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디올 쇼에 영감이 된 것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이번 디올 쇼에 영감이 된 것은?

런웨이에 펼쳐진 컬러풀한 보드 게임의 향연. 디올의 2022 S/S 컬렉션에 가장 큰 영감이 된 것은 바로 1960년대 마르크 보앙의 슬림 룩과 이탈리아 예술계의 거장 안나 파파라티의 ‘위대한 게임’이다.

BAZAAR BY BAZAAR 2022.03.09
 
© Nhu Xuan Hua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2022 S/S 키 룩을 입은 모델들.

© Nhu Xuan Hua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2022 S/S 키 룩을 입은 모델들.

디올의 2022 S/S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처음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1960’, 그리고 ‘마르크 보앙(Marc Bohan)’이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또한 오랜 시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역임했던 디자이너 마르크 보앙에 대한 탐구로 새로운 컬렉션을 완성했음을 밝혔다. 특히 보앙이 1961년에 선보인 ‘슬림 룩(Slim Look)’은 치우리에게 가장 큰 영감이 되어주었는데 당시 언론에서도 “1947년 뉴룩과 마찬가지로 패션계를 완전히 뒤바꾼 컬렉션”이라 평가받았을 정도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마르크 보앙은 과거와 결별하고, 디올을 레디투웨어의 세계에 소개한 디자이너입니다. 디올 역사에서 그 부분이 제 취향과 정신에 매우 가깝다고 여겨졌죠. 그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변화의 한계를 확장하고, 팬데믹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전 세계에 새로운 스타일을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쇼가 끝난 뒤 치우리가 말했다.
 
© Ines Manai 일 쿼드로 디 트로이시의 노래에 맞춰 팝 베스티어리 프린트 룩을 입은 모델이 워킹하고 있다.

© Ines Manai 일 쿼드로 디 트로이시의 노래에 맞춰 팝 베스티어리 프린트 룩을 입은 모델이 워킹하고 있다.

옐로, 그린, 핑크, 레드, 오렌지 등 생동감 넘치는 컬러로 완성한 컬러 블록, 커팅을 활용한 다양한 실루엣, 박시 컷을 재해석한 재킷과 미니스커트는 마르크 보앙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현대적인 소재와 영감으로 신선함을 주입했는데, 복싱과 볼링의 세계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웨어를 선보이는가 하면, 특유의 투알 드 주이(Toile de Jouy) 프린트에서 한 단계 진화한 동물 모티프의 그래피컬한 프린트(치우리는 이를 ‘팝 베스티어리(Pop Bestiary, 컬러풀한 동물우화집)’라 명명했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밖에도 쿠튀르 하우스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3D 자수와 비딩 장식이 더해진 드레스, 그리고 하우스를 대표하는 컬러 차트인 블랙, 화이트, 누드 컬러를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미니 룩을 만나볼 수 있었다.
 
© Ines Manai 1960년대 이탈리아 예술 운동에서 모티프를 얻은 주얼리는 스타일링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 Ines Manai 1960년대 이탈리아 예술 운동에서 모티프를 얻은 주얼리는 스타일링에 주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더 나아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자신이 완성한 컬렉션에 힘을 실어줄 배경을 완성하기 위해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도모했다. 바로 86세의 이탈리아 예술가 안나 파파라티(Anna Paparatti)와 손잡은 것인데, 그녀는 1960년대에 로마에서 인정받은 몇 안되는 여성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상상 속의 게임, 숫자의 게임, 색의 놀이 등 게임의 모든 측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다.
그녀는 디올의 2022 S/S 컬렉션을 위해 자신의 대표작인 1964년의 〈난센스 게임(Il Gioco del Nonsense)〉, 1965년의 〈부조리 게임(Jeu de l’absurde)〉을 재해석해 ‘위대한 게임’이라 이름 붙인 세트 디자인을 완성했다. “제가 1960년대 중반에 그렸던 그림들 중 일부를 가져다 이 프로젝트를 조립하는 데 사용했어요. 그리고 배경 컬러는 다른 것들과 대조될 수 있게 검은색이었으면 했죠. 제 침실조차 검은색이거든요.”
 
