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부쉐론이 표현한 주얼리의 본질, '파워 오브 쿠튀르' 컬렉션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주얼리의 본질을 표현하고, 다양한 스타일링 방식을 제시하는 부쉐론의 새로운 하이주얼리 컬렉션 ‘파워 오브 쿠튀르(The Power of Couture)’가 공개되었다.

프로필 by 이진선 2024.02.22
그로그랭 리본을 형상화한 ‘노우드(Noeud)’ 브로치.

그로그랭 리본을 형상화한 ‘노우드(Noeud)’ 브로치.

2023년 ‘기쁨’에서 영감을 얻은 까르뜨 블랑슈(Carte Blanche) ‘More is More’ 컬렉션을 통해 신선하고도 유쾌한 하이주얼리를 선보인 부쉐론. 2024년, 남다른 영감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트 쿠튀르 기간에 파리에서 만난 그녀는 전통적인 ‘예식 의상’에서 새로운 컬렉션의 아이디어를 얻었음을 밝혔다. 이름하여 ‘파워 오브 쿠튀르(The Power of Couture)’라 명명된 이스뚜와 드 스틸(Histoire de Style) 하이주얼리 컬렉션은 락 크리스털과 다이아몬드를 주조로 한 모노크롬 테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쿠튀르는 부쉐론 역사의 핵심이기도 하다. 프레데릭 부쉐론의 아버지인 루이 부쉐론은 1817년부터 파리에서 포목상으로 일했고, 1822년부터는 실크와 레이스를 다루는 사업으로 확장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것이 프레데릭에게 큰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섬세하고 유연한 주얼리 제작 방식이나 그가 19세기 내내 골드와 스톤을 가공한 뒤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은 디테일을 창조하는 데 몰두했던 것도 이러한 환경 때문이었을 것. 총 24개의 피스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 역시 클레어의 대담하고 세련된 해석이 돋보인다. 그녀는 다소 딱딱해 보이는 예식 의상에 가미된 섬세한 장식들에 주목했고, 쿠튀르 하면 으레 떠오르는 골드 장식의 바로크 스타일을 배제했다. “부쉐론의 아카이브에서 리본, 니트, 그로그랭, 폼폰, 레이스 등 다양한 모티프를 만날 수 있었죠. 네 번째로 선보이는 이스뚜아 드 스틸 컬렉션에서는 요란하지 않은 차분한 방식으로 쿠튀르 테마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그 결과로 탄생한 하이주얼리들은 보기에도 아름답거니와 다양한 착용 방식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예로 메달에서 영감을 받은 메다이으(Medaille) 네크리스는 이를 구성하고 있는 15개의 펜던트 중 2개의 메달리온을 분리해 브로치로 연출 가능하며, 예식 의상에 더해진 브레이드 디테일의 장식 끈을 재해석한 에귀예트(Aiguillette) 네크리스는 2개의 브로치와 락 크리스털 브레이슬릿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컬렉션 제작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딱딱한 골드와 스톤에 패브릭의 특징을 불어넣는 것이었습니다.” 클레어의 소감처럼 패브릭과 같은 느낌을 주는 주얼리도 만나볼 수 있었다. 마치 레이스를 표현한 듯한 하이 칼라 모양의 꼴(Col) 네크리스와 털실로 짠 듯한 니트 형태의 초커인 트히꼬(Tricot)가 대표적인 예. 여기에 쿠튀르의 상징적인 요소인 리본을 생생하게 재현한 노우드(Noeud) 네크리스, 가지 자수 장식에서 영감을 받은 브로드리(Broderies)까지, 탄성을 자아내는 하이엔드 주얼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15개가 한 세트인 ‘부통’ 버튼 장식. 브로치 혹은 헤어피스로 활용가능한 ‘브로드리’. 라 장식을 형상화한 ‘꼴’ 네크리스. 다이아몬드와 락 크리스털이 세팅된 ‘메다이으’ 메달리온. 브레이드 장식 끈을 재해석한 ‘에귀예트’ 브로치.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스는 단추와 어깨 견장을 형상화한 부통(Boutons)과 에폴렛(Epaulettes). 다이아몬드와 락 크리스털이 세팅된 15개의 화이트 골드 버튼으로 구성된 부통은 그야말로 단추를 닮았다. 실제 단추처럼 셔츠나 재킷 소매의 버튼홀에 장식하거나 넥타이에 더할 수 있고, 헤어 장식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깨 견장인 에폴렛은 클레어가 1902년 영국 왕세자비였던 테크의 메리(Mary De Teck)를 위해 제작한 왕관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어깨를 장식하는 하이주얼리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참신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견장은 브레이슬릿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주얼리의 본질을 표현하고, 다양한 스타일링 방식을 제시하는 부쉐론의 행보는 분명 하이주얼리 세계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Credit

  • 사진/ ⓒ Boucheron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