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갤러리 타임라인 2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메가 갤러리 타임라인 2

2016년 4월, 페로탕이 삼청동에 갤러리를 열었다. 서울에 지점을 낸 최초의 메가 갤러리인 페로탕이 2022년 8월, 신사동에 2호점을 내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속속 서울에 진출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여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막강한 작가 라인업을 자랑하는 메가 갤러리들의 타임라인을 돌아본다.

BAZAAR BY BAZAAR 2022.10.06
 
리만 머핀 서울에서 2022년 6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 캐서린 오피 개인전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전경. Photo ⓒ OnArt Studio

리만 머핀 서울에서 2022년 6월 30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린 캐서린 오피 개인전 «나의 해안에서 당신의 해안으로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전경. Photo ⓒ OnArt Studio

VSF와 리만 머핀에 거는 기대
서울에 지점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갤러리들의 각양각색 운영방식을 돌아보며 마크 글림처의 말이 그저 듣기 좋은 수사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속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세계가 그리는 복잡하고 난해한 무늬를 정체성으로 조합해나가는 갤러리들은 그 어떤 치밀한 전략을 세워도 우연적이거나 운명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미술 생태계 안에서 때론 본능적으로 때론 원칙에 따라 비전을 좇을 수밖에 없다.
2019년 4월 한남오거리 부근에 문을 연 VSF는 태생적인 조건들로 말미암아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가 동시대 미술이 추구하는 ‘시대정신’과 조우하게 된 흥미로운 갤러리다. 미술사를 공부한 한국계 미국인 에스더 김 바렛이 현대미술의 수도인 뉴욕을 떠나 L.A에 작은 예약제 갤러리를 연 게 2012년. 얼마 후 L.A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이 되었다. L.A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작가 빌리 알 벵스턴과 에드 루샤 2인전으로 서울에 갤러리를 오픈했을 때 그녀는 말했다. “L.A에 위치한 우리는 아시아 국가들과 태평양을 공유한다. 아시아가 향후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거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에 이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전 나의 부모님은 새로운 기회를 위해 미국으로 왔다.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한국은 크게 발전했고 이제 서양이 한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리즈에서 니키 리의 정체성 ‘프로젝트’ 연작 앞에서 다시 만났을 때 에스더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학교 내 유일한 아시아계 소녀였던 나에게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내 정체성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의 연결을 도모하는 ‘브리지’로 작용한다는 걸 갤러리를 하면서 실감했다.” 의도치 않게 개척자 정신을 발휘해온 에스더는 자신과 같은 세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직원,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계에 들어와 ‘테이크 어드밴티지’ 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L.A와 서울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조각가 이동훈의 개인전은 브리지 역할이 실현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 VSF 대표. Photo ⓒ Coley Brown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 VSF 대표. Photo ⓒ Coley Brown

흥미로운 전시 소식이 또 있다. 페이스와 동일하게 2017년 문을 열고, 2022년 3월 이태원으로 확장 이전한 리만 머핀은 오는 11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회화 작가 이근민과 리만 머핀 소속 작가 멘디 엘-사예의 2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환각과 고통을 대형 화면에 스펙터클하게 담아내는 이근민과 수술용 거즈, 아버지가 쓴 글씨 등을 캔버스에 올린 후 그물망 같은 그리드를 씌워 복합적인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멘디 엘-사예의 핏빛 랑데부다. 1996년 뉴욕에 갤러리를 설립한 리만 머핀의 두 대표(라셸 리만과 데이비드 머핀)는 어느 갤러리보다도 일찍이 이불(2008년)과 서도호(2000년)의 작품을 세계 시장에 소개해왔다. 손엠마 시니어 디렉터는 이 2인전이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두 작가가 서로의 작업에 호감을 표시하면서 기획되었다. 소속과 국적을 넘어서 재능 있는 작가의 고유한 작업 세계를 알리고 판매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플랫폼으로서 갤러리의 지향점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한편,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첫 메가 갤러리인 페로탕은 프리즈 주간, 아틀리에 에르메스 맞은편에 2호점을 개관하고 엠마 웹스터 개인전을 선보였다. 오프닝 날에는 페로탕과 오랜 인연이 있는 박서보, 이배 작가도 갤러리를 찾았다. 페로탕은 파리에서 2014년 박서보 개인전, 2015년 정창섭 개인전, 2018년 이배 개인전을 통해 이들을 유럽에 소개한 최초의 글로벌 갤러리 중 하나다. 웹스터는 “‘전설’을 만난 것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박서보의 작품이 지닌 컬러와 질감은 내 작품 세계의 기둥이기도 한 시각성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깊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전경.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전경.

