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톱은 Wooyoungmi.
태풍이 오기 전날 밤이네요. 오늘 촬영 어땠어요?
사진을 잘 못 찍는 편인데 찍히는 건 좋아하거든요. 해 지는 동안 옥상에서 촬영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쑥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하면 과감해지지 못하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화보는 생방송이 아니니 자세를 다르게 고쳐보면 되니까요. 이렇게, 저렇게.
최근 하반기 공개 예정인 드라마 〈내 친구의 졸업식〉 촬영을 마쳤죠. 휴가는 다녀왔어요?
7월에는 광주에 있었어요. 중간에 단막극 〈시작은 첫키스〉 촬영하러 목포도 다녀오고, 올 초에는 웹드라마 〈소리사탕〉을 찍으러 제주도에 있었고요. 집돌이인 편이라 요즘 집에서 일상을 누리는 게 저에게는 휴가예요.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반지는 Bulletto, Portrait Report.
가을에 일 년 만에 솔로 2집 앨범을 내요.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프로듀서, 엔지니어와 이제 막 회의를 시작했어요. 1집이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 좀 더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R&B풍의 감성적인 곡들을 좋아하는데 이건 그냥 좋아하는 거고, 퍼포먼스가 제 강점이니 그 부분을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난해 선보인 1집 솔로 미니 앨범 〈MERIDIEM〉은 앤유를 위한 편지 형식 느낌의 곡들이 많았어요. 가사도 대부분 직접 쓰고요. 곡을 작업하는 김종현만의 방식이 있나요?
앨범의 키워드가 정해지면 정해진 기간 몰두하는 편이에요. 가장 하고 싶은 건 공감 받는 음악을 만드는 거예요. “음악으로 치유가 된다”는 말이 진짜 어울리는 음악이요. 음악을 들을 때도 장르보다 가사에 유심히 집중하는 편이에요.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으면 내내 듣고요.
저로서는 굉장히 만족하는 활동이었어요. 그러니까 성적이나 무대에서의 실수, 그런 걸 다 떠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힘들면 지치기도 하고 예민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함께 앨범을 만든 스태프와 같이 호흡한다는 의미를 깨달은 것 같아요. 그래서 2집이 부담도 되지만 기대가 더 커요.
재킷, 셔츠, 넥타이는 모두 Bottega Veneta.
지금 플레이리스트 맨 위에 있는 곡은 뭐예요?
한동근의 ‘관계’라는 노래요. 드라마 속 캐릭터의 상황과 어울려서 우연히 듣고 좋아했던 곡이에요. 〈내 친구의 졸업식〉에서 맡은 김민구 역할이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웃사이더 역할이거든요. “사랑하는 일들은 당연한 일이잖아/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 때론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서 살아가는 거야 / 누구나 그런 거야.” 이 가사가 공감 가서 중요한 장면을 찍을 때도 계속 들었어요.
재작년 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로 연기에 도전한 이후 촬영을 이어오고 있어요. 아이돌로 각인된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연기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건 의외예요.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그룹 활동을 하면서는 그게 우선이니까. 솔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부족함이 많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시작해본 거예요. 오디션도 많이 보고 있고, 감사하게 제안도 받게 되고요.
춤을 좋아해 잘하고 싶었고, 아이돌이 되었죠. 배우라는 직업에 이끌린 이유는 뭐예요?
배우들이 흔히 ‘그 인물로 살아본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그게 무슨 느낌일까 늘 궁금했거든요. 캐릭터를 깊이 알게 되는 과정이 좋아요. 작가님이 쓴 의도를 짐작하면서 다양하게 해석해볼 수 있는 점도 좋고요. 현장마다 다른 앵글을 쓰는 것도, 팀 성향에 따라 촬영 현장이 달라지는 걸 보는 것도 재미와 배움이 있어요.
데님 셔츠,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Bally.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내 친구의 졸업식〉에서 박철민 배우와 연기했어요. 어떤 경험이었나요?
선배님이 항상 먼저 “종현아, 대본 한번 맞춰보자” 하고 말해주셨는데 그게 너무 감사했어요. 선배님의 텐션에 따라 연기가 달라지기도 하고, 맞춰나가면서 최종적으로 좋은 신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결과를 어떻게 정할 수가 있을까요? 아직 저는 진행 중이니까 제가 모든 일을 하지 않게 될 때쯤 제가 해온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셔츠, 재킷, 팬츠, 넥타이, 슈즈는 모두 Bottega Veneta. 반지는 Marsmark.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상대와 합을 맞출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있나요?
나와 합을 맞출 의지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느껴지잖아요. 직감으로. 같은 목표를 바라보면 뭐든 저는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싸우게 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는요. 어느 한쪽만 아쉽게 되는 상황은 진짜 별로죠. 그게 제일 잘 맞았던 경험이 1집 활동이었고요.
왠지 리더십이 느껴지는 답인데요. 뉴이스트 시절 리더의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혼자 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이끄는 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 있어요?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이것밖에 못할까’ 부족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이거밖에 안 했으니까 못하는 거지’ 하고 덤덤히 생각하려 해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 더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려 하고요. 아까 촬영할 때 밤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집에서 차분히 생각하기 좋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요? 여전히 게임도 즐겨 하나요?
배틀 그라운드도 하고, 롤도 하고.(웃음) 생각이 많을 때 빠져나오기 제일 쉬우니까요. 요즘은 못 본 드라마를 챙겨 보고 있어요. 〈멜로가 체질〉을 이제야 정주행하고 있어요.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혼자 대사를 따라 해보기도 하고요. 걸어다니면서 뱉어보고 멍때리면서도 해요.
요즘 종현 씨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예요?
가장 행복한 순간… 어렵네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행복한 순간이 되게 많거든요. 촬영장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팬분들과 라이브 방송을 할 때, 또 곧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겼는데 그때를 생각해도 행복하고요.
재킷, 팬츠는 Recto. 벨트는 Bell&Nouveau. 목걸이는 Portrait Report. 반지는 Portrait Report, Wooyoungmi.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4년 전 〈바자〉와의 인터뷰에서는 “공연장에서 팬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굉장히 부드러운 눈빛들을 하고 계세요. 이분들이 나에게 엄청나게 큰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라고 답했어요.
아, 그건 절대적으로 행복해요. 다른 물질적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요. 강아지들도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안다고 하잖아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눈을 마주할 때 행복감이 하나로 크게 뭉쳐지는 기분이에요.
열다섯 살에 길거리 캐스팅이 된 이후로 어느덧 데뷔한 지 11년째예요.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스물아홉, 이제 만 나이니 스물여덟이 되었죠. 20대를 지나며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20대에 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 점이 감사해요. 머물러지 있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나아가고 싶어요. 30대에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지금 같은 마음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