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스미스 전시를 보기 전 알아두면 유익한 이야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키키 스미스 전시를 보기 전 알아두면 유익한 이야기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의 전시 기획자, 이보배 학예연구사가 말하는 전시 비하인드

BAZAAR BY BAZAAR 2023.02.03
키키 스미스

키키 스미스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오며, 현재까지 꾸준한 작품활동을 선보이는 키키 스미스의 국내 첫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트 러버' BTS RM도 전시장 방문 인증 사진을 자신의 SNS에 업로드 한 핫한 이 전시! 2023년의 첫 오프라인 바자 예술 산책 시간이 바로 이곳에서 개최되었다. 20 여명의 산책메이트를 키키 스미스의 예술 세계로 안내해 준 이보배 학예연구사와 전시를 보며 느낀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어떤 점을 염두했는가? 
지난 40여년 간 밟아온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차근히 소개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에 전시 세부 구성은 작가를 수식해 온 기존의 규정적 접근에 기반하기 보다는 작품 속 구조적 특성에 기초한다. 이를테면 서사구조, 반복적 요소 혹은 에너지 같은 것 말이다. 이를 토대로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며, 뚜렷하기보다는 느슨한 얼개처럼 기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작가는 한국의 한지와 같은 지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지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하, 2012,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 293.4 x 190.5 cm. 매그놀리아 에디션 직조. 작가 및 페이스갤러리 제공하늘, 2012, 면 자카드 태피스트리, 287 x 190.5 cm. 매그놀리아에디션 직조. 작가 및 페이스갤러리 제공
40여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활동한 작가의 수많은 작품 중 140여점을 선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 하다.
일반적으로는 애브젝트 아트(신체, 피, 분비물 등 그간 혐오스럽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작품화 시킨 예술의 한 장르) 계열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키키 스미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국내에서 작가를 제대로 소개하는 첫 전시인 만큼 대중들이 기존에 갖고 있을 작가에 대한 틀을 흔들고 싶었다.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품 유형을 다양하게 포함하고자 했고, 그 결과 작업실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도 있다. 무엇보다 작품세계 안에서 언어와 문법을, 표현과 매체를, 주제와 도상을 달리하며 실험해 온 유연함이 작가의 큰 강점인만큼 이를 잘 부각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모습만을 조명하기 보다는 작품이 지니는 구조적 특성을 토대로 지난 40여 년간의 궤적을 아우르고자 했다. 
  
자유낙하, 1994,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요판 인쇄, 포토그라비어, 에칭, 드라이포인트, 84.5 x 106.7cm. 작가 및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자유낙하, 1994, 에치젠 고조 기즈키 종이에 요판 인쇄, 포토그라비어, 에칭, 드라이포인트, 84.5 x 106.7cm. 작가 및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자유낙하’는 1994년 키키 스미스가 제작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타이틀이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유낙하'는 평면 매체에 입체적으로 접근한 작가의 조각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전시 제목으로서의 ‘자유낙하’는 단순히 한 작품을 넘어 작가의 생동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단어이자 수십여 년에 걸친 작품 활동을 한데 묶는 역할을 한다. 키키 스미스가 8, 90년대를 중심으로 신체 탐구를 이어왔던 당시의 도발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듯, 아래로 쏟아지는 하강의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동시에 달이 지구를 맴도는 자유낙하 운동처럼 배회를 통해 사유를 확장해나가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신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해 동물, 자연, 우주에 이르기까지 매체와 도상을 넓혀간 키키 스미스의 작품세계는 이렇듯 수직과 수평의 축을 모두 아우르는 ‘자유낙하’로 함축된다.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 전경 / ⓒ김윤재. 서울시립미술관 제공〈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 전경 / ⓒ김윤재. 서울시립미술관 제공〈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 전경 / ⓒ김윤재.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 공간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별한 점이 돋보인다. 우선, 곡선 형태의 전시장 구조가 독특하다. 관람 동선을 따로 규정해두지 않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전시실은 단순히 작품이 걸리는 공간이 아닌, 전시의 기획의도를 시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레이어다. 키키 스미스가 본인의 작품활동을 일종의 '정원 거닐기'라 표현한 것에 착안하여, 관람객들이 전시실 안을 맴돌고 배회하면서 새로운 동선을 스스로 상상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최조훈 디자이너가 설계한 전시 공간 속, 곡선의 벽과 창문형 구조를 사이에 두고 ‘너머의 것’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신체의 안과 밖에 대한 탐구를 담아온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새롭게 만나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장 내부에 은은하게 퍼지는 숲 내음 또한 인상적이다.
키키 스미스가 그리는 비선형적 내러티브와 상하좌우로 생동하는 ‘자유낙하’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조향사와 함께 고유의 향을 개발했다. 요즘은 전시를 온라인을 통해서 접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후각적인 경험까지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현장에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관람객들의 향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개개인마다 향에 대한 민감도가 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시 감상의 효과적인 장치로 여기기도 하고, 굿즈에 대한 관심도 크다. 전시를 보고 집에 가서도 옷에 배어있는 향기로 한번 더 전시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분도 있었다.
 
관람객에게 이번 전시 감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전한다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교훈적으로 비춰지지 않고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그래서 전시 감상의 방식을 획일적으로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전시와 함께 살펴보면 좋을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출판사 열화당과 함께 기획한 전시 연계 단행본은 국내에 키키 스미스를 제대로 소개하는 책이 부재한 점에서 출발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서적의 성격으로 출판되었다. 미술사, 페미니즘 미학, 문학적 관점 사이를 배회하면서 키키 스미스 작품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시도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외의 작품들도 고르게 담아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기 때문에 그의 예술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았을 당신에게 예술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여러 작가들과 작업하는 것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다. 특히 키키 스미스와 지난 2년 동안 전시를 준비해 오면서는 작가가 얼마나 협업 구도를 중시하는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내가 정의하는 예술 또한 협업하는 이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변화하기에 가변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나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인지를 단언하기 보다는 이번 전시를 계획하며 키키 스미스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예술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이번 전시에서 ‘자유낙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층위에 걸쳐 드러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배회(wandering)’다.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는 움직임을 뜻하는 ‘배회’는 특히 한국어로 쓰였을 때 부정적인 느낌이 더 담겨있다. 하지만 키키 스미스를 통해 다시금 주목해보게 되는 것은 바로 ‘길 잃음’의 가치다. “예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과 작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길을 잃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낙하의 정신이자 배회를 통해 엿볼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우리는 때때로 모든 것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받곤 한다. 그런 우리에게 키키 스미스는 정반대의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12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키키 스미스가 펼쳐놓은 예술 산책로를 자유롭게 유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