탕 컨템포러리 아트와 페레스프로젝트의 비전  
키아프 마지막 날, 탕 컨템포러리 아트 부스에서 일본 3세대 회화 작가를 대표하며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에가미 에츠를 만났다. 올해 4월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송은아트스페이스에 둥지를 틀고 개관전으로 중국 대표 작가인 자오자오의 한국 첫 개인전 «Parallel Affinity»를 선보였다. 송은이 헤르조그&드 뫼롱이 설계한 건축물로 옮겨간 후였다. 1997년 방콕에서 개관한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베이징, 홍콩에 이어 서울을 택했다. 아이 웨이웨이를 비롯해 유에민쥔, 우국원, 황용핑 등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갤러리로 아트바젤 홍콩에 가면 항상 방문하던 곳이었다. 현재 도쿄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공부한 94년생 라이징 스타 에가미 에츠 개인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뉴욕에 방문해 큐레이터들을 만나고 돌아왔다는 그녀는 “전 세계 미술계가 다양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 아시아에 대한 주목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기존의 현대미술은 백인 남성 위주였는데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을 비롯해 모마 같은 서구 대형 미술관의 컬렉션에서도 발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시아 작가, 특히 아시아 여성 작가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스프루스 마거스 베를린에서 2017년 9월 16일부터 2018년 1월 20일까지 열린 바바라 크루거 개인전 «Forever» 전경. Photo ⓒ Timo Ohler

스프루스 마거스 베를린에서 2017년 9월 16일부터 2018년 1월 20일까지 열린 바바라 크루거 개인전 «Forever» 전경. Photo ⓒ Timo Ohler

탕 컨템포러리 아트와 같은 시기, 영 컬렉터들의 집산지라고 할 만큼 열렬한 사랑을 받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문을 열었다. 2002년, 하비에르 페레스가 설립한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하여 새로운 취향과 예술 트렌드를 개척해나가는 갤러리로서 그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갤러리 오너 하비에르 페레스는 법과 외교를 전공한 변호사였다. 그는 컬렉터 집안에서 자라며 어렸을 때부터 일상에서 호안 미로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즐겼다고 한다. “이 영향으로 작품 수집과 미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동시대 미술작품 수집에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본 에바 헤세의 전시는 나의 인생을 뒤바꿨다. 그날의 일은 내가 예술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데 눈 뜨게 만들었고, 그 길로 변호사를 그만두고 곧바로 현대미술계로 뛰어들었다.” 페레스프로젝트는 출신지와 배경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 신선하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마이너리티’를 중요한 가치로 염두에 두고서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오너의 말처럼 미국 출신의 도나 후앙카, 브라질 출신의 라파 실바레스, 페루 출신의 파올로 살바도르 등 29명의 전속 작가가 이러한 페레스프로젝트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에서 2022년 9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 에가미 에츠 개인전 «Rainbow» 전경.

탕 컨템포러리 아트 서울에서 2022년 9월 1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 에가미 에츠 개인전 «Rainbow» 전경.

요 몇 년간 미술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들린 소문은 어느 갤러리가 오픈한다는 뉴스였다. 페이스와 더불어 세계 3대 블루칩 갤러리라고 할 수 있는 가고시안과 하우저 & 워스 역시 끊임없이 서울 지점 개관 소식이 점쳐지고 있으며 다음 타자로는 베를린에 거점을 둔 스프루스 마거스가 가장 유력하다. 지금까지 모든 메가 갤러리들이 한국인 디렉터를 통해 소속 작가들 작품 판매를 비롯해 여러 문화예술 기관과의 긴밀하고 지속적인 협업을 구축해왔다. 스프루스 마거스 역시 이지영 디렉터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린 바바라 크루거 개인전(2019년)과 안드레아스 거스키 개인전(2022년) 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소속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인상적으로 소개했으며 적합한 공간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지원하고 양질의 전시를 열고 판매를 도모해야 하는 갤러리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3위 안에 든다고 생각해 늘 갤러리에 가면 비하인드 신을 채집하느라 눈을 가늘게 뜬다.

Keyword

Credit

    글/ 안동선
    사진/ 리만 머핀, VSF, 탕 컨템포러리 아트, 페레스프로젝트,스프루스 마거스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