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셔츠, 쇼츠는 모두 Dior. 화보에서 계속 착용하고 있는 왼손 검지 반지는 HeradixAmondz. 중지 반지는 OdelieprexAmondz. 약지 반지는 EastindigoxAmondz.
요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웠어요. 〈카시오페아〉는 온전히 혼자 이끌어가는 첫 영화이고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는 강한 악센트의 연기를 보여줘요.
사실 같은 시기에 나올 줄 몰랐어요. 〈카시오페아〉는 대본이 너무 좋아서 2년을 기다려 찍었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해요. 〈왜 오수재인가〉도 변신을 하고 싶어서 고른 건 아니고 역시 대본이 좋아서.(웃음) 오수재는 선과 악의 구분이 없는 인물이에요. 누구나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알면서도 나쁘거나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착하고 정의로운 주인공을 접하게 되는데 〈왜 오수재인가〉는 그렇지 않아 끌렸어요.
안성기, 허준호 같은 굵직한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어요? 함께 작업하는 이들로부터 무엇이든 느끼고 배우려는 편인가요?
기본적으로 선생님들과 하는 작업을 좋아해요. 꼭 배우는 것이 있거든요. 안성기 선생님의 인품과 현장에서의 태도를 보며 참 많은 걸 느꼈어요. 50년 가까이 연기한 만큼 현장이 어떤지 너무나 잘 아실 텐데도 의견을 내지 않고 각자가 길을 찾게끔 조용히 바라봐주셨어요. 허준호 선생님은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 거리를 늘 생각해 오세요. 예고편에서 악수하는 장면은 원래 없던 건데, 선생님이 손을 내밀고 제가 그 손을 잡으면서 굉장히 임팩트 있는 신이 됐거든요. 저는 대본에 충실하게 그리고 상황에 맞게, 말이 되게끔 하는 것에 급급했는데 선생님을 보면서 지문에 얽히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트는 Bottega Veneta. 슬립 원피스는 Allsaints. 슈즈는 Dr.Martens.
드라마가 방영되고 ‘서현진 연기’라는 검색어가 등장했어요. 첫 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방증이겠죠.
‘그게 좋은 건가?’라는 의문은 들어요. 드라마가 재미있어야 시청자들이 끝까지 보실 텐데, 한 배우의 연기가 눈에 띈다고 해서 60분, 70분짜리 16부작을 볼 수는 없거든요. 제 연기 톤이나 장르도 그렇고, 메이크업 같은 겉모습도 평상시랑 달라서 연관 검색어가 뜬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요.(웃음) 드라마 전체가 재미있기를 더 바라는 편이기는 합니다.
특히 딕션이 엄청나다는 반응이예요. 원래도 좋은 딕션을 어떻게 이렇게나 더!(웃음)
세게 말하는 역할이라 그렇지 딱히 뭘 더 하지는 않았거든요. 말을 많이 하고 잘해야 하는 직업군이라 그렇게 하다 보니 좋게 봐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데뷔를 사극으로 했고 한 세 편을 찍고 나서 저절로 확립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안 되는 발음이 있으면 연습해요.(웃음) ‘리을(ㄹ)’이나 ‘히읗(ㅎ)’이 연속해서 들어가면 꼬이기 쉬워서 반복적으로 발음해봐요. 반대로 너무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고 변형을 줄 때도 있고요. 예를 들면, “나도 그랬는데” 이걸 다 발음을 하면 너무 딱딱하게 들려서 “나도 그랜는데”라고 ‘니은(ㄴ)’으로 바꿔서.
제목에도 이름이 들어갈 만큼 ‘오수재’라는 인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음이 분명해 보여요. 오수재를 처음 봤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나요?
이 인터뷰가 나올 때쯤 밝혀지는 그녀의 전사가 있어요. 대본에서 그 이야기를 보고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아 이래서 이 사람이 이렇게 할 수 있구나.’ 더 차갑고 과하게 밀어붙여도 시청자들 또한 나중에는 이해하고 연민해주지 않을까 싶었고요.
그런 오수재를 표현하기 위해 외형적으로도 신경 쓴 것 같아요.
역할을 맡았을 때 외형에 의견을 내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요. 감독님이 처음부터 몸에 딱 붙는 스타일링을 그리셨기 때문에 저와 스타일리스트 친구는 그걸 기본으로 이런저런 의상을 준비했어요. 수재가 사무실에 들어갈 때는 각진 느낌의 딱 떨어지는 의상을, 어떤 장면에서는 치마보다는 바지가 좋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고요. 1화에 입고 나오는 하얀 원피스는 슬릿을 길게 넣어 직접 맞춘 거예요. 그리고 몸 재활에 가장 신경 썼습니다.(웃음) 수재에게는 킬힐이 어울릴 것 같아 정말 가느다란 11~12cm짜리 힐을 주로 신었거든요. 틈나는 대로 병원에 가서 교정을 안 받았으면 아마 드라마를 못 끝냈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웃음)
맥시 트렌치코트는 Le17septembre. 레더 뷔스티에 톱, 쇼츠는 Aimons. 워커 부츠는 Dr.Martens.
