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갤러리 타임라인 1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메가 갤러리 타임라인 1

2016년 4월, 페로탕이 삼청동에 갤러리를 열었다. 서울에 지점을 낸 최초의 메가 갤러리인 페로탕이 2022년 8월, 신사동에 2호점을 내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속속 서울에 진출했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여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막강한 작가 라인업을 자랑하는 메가 갤러리들의 타임라인을 돌아본다.

BAZAAR BY BAZAAR 2022.10.05
 
글래드스톤 서울의 파사드.

글래드스톤 서울의 파사드.

에스더 쉬퍼와 글래드스톤의 히로인
지난 8월 31일 저녁 8시, 주소를 따라 경리단길의 깊고 호젓한 골목에 들어서자 에스더 쉬퍼 서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농도 짙은 로컬리티와 힙한 실험정신을 자아내는 장소였다. 길에 면한 1층 공간에서 우주적인 불빛을 발하는 안젤라 블록의 〈Pentagon Pixel〉 시리즈에 이끌려 전시실을 순회한 후 루프톱에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는 이 모든 여정에 설렘이 가득했다.
에스더 쉬퍼의 에스더 쉬퍼 대표는 미술사학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을 접했다. 20대 시절 미술 비평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던 그녀는 같은 세대의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25세에 용맹하게 갤러리를 차렸다. 1989년 독일 퀼른에서 개관해 1997년 베를린으로 이전한 에스더 쉬퍼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 외에도 바르셀로나, 베이징, 런던, 타이베이 등에 공간을 마련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스더 쉬퍼 소속 작가로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작품에 담아내는 히토 슈타이얼, 사이먼 후지와라, 피에르 위그, 라이언 갠더 등 40여 명이 있다. 대부분 따분한 인식의 틀에 새로운 창을 내주는 작가들이기에 특히 아트페어에서 에스더 쉬퍼 부스를 찾을 때면 박하 향 나는 환기를 경험한다. 이번에 프리즈와 키아프에 모두 참가한 에스더 쉬퍼는 키아프에서 개인전 형식으로 로만 온닥의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페어 첫날 부스에는 작품이라 할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어리둥절 새하얀 벽면을 둘러보는 관람객에게 퍼포머는 방문한 시간과 함께 이름을 물어 기록해나갔다. 미술관에 판매해 에디션이 2점밖에 남지 않았던 온닥의 실험적인 작품 〈Clockwork〉(2014)는 폐막일까지도 작품 제작에 참여하고자 하는 관람객을 불러 모았다.
 
에스더 쉬퍼 서울의 사무실. Photo ⓒ Andrea Rossetti.

에스더 쉬퍼 서울의 사무실. Photo ⓒ Andrea Rossetti.

같은 날 밤, 에스더 쉬퍼에서 나와 강을 건넜다. 팟타이를 만들어 나누어 먹는 등 온닥과 같이 예술 제작 과정에 관객을 초대해 ‘관계미학’을 펼쳤던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가 열리는 압구정 로데오의 클럽 앞에는 아니카 이가 입장을 위해 줄을 이룬 인파에 섞여 있었다. 티라바니자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글래드스톤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70명에 이르는 글래드스톤의 소속 작가들은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아이돌 스타처럼 선망할 만한 이름들이다. 이는 갤러리의 설립자 바바라 글래드스톤의 입지전적인 커리어 덕분일 거다. 롱아일랜드의 한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던 글래드스톤은 40대에 접어든 1979년, “신발 상자만 한 크기”로 갤러리를 시작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작가를 발견하고 지원하는, 갤러리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의학과 미술을 전공한 스물세 살의 매튜 바니를 ‘발견’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1987년부터 제작한 〈구속의 드로잉 9〉의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글래드스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망막에 아로새겨질 수 있었다.
2020년 글래드스톤에 개빈 브라운이 합류한 것은 큰 뉴스였다. 그는 뉴욕 첼시의 한 호텔방을 빌려 당시 무명 화가였던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전시를 열고 ‘엔터프라이즈’라는 갤러리를 차려 30여 년간 크리스 오필리,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등 전위적인 작가의 전시를 선보였던 인물이다. 그리고 2022년 4월 글래드스톤은 청담 사거리에 아시아 최초로 분점을 열었다. 블랙 헤어에 블랙 프라다를 즐겨 입는 바바라처럼 검고 미니멀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갤러리에서 개관전으로 필립 파레노의 «광물적 변이»를 선보였다. 그리고 아니카 이의 «Begin Where You Are»가 뒤를 이었다. 두 작가 모두 국내에서 처음 갖는 개인전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티라바니자의 개인전이 끝나면 매튜 바니 개인전이 열릴 예정으로 이는 2005년 리움에서 한 전시 이후 두 번째 국내 개인전이다.
 
