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의 가을날,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났다. 워치메이커 파네라이가 전 세계 30피스 한정으로 선보이는 ‘루미노르 골드테크 캘린다리오 퍼페추오(Luminor Goldteche Calendario Perpetuo)’ 시계와 함께하는 이벤트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퍼페추얼 익스피어리언스’라는 테마 아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워치메이커가 시작된 피렌체의 전통과 역사, 투스카니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탐험할 수 있는 여정이었다. 첫째 날은 ‘트레저 헌트’ 이벤트가 펼쳐졌다. 르네상스의 수도 피렌체의 숨겨진 장소에서 보물찾기를 하며 진정한 이탤리언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한 것. 19세기에 새로 지어진 산타크로체성당에서 시작해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약제상을 거쳐 미켈란젤로의 건축 걸작 라우렌시오도서관에서는 세계 최고의 필사본 컬렉션을 확인하며 르네상스시대의 발자취를 마주할 수 있었다. 마리노마리니박물관의 예수살렘식 성스러운 무덤, 이탈리아 유명 귀족의 프라이빗한 궁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성당이자 피렌체를 상징하는 두오모성당도 거닐었다.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유명한 돔 지붕,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 컬렉션 등 두오모성당 안에서 피렌체의 예술적 감수성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두오모성당을 바라보는 산지오반니광장 바로 앞에 위치한 파네라이 부티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1900년대 파네라이가 태어난 곳으로, 브랜드 초기에는 모든 공정이 피렌체에서 이뤄졌다고. 부티크의 2층에는 창립자의 유산과 파네라이의 빈티지 피스들을 전시한 공간에서 역사적인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떠난 투스카니에서도 시간을 멈추고 싶을 만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새벽 안개를 뚫고 피렌체 도심에서 빈티지 자동차로 30여 분 달려 도착한 이탈리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 키안티(Chianti). 그곳에서 열기구에 몸을 맡기고 하늘 위로 올라가니 눈앞에 그림 같은 투스카니의 자연 풍광이 펼쳐졌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우거진 언덕과 포도밭 위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흘러 현실의 시간이 멈춘 듯한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또 와인 애호가 사이에 유명한 안티노리(Antinori) 와이너리도 찾았다. 메디치 가문에서 시작되어 안티노리 가문으로 이어진 6백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곳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건축가 마르코 카사 몬티가 설계한 나선형 건축물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피렌체의 중심가에 위치한 폴리치아노극장을 방문했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이 팔라초에서는 역사를 엔터테이먼트에 녹여낸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게스트들은 직접 르네상스시대를 재현한 아틀리에, 고대의 점법을 쓰는 포춘텔러, 연금술사와 만나 신비로운 경험을 했으며 그랜드 홀에서는 이탤리언 정찬을 즐겼다. 두 명의 배우가 르네상스시대의 보카치오 소설을 공연하며 피렌체의 주요 역사적 스토리를 들려주는 퍼포먼스에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과 전통성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피렌체에서 만난 파네라이의 CMO(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괄) 알레산드로 피카렐리(Alessandro Ficarelli). 1860년 시작한 파네라이의 뿌리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이곳에서 이번 행사를 하게 된 이유는?
파네라이는 피렌체에서 시작되었다. 1860년에 지오반니 파네라이가 피렌체에 시계 공방이자 학교를 세웠고, 창업자의 성(family name)을 네이밍으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파네라이의 첫 번째 시계는 1935년에 발표되었지만, 이탈리아 왕실 해군과의 파트너십은 1910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해군을 위한 야광물질을 포함한 군용 장비를 제작했고, 이후 왕실 해군이 군부대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계도 파네라이에 의뢰했다. 파네라이는 극한 환경에서도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커다란 다이얼 위에 루미노센스(야광물질)를 적용한 시계를 개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파네라이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 된 것이다. 파네라이가 시작된 이곳 피렌체에는 역사적인 부티크가 위치한다. 파네라이 최초의 부티크로, 그라치에 다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이 다리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다리가 세워지면서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현재 산지오반니광장 바로 앞에 파네라이 부티크가 위치하고 있다. 이탤리언 디자인과 스위스 워치메이킹의 결합을 통해 스위스 뇌샤텔에 위치한 매뉴팩처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모든 공정이 이 피렌체에서 이뤄졌다. 이와 같이 피렌체는 파네라이가 태어나고 활약하는 무대와 같다. 그래서 퍼페추얼 캘린더 제품과 함께 파네라이 역사를 체험하는 익스피리언스를 준비했다. 피렌체를 즐기고, 파네라이의 역사를 탐험하며, 이탤리언 감성을 즐기길 바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의 루미노르 골드테크 캘린다리오 퍼페추오(Luminor Goldteche Calendario Perpetuo). 이 최첨단 기능과 토스카나 시골 여행의 조화라니 아이러니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이런 예상치 못한 모험정신이 파네라이의 철학인가?
