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배경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어떻게 구축하게 된 세계인가?
만화 같은 세상, 즉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했다. 관객이 러닝타임 두 시간 동안 현실에서 탈출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우리는 기차 디자인에 있어서도 창의적이어야만 했다. 이를테면 기차의 폭을 약간 넓혔고 바 카트를 설치했으며 퍼스트클래스 구역을 만들었다. 현실 세계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지만 많은 디테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로 인해 더욱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신을 연출할 수 있었다.
브래드 피트와 인연이 깊다. 하지만 〈데드풀 2〉에서 카메오 역할을 제외하고는 감독, 배우로서의 호흡은 처음이다.
내가 스턴트맨일 때는 브래드 피트를 돕고 그가 맡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썼다면, 이젠 브래드가 내가 만든 영화 속 캐릭터를 연구하고 서포트한다는 점이 특별했다. 상황이 바뀌기는 했지만 사실 협업 면에 있어서는 예전과 똑같았다. 함께 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브라이언과 애런의 애드리브가 너무 웃겨서 테이크를 여러 번 찍어야 했던 불상사가 있었다. 그들이 날 매우 원망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액션영화를 다수 찍었다. 〈불릿 트레인〉은 전작과 어떻게 다른가?
〈데드풀 2〉와 <아토믹 블론드>는 온전한 ‘나의 것’이 아니었다. 〈불릿 트레인〉은 오지리널 IP이기 때문에 제약이 없었다. 따라서 더욱 자유로웠다. 순전히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격렬한 액션 신부터 웃음 포인트, 정감 가는 캐릭터, 그리고 쇼킹 모먼트까지. 이 모두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아가는 요소이자 이유다. 나 자신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영화감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캐스팅 당시 가장 중요시한 점은 아무래도 배우들 간의 ‘케미’이지 싶다.
정확하다! 〈데드풀 2〉같이 주인공이 단 한 명일 때는 케미를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불릿 트레인〉은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게 영화의 전부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케미를 이룰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앤드류 코지와 조이 킹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는 와중에도 관객이 그들 사이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는지, 브라이언과 애런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헌신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브래드 피트는 모든 인물과 만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합이 역시나 중요했다. 수차례의 오디션과 대본 리딩 프로세스를 거쳤다. 대장정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레이디버그가 브래드 피트여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나?
브래드 피트가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 말고 누가 레이디버그를 소화해낼 수 있겠는가! (웃음) 대본 절반을 읽고 나서 나한테 연락이 왔다.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고 본인이 이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알 것 같다고. “같이 한번 해보자 리치!” 현세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지 않나. 믿을 수 없었다.
본인은 암살범 중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나?
모든 캐릭터가 다 굉장하지만… 모모몬? 코스튬 안에 숨어 신변을 감출 수 있으니.(웃음)
━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레몬) & 애런 테일러 존슨(탠저린)
레몬과 탠저린은 다섯 명의 암살범 중 유일하게 서로 동반자가 있는 킬러다. 둘은 소울메이트다.
애런: 계속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캐릭터를 구축하고 발전시켰다. 그 결과 레몬과 탠저린이 아주 매력 넘친다. 브라이언은 나의 ‘광기’를 감당할 수 있는 친구였다.(웃음) 연기하면서 많이 의지했다. 브라이언: 레몬과 탠저린의 출생지 등 구체적인 뒷이야기는 알지 못했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만은 인지하고 있었다. 팬데믹 시기에 이런 끈끈한 관계를 연기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잘 맞았다. 애런을 전적으로 믿었다. 그와 듀오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캐릭터의 외모. 나는 무엇보다 레몬이 방방 뛰어다니는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를 바랐다.(웃음) 위협적이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는 캐릭터. 캐네디언 턱시도, 타이, 부츠, 그리고 금발 머리를 제안했다. 이런 요소가 레몬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반전미를 아주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액션 연기 베테랑 브래드 피트와 함께 했던 액션 연기는 어땠나?
애런: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데이비드 리치 감독의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와의 액션 연기라니! 사실 살살 가려고 했다. 그 친구가 나를 방 저쪽 끝으로 발로 차기 전까지는 말이다.(웃음) 몸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모두 많이 웃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브라이언: 그와 치고받고 싸운 건 최고의 테라피였다.(웃음) 브래드가 우리를 믿고 얼굴을 맡겨줘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애런: 깔깔대며 읽었다. 모든 캐릭터가 과장되고 와일드하다. 소위 말해 ‘만찢’ 캐릭터랄까. 거기에 격렬한 액션까지. 대본을 읽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브라이언: 예전부터 암살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마리아 비틀, 새로운 유니버스, 시나리오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넘쳐났다. 내 캐릭터 이름이 과일이라는 점과 ‘백의 사신’ 상대로 싸운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불릿 트레인〉은 결국 ‘운명’에 관한 이야기인데, 내가 이 작품을 만난 건 운명과도 같았다.
결국에는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암살범이다. 그럼에도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브라이언: 전개가 흘러갈수록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기에 나의 진심을 내어줄 수 있었달까. 모든 캐릭터에 정이 갔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궁금하고 신경 쓰였다. 누군가가 죽으면 슬퍼하고 살아 있으면 ‘휴, 다행이다!’라고 외치게 되는. 실제로 촬영할 때 너무 진심을 다해서인가, 누군가가 죽는 상황이 왔을 때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웃음)
애런: 탐난다기보다는… 프린스 캐릭터 신을 매우 재미있게 봤다. 진정한 ‘만찢녀’다. 그 캐릭터가 지닌 힘과 장악력이 대단하다. 조이 킹이 그 역할을 아주 완벽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물병.(웃음) 유일하게 의심 대상이 아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