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의 시대가 다시 열리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바비의 시대가 다시 열리다

핑크빛 물결을 타고 다시 찾아온 바비코어가 올여름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BAZAAR BY BAZAAR 2023.06.03
평범한 가정의 건아로 태어났지만 성격이 유들유들했던 탓일까. 오락 게임은 물론 고무줄, 인형놀이까지 섭렵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여자 친구들이 애지중지 가지고 놀던 바비인형에 눈독을 들이기도 했다. 1959년 미국에서 탄생해 넘어온 그 인형이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 그 바비가 지난해 초 실사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개봉까지는 일 년이 넘는 시간이 남았지만 촬영 현장에서 포착된 사진 한 장이 모두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바로 영화 〈바비〉 주인공으로 발탁된 마고 로비가 핑크 카우걸 룩을 입은 사진이 SNS 상에 퍼진 것. 이 사진은 “싱크로율 100%”라는 반응과 함께 한동안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실제로 패션 검색 사이트 ‘리스트(Lyst)’에 따르면, 마고 로비의 사진이 공개된 뒤 자사 사이트의 ‘핑크’ 검색량이 416%나 증가했다고. 틱톡에선 ‘바비코어(Barbiecore)’라는 해시태그가 5백만 개를 훌쩍 넘기는 기염을 토했고 이는 곧 ‘바비코어’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바비코어는 말 그대로 인형 ‘바비’ 이미지를 따라한 코드로, 선명한 핑크 컬러에 1980년대가 투영된 레트로한 페미닌 스타일이라 이해하면 된다.
패션계 또한 이를 기다렸다는 듯 런웨이와 스트리트를 핑크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눈이 시릴 듯 애시드한 핑크를 필두로 미니스커트와 슬립 드레스, 깅엄체크 패턴과 플랫폼 힐까지 바비를 상징하는 룩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지난 5월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파라마운트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샤넬의 2023/24 크루즈 컬렉션은 바비코어에 힘을 실어주는 쇼였다. 풍성한 컬로 부푼 헤어, 에어로빅과 롤러스케이트를 즐길 법한 보디수트와 레그 워머는 물론 체크와 스트라이프 패턴, 옴브레 등 다양하게 전개된 핑크(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쇼 노트를 통해 핑크를 좋아하는 컬러라고 언급했다) 룩까지. 마치 화창한 캘리포니아에 사는 바비들을 보는 듯했다. 베르사체의 2023 S/S 컬렉션은 브랜드의 황금기였던 2000년대로 회귀한 듯한 쇼를 선보였는데, 20여 년 전 리얼 바비라 불렸던 패리스 힐튼이 피날레 모델로 등장해 모두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쇼장은 물론 선보인 룩의 절반 이상을 ‘핑크 PP’ 컬러로 채운 발렌티노의 2022 F/W 컬렉션과 지난 1월 바비와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바비코어 피스를 선보인 발맹까지. 바비코어가 이토록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여전히 주류로 머무는 Y2K 트렌드와 1980년대 유행했던 레트로 스타일이 함께 맞물려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것과 더불어 전형적인 미(美)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젠지세대가 디젤이나 블루마린, 쿠레주 등 다시 부활한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헤일리 비버, 킴 카다시안, 카일리 제너, 앤 해서웨이 등 수많은 셀럽들이 핑크로 물든 룩을 입고 SNS나 리얼웨이에 포착된 것도 한몫을 더했다. 리스트의 콘텐츠 에디터인 모간 스피드(Morgane Speed)는 “Y2K 패션의 부상부터 영화 개봉에 이르기까지 바비는 스타일의 뮤즈가 되었다”라고 말하기도. 또 다른 이유를 들기 전에 바비를 한번 떠올려보자. 금발머리에 푸른 눈, 그리고 핑크색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이처럼 핑크는 그야말로 바비코어의 ‘핵심’과도 같다.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은 2023 올해의 컬러로 ‘비바 마젠타(Viva Magenta 18-1750)’를 발표하면서 “최악의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의 분위기 속 용감하고 낙관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컬러”라고 밝혔다. 미국의 생태사회학자 알렉산더 샤우스 박사의 행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핑크는 뇌에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을 촉진시켜 화를 가라앉히고 기분을 상승시킨다고 한다. 팬데믹으로 이어진 암담한 현실과 경기 침체로 인한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밝고 즐거움을 주는 바비와 핑크 컬러가 함께 트렌드로 안착한 것은 아닐까?

“저는 바비를 좋아합니다. 바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요. 바비와 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지난 3월 모스키노 하우스를 떠난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바비를 테마로 했던 2015 S/S 컬렉션을 선보인 뒤 한 말이다. 6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달했던 바비가 패션계로 다시 돌아온 지금, 핑크빛으로 물들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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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경후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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