먼저 가장 정교하고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기능 중 하나인 ‘퍼페추얼 캘린더’ 개발에 대해 말하고 싶다. 퍼페추얼 캘린더 또한 지극히 파네라이스러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케이스와 크라운 가드 등 파네라이 디자인 고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했으며, 어떤 코렉터나 도구를 추가하지 않았다. 이것은 파네라이 워치가 매우 간단하고 기능적이라는 증거다. 파네라이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간단하게 날짜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다음으로 다이얼에 모든 정보를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필요한 정보는 다이얼에 담되 나머지는 시계의 뒷면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시스루 케이스백을 적용한 것. 이런 스마트한 방식이었기에 다이얼이 보다 미학적으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이 제품에 사파이어 다이얼을 적용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익스피리언스와 연계했고, 파네라이가 시작된 이곳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여기서 만난 파네리스티들은 실로 놀라웠다.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팬의 느낌이랄까.
브랜드에게도 파네리스티라는 커뮤니티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이번 행사 이후에 바로 올해의 P-데이가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데, 전 세계의 파네리스티들이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행사로 다음 주에 개최된다. 파네리스티는 독립적인 커뮤니티로, 매해 그들 스스로 장소를 선정하고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에는 파리에서 2백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그 중 하루 저녁을 파네라이에서 준비한다. 파네리스티들은 파네라이의 모든 제품과 디테일 등을 알고 있고, 시계에 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파네리스티에게 파네라이는 시계 그 이상의 무언가다. 누군가에겐 꿈을 수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하나의 문화를 이루는 것 아닐까.
파네라이 워치는 캐릭터가 강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를 규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네라이의 특징 중 하나는 한눈에 인지할 수 있는 강력한 디자인 코드다. 다이얼에 로고를 넣지 않아도 바로 파네라이 시계임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유니크한 이탤리언 디자인이 바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적 측면에서, 모든 파네라이 시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피스들, 특히 1930~40년대 이탈리아 해군에서 사용되었던 제품에서 영감을 가져왔다 파네라이 워치가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1900년대부터로 역사적인 제품들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신제품 개발을 시작할 때, 완전히 새로운 케이스를 고려하지 않는다. 사각이나 직사각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까닭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피스로부터 형태와 디자인 개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기능과 소재, 컬러를 개발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모든 파네라이 시계들은 강력한 DNA를 담은 특징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지속가능성에서 업계를 리딩하고 있는 파네라이의 현재와 미래가 궁금하다.
지속가능성이야말로 파네라이 전략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시점에서 브랜드가 마땅히 지녀야 할 최우선의 미션이다. 조직, 이벤트, 부동산 등 모든 측면에서 고려하고 직접 실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파네라이는 우선 제품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을 적용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의 첫 프로젝트로 파네라이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마이크 혼(Mike Horn)과 섭머저블을 제작하게 되었을 때, 매우 기뻤다. 마이크 혼의 보트 기둥의 소재를 활용하여 개발한 제품이었는데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배에서 사용하는 기둥(schaft, 엔진의 일부)을 시계의 구성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그는 파네라이 개발팀에 관련 자료를 보내주었고, 우리는 이 소재를 활용한 케이스를 적용해 매우 특별한 투르비용 시계 5피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 후, 재활용된 스틸로도 시계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다양한 파트너와 기술자 및 장인의 협업을 통해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그 결과, 거의 100%에 가까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e-랩 ID를 출시했다. 파네라이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틸을 모두 재활용 스틸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리사이클 티타늄, 리사이클 골드테크TM 등 재활용 소재 사용을 확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파네라이는 재활용 소재의 새로운 패키지를 출시했다. 파네라이의 시계 패키지에는 강력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 재활용 소재의 더 가볍고 작은, 여행용 파우치를 포함한 새로운 패키지를 개발했다.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은 제품 생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물류에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항공을 통한 배송을 모두 중단하고 선박 운송으로 변경했으며, 이미 몇 년 전부터 시계 박스 내에 내장되어 있던 제품 안내서 및 브로셔도 디지털로 변경했다. 파네라이가 존재하는 제품과 마케팅, 물류 등 모든 영역에서 환경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파네라이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면 그 또한 두 번째 생명을 부여하는, 재활용의 방안을 고민하는 방식이다.
확장되고 있는 여성 시계 마켓을 보는 파네라이의 전략은 무엇인가?
파네라이 맨으로서, 여성 시계를 개발하기로 했을 때에도 파네라이만의 방식을 접목시켰다. 기존 여성 고객들이 브랜드를 사랑한 이유 역시 바로 커다란 다이얼을 지닌 파네라이의 오리지낼러티였다. 몇 년 전 루미노르 두에를 론칭했을 때, 우리는 38mm 다이얼이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 판단했다. 38mm 직경이 일반적으로 여성을 위한 다이얼 크기는 아니었지만 파네라이의 시계는 성별에 관계없는 ‘유니섹스 시계’이고, 스트랩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여성을 위한 멋진 시계가 되기도 하니까. 착용자 스스로 매우 쉽고 간단하게 스트랩을 교체하는 파네라이만의 퀵 릴리즈 시스템을 활용하면 된다. 최근에 선보인 루미노르 두에 루나(Luminor Due Luna)도 새로운 여성 워치 라인이니 눈여겨봐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