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론칭한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업체입니다. 어떤 계기로 다회용기 렌털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나요?
축제 감독으로 일하면서 현장에 쌓이는 쓰레기를 보는 일이 많았어요. 당시 서울시에서 일회용품에 대한 지침이 내려왔는데, 그걸 보고 축제 현장에서 생기는 일회용품 쓰레기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버리지 않고 다시 쓰면 어떨까?’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위해 같이 스터디를 하던 멤버들입니다. 설치 작가였던 곽동열 이사는 CCO로서 시설과 설비 제작 등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최안나 이사는 CBO로서 브랜드 마케팅팀을 이끌면서 트래쉬버스터즈만의 색깔과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저는 CEO로서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고요. 현재 3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카페, 영화관, 행사장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다양한 곳에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수량만큼 다회용기를 납품하고, 다 쓴 뒤에 용기를 수거하고 세척한 뒤 재사용하는 시스템이에요. 축제나 이벤트, 행사 등에서는 단기로 이용하지만 사내 카페, 일반 카페, 탕비실 등은 정기적으로 배송, 수거 등을 진행합니다. 전문적으로 세척하고 위생 관리를 하는 곳에서 재사용할 다회용기를 생산하고요.(저희는 세척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다회용기를 ‘생산’한다고 표현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PP(폴리프로필렌)라고요? 종이, 나무, 스테인리스스틸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PP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어야 하고, 많은 수량을 쉽게 적재하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차갑거나 뜨거운 음료를 담았을 때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했어요. 나중에 제 쓰임을 다하고 나서도 재활용할 수 있어야 했고요. 또한, 현장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도 매우 중요하고요. PP가 이 모든 기준에 부합합니다. 플라스틱은 안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계속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회용품인 만큼 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겠네요.
현재 6단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세척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고요. 초음파 세척, 불림(애벌) 세척, 고온 고압수 세척, 열풍 건조, UV-C 살균 소독, 정밀 검수, 마지막으로 진공 패킹의 과정을 거쳐 고객에게 전달돼요. 사용한 다회용기는 다시 처음부터 똑같은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약 8개월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다회용 컵 세척 설비를 개발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기존의 세척 설비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다회용기를 접했을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위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다들 안전 의식이 높아졌잖아요. 저희 내부에서 다회용기를 다루는 기준은 식품 공장의 수준만큼이나 까다롭고 철저한데, 시중의 설비로는 충분히 저희 기준에 맞출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정기적으로 오염도 테스트도 하고 있고, ATP 오염도 테스트(미생물 테스트)를 합니다. 식품 안전 기준인 200 RLU보다 현저히 낮은 19 RLU를 기준으로 측정되고 있죠. 일회용 컵 새 제품을 뜯어서 검사했을 때 나오는 오염도 수치가 125 RLU 인 것을 생각해보면, 일회용기보다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어요.
트렌디한 디자인도 매우 인상적이에요. 오렌지를 메인 컬러로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환경’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녹색과 가장 멀리 떨어진 색을 찾고 싶었어요. 저희 사업 자체가 친환경이지만 굳이 대놓고 ‘친환경’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환경에 도움이 돼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왠지 멋있고 좋아 보이니까 같이하고 싶다’는 느낌을 가장 먼저 주고 싶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처음에 축제 모델을 고려했기 때문에 눈에 튀어 보일 수 있는 컬러를 의도했죠. 그래야 축제장의 잔디밭 같은 곳에 떨어트린 컵도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요.
웹사이트에서 한 달 동안 일회용품을 줄인 개수인 ‘버스팅 스코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를 통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줄이게 됐는지도 궁금합니다.
7월 말까지 기록된 스코어가 총 6,229,746개예요. 일회용 컵 무게를 12~13g이라고 보고 계산했을 때 약 75톤 정도 돼요. 어마어마하죠?(웃음)
그동안 수많은 고객을 만났을 텐데,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무엇인가요?
올해 초 ‘울주산악영화제’에 나갔어요. 푸드 존 전체가 일회용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했어요. 첫째 날 한 사장님께서 낯설고 불편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열흘째인 마지막 날 사장님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어요. 써보니까 너무 편하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서 좋았다고요. 처음엔 환경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조금씩 변하게 되고, 저희 편이 되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희를 통해서 생각이 달라지시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해요.
말씀하신 대로 ‘다회용품’이라는 인식을 바꾼 주인공입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음 목표가 있을까요?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더 다양한 곳이 변화하는 것. 서비스의 영역 확대와 지역 확장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어요. 일회용품의 문제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게 하고 물건의 의미조차 일회용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용기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모두가 이어지고 함께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다회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의 기본은 모두 함께 쓰는 것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저희는 모두가 믿고 쓸 수 있도록 편리한 서비스와 안전하고 깨끗한 위생 품질을 잘 지켜낼 거고요.
한 번 쓰고 버리지 말고 여러 번 쓰기. It’s not a big deal! 재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