페이스갤러리와 오설록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설록 티하우스.

페이스갤러리와 오설록의 협업으로 탄생한 오설록 티하우스.

페이스의 3단 변신
가고시안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로 손꼽히는 페이스는 2017년 봄 한남동 폭스바겐 건물 꼭대기 층에 갤러리의 명성에 비해 다소 작은 공간을 오픈하며 한국 컬렉터를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21년, 페이스는 아트 데스티네이션으로서 “서울의 국제적 명성이 최고조에 이르려 하는 시점”이라며 맞은편 르베이지 빌딩으로 확장 이전했다. 빌딩 2~3층을 사용하던 페이스는 올봄 추가로 1층 공간을 선보여 3단 변신을 완성했다. 1960년대 말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일어난 미술 경향인 ‘빛과 공간예술(Light and Space movement)’ 주축 작가들의 상징적인 그룹전을 개최하며 인터랙티브나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전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블랙 박스 전시장이었다.
국내에 진출한 갤러리 가운데 본점이 지닌 프로그램을 가장 온전하고 다채롭게 선보이는 페이스는 1960년 작가가 되고자 미술을 공부했으며 아트 딜러로 활동한 아니 글림처가 설립했다. 현재는 아들 마크 글림처가 운영을 맡고 있는데, 그는 장 뒤비페, 아그네스 마틴, 루이스 네벨슨을 비롯해 빛과 공간예술 작가들과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을 작업 초기부터 지원하며 일군 미술사적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꾸려나가고 있다. 과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그의 ‘이과적 성향’은 갤러리 비즈니스에서도 영향을 미쳤는지 페이스는 2014년부터 팀랩을 대변하기 시작했으며 ‘Pace Art+Technology 뉴미디어센터’를 론칭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1층에서는 팀랩의 작품들이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며 황홀한 감각을 선사하고, 2층과 3층에서는 아드리안 게니의 목탄 드로잉이 차분한 냉소를 자아낸다.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매체의 예술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설치작품이 일말의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풍경에 페이스의 지향점이 내포돼 있을까.
 
팀랩, 〈Massless Suns and Dark Spheres〉, 2022,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Dimension variable, Endless.

팀랩, 〈Massless Suns and Dark Spheres〉, 2022,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Dimension variable, Endless.

‘완성체’ 복합예술공간인 페이스 서울의 마지막 퍼즐은 1층 후면 공간, 정원과 면한 티하우스다. 차를 즐기며 페이스 퍼블리싱의 출판물을 비롯해 판화 및 사진, 조각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오설록 티하우스와 협업해 만들었다. 8월 30일, 이를 처음 선보이는 기자간담회에서 마크 글림처 대표는 “MZ세대를 겨냥한 기획이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술에는 전략이란 게 없다. 어떤 일을 결정하기에 앞서 머릴 맞대고 이건 얼마의 수익이 날 거라는 식의 논의를 하지는 않는다. 갤러리 ‘비즈니스’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무언가를 결정해본 적은 없다. 예술을 위해서다. 전략이 아니라.(It’s ART, It’s not strategy.)”  
 
안동선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작가를 지원하고 양질의 전시를 열고 판매를 도모해야 하는 갤러리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3위 안에 든다고 생각해 늘 갤러리에 가면 비하인드 신을 채집하느라 눈을 가늘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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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안동선
    사진/ 에스더 쉬퍼, 글래드스톤, 페이스 제공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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