 소싱하고 있는 다이아만으로도 필요한 물량을 모두 확보하고 있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지만, 향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레포시 CEO 앤 드 베제롱(Anne de Vergeron)

레포시 CEO 앤 드 베제롱(Anne de Vergeron)

투자은행가로서의 경력이 다채롭다. 이러한 경력이 레포시 경영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가? 자신만의 브랜드를 이끄는 경영 차별점 또는 강점이 있다면?
전통적인 주얼리 CEO와는 다르게 역량을 쌓았지만, 자연스러운 변화 과정이었다. 17년 동안 투자 은행에서 일했지만 명품에 특화되어 있었고, LVMH 그룹의 사업 개발과 관련해 일을 해왔다. LVMH에 합류하면 좋을 차별화된 브랜드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식과 다른 각도, 틀을 약간 벗어나 브랜드를 바라보는 게 내 강점이자 레포시에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레포시는 ‘무엇’과 경쟁한다고 생각하는가?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방돔 광장에 있는 다른 브랜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수공예와 금, 스톤 소싱 측면에서 비슷한 접근법을 가진 브랜드들 말이다. 주얼리를 사고 싶은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땐 같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서 주얼리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자 중 일부는 아트 갤러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예산을 가지고 있다면 작품과 주얼리를 같은 선상에 놓고 구입을 고민할 것 같아, 디자인 갤러리나 미술관과 경쟁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레포시의 5년 뒤, 10년 뒤 모습을 상상해 봤는가?
우선 바쁜 5년을 보냈으면 좋겠다. 핸드메이드와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인 한국과 일본 등에서 브랜드를 확장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에도 레포시를 전개하고 싶다. 5년 뒤에는 한국에 더 많은 이들이 레포시를 착용하고 즐겼으면 한다.

레포시를 사랑하는 셀럽, 다양한 인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우리 브랜드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 앰배서더는 없지만 케이트 블랑쉐, 리한나, 제니퍼 애니스톤, 알리사 비칸데르 같은 셀럽들과 운동선수 니마르, 정치인 등 다양한 인종과 직업군의 인물들이 함께 떠오른다.

각 국가를 상징하는 도시의 컬러를 지정해 제작한 베르베르링 리미티드 에디션.

각 국가를 상징하는 도시의 컬러를 지정해 제작한 베르베르링 리미티드 에디션.

터키석을 닮은 청록색의 모나코 베르베르링 석양 빛을 표현한 피치 컬러의 마이애미 베르베르링 말차 그린 컬러를 띈 도쿄 베르베르링
지난해 서울에 브랜드를 처음 공식 론칭하며 한국 진출을 기념해 보랏빛의 ‘서울 에디션’ 베르베르링을 준비했었다. 앞으로도 한국만을 위한 컬렉션 또는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 있는가?
사실 베르베르 특별 에디션은 코로나 때 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만든 컬렉션이다. 라벤더 컬러는 서울, 피치 컬러는 마이애미, 말차 그린 컬러는 도쿄, 버건디는 런던, 쨍한 블루 컬러는 뉴욕, 터키석을 닯은 청록색은 모나코 등 각 국가의 메인 도시마다 특별한 컬러를 지정해 제작했다. 한국에서 베르베르 링 외에도 다른 특정 라인을 전개할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기하학적 구조와 모던한 실루엣으로 완성한 라 린느(La Ligne) 컬렉션 직선 형태가 손가락을 길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는 라 린느의 디자인 직선 형태가 얼굴 라인을 예뻐 보이게 하는 라 린느의 이어링 디자인 변형을 준 라 린느의 링
확실히 주얼리는 직접 착용해 봐야 더 예쁜 것 같다. 한국에는 매장이 하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갤러리아 명품관 매장 다음으로, 매장을 넓히고 확장할 계획이 있는가? 다음 매장을 생각하고 있다면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바자>에 먼저 귀띔해달라.
서울에서 매장을 확장하고 싶다.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국에 론칭을 무사히 했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서울에 머무는 동안 많은 장소를 소개받을 예정이라 사흘 후에나 만나야 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도 너무나 좋은 옵션이지만, 파리 방돔의 매장과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위치나 유니크한 장소, 플래그십 스토어도 좋은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11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첫 선을 보인 레포시 매장

작년 11월,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첫 선을 보인 레포시 매장

한국 사람들에게 레포시는 어떤 브랜드로 기억(각인) 되었으면 하는가?
궁극적으로 룩에 힘을 실어주는 브랜드. 조용한 럭셔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레포시를 아는 사람은 알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다 우리 브랜드를 알아야 된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본인의 취향을 믿고, 우리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이런 장인 정신을 좋아한다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통상적으로 ‘럭셔리'하면 떠올리는 브랜드보다 ‘내 취향을 반영한 브랜드’로 가장 먼저 생각되면 좋을 것 같다.

Credit

  • 사진/ 레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