© Ines Manai 1960년대 무드의 팝 컬러 룩을 입은 백스테이지의 모델들.

© Ines Manai 1960년대 무드의 팝 컬러 룩을 입은 백스테이지의 모델들.

파파로티의 말처럼 짙은 블랙 컬러 바탕에 ‘난센스 게임’ 혹은 ‘부조리 게임’이라 적힌 화살과 다트보드 모양의 표지판이 벽면을 채웠고, 컬러풀한 숫자 계단이 소용돌이치듯 런웨이를 장식했다.
 
© Adrien Dirand ‘일 지오코 델 난센스’ 문구가 보이는 쇼장 바깥의 모습.

© Adrien Dirand ‘일 지오코 델 난센스’ 문구가 보이는 쇼장 바깥의 모습.

쇼에서는 이탈로 디스코(Italo Disco) 듀오인 도나토 도지, 에바 가이스트로 구성된 일 쿼드로 디 트로이시(Il Quadro di Troisi)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모델들이 파파로티의 레트로 룰렛 보드 세트를 돌았다. 그 모습은 마치 1960년대 로마의 전설적인 나이트 클럽이자 자유의 상징이었던 파이퍼 클럽(Piper Club)을 연상케 했는데, 당시의 파파로티도 즐겨 찾은 곳으로 전해진다. 치우리 역시 그곳의 상징적인 인테리어와 댄스 플로어를 염두에 두고 컬렉션을 완성했음을 밝혔다.
 
네오프렌 소재에 그린 컬러의 러버 디테일이 가미된 삭스 부츠가 슬림 룩과 조화를 이뤘다.

네오프렌 소재에 그린 컬러의 러버 디테일이 가미된 삭스 부츠가 슬림 룩과 조화를 이뤘다.

이렇듯 예술과 패션의 공생, 그리고 디올 아카이브에서 건져 올린 마르크 보앙의 유산을 바탕으로 완성된 디올의 뉴 컬렉션은 어느 때보다 신선한 에너지와 실험정신으로 충만하다. 또한 치우리는 관념과 관습, 익숙해진 표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타일에 끊임없는 변화를 꾀하는 디자이너다. 때문에 패션에 대한 전통적인 인습이 붕괴되고, 미니 룩과 모드 룩 등 사회의 변화가 옷에 고스란히 담겼던 1960년대야말로 그녀에게 더없이 완벽한 영감으로 다가왔을 것. 여기에 클래식 슈즈에 스니커즈의 기능성을 접목할 줄 아는 특유의 실용주의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1960년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MZ세대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적인 ‘뉴 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 Ines Manai 도로 표지판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피컬한 프린트 톱.

© Ines Manai 도로 표지판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피컬한 프린트 톱.

© Carolina Amoretti 이탈리아 태생의 아티스트 안나 파파라티.

© Carolina Amoretti 이탈리아 태생의 아티스트 안나 파파라티.

© Adrien Dirand 레트로 룰렛 보드를 연상케 하는 쇼장 인테리어.

© Adrien Dirand 레트로 룰렛 보드를 연상케 하는 쇼장 인테리어.

© Ines Manai 피날레의 한 장면. 모델들이 안나 파파라티의 ‘위대한 게임’ 세트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 Ines Manai 피날레의 한 장면. 모델들이 안나 파파라티의 ‘위대한 게임’ 세트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 Sophie Carre 1961년 마르크 보앙의 슬림 룩에서 영감받은 드레스를 제작하고 있다.

© Sophie Carre 1961년 마르크 보앙의 슬림 룩에서 영감받은 드레스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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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진선
    사진/ ⓒDior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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