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육각형 인간 보고서

외모부터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까지 여섯 가지 측면이 모두 완벽한 ‘육각형 인간’. 이를 선망하는 육각형 인간 신드롬이 불러일으킬 미래는? <트렌드 코리아 2024>의 공동 저자 이수진 박사와 나눈 이야기.

프로필 by 조서연 2024.01.29
완벽함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는데 올해 육각형 인간 신드롬이 도래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에 대한 동경이 강력해졌다는 점이 이전에 추구한 ‘완벽성’과의 차이점이다. 이것은 경제적인 변화로 파생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자산 폭등 시기를 겪고 고물가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내가 진짜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되었’음을 강하게 감지하게 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판단이 들수록 부자에 대한 선망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를 선망하는 것은 계층이동 감소를 뜻하며, 동시에 계층이동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주로 젊은 연령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산층 계층의식 및 계층이동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생애주기 동안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가장 낮은 집단이 Z세대다. 안타깝지만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지속될 현상이라고 예측한다.
빼어난 외모, 좋은 성격, 작사·작곡 능력, 외국어 실력, 좋은 집안까지 갖춘 ‘완성형 아이돌’을 종종 ‘육각형 아이돌’로 부를 만큼 이 단어가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들 외에도 동경의 대상은 사회 곳곳에 침투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인간을 ‘육각형 ’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그래프에서 모든 기준 축이 끝까지 충족되어야만 정육각형이 형성되지만, 육각형 인간이라는 개념을 표현할 때 필수적으로 여섯 가지가 충족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완벽’에 대한 정의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편화된 기준점은 존재한다.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진 희화화되고 서열화된 콘텐츠가 이를 증명한다. ‘소득별 자동차 계급도’를 살펴보면 ‘벤츠 G바겐을 보유한 월급 2천만원 이상’인 자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육각형 인간의 등장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소비문화에도 큰 변화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올드머니 룩’이다. 상류층을 대변하는 이 룩이 왜 패션계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는지 관찰해보면, 이 역시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적 상황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예뻐서”라거나 “클래식해서”라고 구매 이유를 내놓지 “계층이동의 사다리라서”라고 말하진 않을 테지만.(웃음)
“좌절의 표현이자 일종의 놀이가 된다는 점”에서 육각형 인간에 우울감을 표하는 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편향된 가치관 또는 기준을 지정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행위는 상실감과 박탈감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신드롬을 슬기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지만, 사회적으로 이 개념이 공론화되어 ‘현재 이런 지점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자존감 회복 차원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은 실패를 용인하는 것이다. ‘극복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실천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건강한 육각형 인간 그래프는 어떤 형태일 거라고 생각하나?
첫 번째는 육체적 건강, 두 번째는 심리적 건강이다. 내가 현재 SNS에 중독되어 있지 않은지 사용량을 파악하고, 어제 대비 내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측정하는 기준점을 세우며, 매일 꾸준하게 해온 습관을 오늘도 달성했는지 확인하는 등 기준을 잡아놓는 노력 자체가 건강한 삶으로 향하는 증표이다. 마지막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이다. 내가 타인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생각해보는 것. 이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인간형이 진정한 육각형 인간 아닐까?

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 사진/ Getty Images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