추락한 의뢰인을 보고 소스라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어떤 지문이 있었고 어떻게 연기로 풀어냈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지문은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데 일단 떨어지는 장소도 바뀐 채로 찍었어요. 얻어 걸린 것도 있어요. 1월 한파에 원피스를 입고 있었더니.(웃음) 덜덜 떠는데 추워서 떠는 건지 두려워서 떠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나왔으니까 됐다’ 이런 느낌으로요.
전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서현진 배우가 딱풀로 붙인 듯이 역할과 한 몸이 되어 나온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번 연기는 어떤 감각일까요?
저는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사람이 아니에요. 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연기 선생님이 계셨지만 그 한 분뿐이었어요. 선생님이 “진짜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말했던 게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어요. 진짜로 나를 그 상황에 밀어 넣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어떨 때는 가학적으로 느껴질 만큼 스스로를 밀어붙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작가님이 수재의 일생과 성격에 대해 A4 용지 세 장 분량으로 정리해 보내주셨어요. 읽어보니 처음 느끼는 감정이 아니더라고요. 그렇지만 조금은 거리를 둔 채로 대본의 흐름을 따라갔어요.
데님 소재의 뷔스티에 톱, 스커트, 벨트는 모두 Aimons. 슈즈는 Roger Vivier. 화보에서 계속 착용한 오른손 중지 반지는AprosexAmondz. 약지 반지는 MartaxAmondz.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어요. 배우와 관객과의 약속이나 믿음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뷰티 인사이드〉를 하면서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적어도 저를 믿고 첫 화를 보는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거예요. 영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에서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 오르기 전 댄서들 손을 잡고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에 데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와 같은 말을 해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깊게 감명 받았어요. 누군가를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그 감각.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우리가 만든 유니버스 안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말하다 보니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욕심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이타심 넓은 미담 제조기, 못하는 게 없고 성격은 물론 체력까지 좋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전해져요.
곧 안 좋은 얘기가 들릴 거예요. 드라마 찍으면서 몸이 너무 힘들어서.(웃음) 옛날에는 며칠 밤을 새도 멀쩡할 만큼 정말 좋았는데 확실히 나이 드니 영양제와 재활 치료로 연명하고 있어요. 가방 안에 마사지 볼, 요가 링, 하물며 저주파 치료기까지 들고 다닌다니까요.(웃음)
신인여배우들이 롤모델로 자주 꼽아요. 기분 좋은 이야기인가요?
너무 고마운 얘기지만, 더 잘해야 할 것만 같잖아요. 저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다만, 연기 오타쿠인 건 확실해요. 현장에서 정말 희열을 느껴요.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도 풀 샷 찍을 때 잘 나왔던 연기가 바스트 찍을 때 안 좋으면 다시 가자고 해요. 내가 봤던 더 좋은 게 분명히 있는데 안타까워서 그만.(웃음)
스스로에게 말을 잘 걸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주나요?
저는 저한테 되게 박한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한테는 “넌 할 수 있어. 넌 충분해.”라고 얘기하지만, 스스로의 못난 점은 피하지 않고 늘 마주하는 편이라 엄해요. 제가 다른 콘텐츠에서 오수재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을 때 “힘 좀 빼고 살아라. 그냥 좀 놓고 살아도 돼.”라고 했는데 사실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놓는 법을 몰라서, 놓아본 적이 없어서. 잘 내려놓아야 앞으로 연기를 길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방법을 찾고 있어요.
재킷, 데님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Ami. 크롭트 톱은 Leuni.
스트레스 해소법이 딱히 없어요. 그나마 운동인데 그것마저도 못하겠고 배달 음식만 시켜 먹고 굴로 파고 들어갈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나를 해치지 않아도 분명 다른 탈출구가 있을 거다 고민하던 중에 요리라는 취미가 생겼어요. 계량기나 도구도 잘 나오고 유튜브로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니까 그대로 하면 제대로 완성되는 거예요. 가족이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대접하는 기분도 정말 좋고 대화거리도 생기게 되고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어딘가 달라지기도 하는지. 〈왜 오수재인가〉를 마친 모습을 그려본다면요?
항상 느끼지만 어떤 역할을 맡아서 바뀌는 건 없어요.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이 성숙하게 하거나,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로 인해서 마인드가 변하는 경우는 있지만. 드라마는 협업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목욕하는 오수재의 등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제가 오래전부터 언젠가는 쓰겠지 싶어 저장해둔 이미지를 감독님과 스태프에게 보여드렸어요. 심리는 드러나지 않지만 뒷모습의 도드라진 뼈만으로 피폐함을 나타내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과 촬영·조명 감독님이 받아들여주시고 더 아이디어를 내 촬영을 잘 마쳤어요. 나중에 이렇게 찍길 잘했다는 칭찬을 들어서 더 기뻤고요. 한두 달 후에는 아마 잘 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나서 또 현장에서 이전에 느낀 걸 실천하고 있겠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