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파리 오랑주리미술관이나 파리 근교의 지베르니정원에 가지 않아도 클로드 모네의 유산과 만날 수 있다. 정원에서 자연과의 소통을 추구한 말년의 모네는 〈수련〉 연작을 작업하는 동안, 수련을 단일 테마로 삼아 전시실 전체를 꾸미기 위한 기획에 빠져들었다. "수평선도 경계도 없는 호수가 무한한 전체로 거듭나는 환상을 창조하고 온 벽을 단 하나의 모티프로 둘러싸는 구상입니다." 그는 연못에서 발견한 소우주, 그 황홀함을 예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표출하고 싶었다. 오늘날 모네의 대장식화가 전시된 오랑주리미술관에서 그의 꿈과 이상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약 1백 년이 지나 호수가 무한한 전체로 거듭나는 모네의 환상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 가능해졌다.
공간감을 극대화해 마치 모네의 작품 속에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전시가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고 있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갤러리에서 작품과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식의 수동적인 감상법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고 영상과 하나가 된다. 몰입형 체험 전시 «비욘드 모네»는 무려 5만 제곱피트(약 1천4백 평)에 1백만 세제곱피트가 넘는 거대한 공간에서 모네의 예술세계를 재현한다. 놀라운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명상적인 음악이 곁들여져 어둠 속에서 온전히 빛과 색 속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함께 마련되어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해준다.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파트, 가든 갤러리는 모네의 영감에 대한 인용문과 그의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으로 다채로운 인쇄 패널이 모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설치되어 있다. 이 공간에는 모네의 분신 같은 일본풍 아치형 다리 세 개가 있다. 목판화 양식인 우키요에 작품 속 풍경에 감탄한 그는 자신이 정착한 지베르니의 연못(물의 정원)에 일본 양식의 다리를 만들었고, 수련 연못을 그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이 다리는 예술과 자연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했던 모네에게 낙원의 상징과도 같았다. 또한 그림에 대한 모네의 접근 방식을 설명하는 실크프린트 태피스트리가 설치되어 있고, 그에 대한 비평가들의 시선이 적혀 있다.
전시의 두 번째 파트, 인피니티 룸은 돔으로 된 광장 같은 공간에 인용문 등을 스크린에 적용하여 모네의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약 40분 동안 시네마틱한 풍경과 몰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천장부터 벽과 바닥에 이르기까지 360도 스크린에 빛과 영상이 투사되고 사운드가 풍요롭게 펼쳐진다.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반영하는 반사 원과 원형 플랫폼들이 마치 모네의 안식처처럼 함께 어우러진다. 모네 하면 떠오르는 인상주의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 〈양귀비〉 〈양산을 든 여인〉 등 4백 점의 그림이 차례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수련은 물론 포플러, 기차, 곡물, 베니스 운하 등이 포함되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 서서히 젖어든다.
전시의 두 부분을 잇는 중간 과정인 '더 프리즘'은 빨간 조명이 있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깃발에 반사되는 무지개 빛깔의 프리즘을 만끽하며 모네의 작품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인도한다. 마음의 평온함이나 다채로운 시각이 빚어낸 쾌감을 주는 전시 이외에도 요가와 페인팅을 경험할 수 있는 클래스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메트로 토론토 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다른 장소로 이어진다. 미국의 마이애미, 호놀룰루, 캐나다의 캘거리, 오타와에서도 모네의 세계를 재조명하는 실험적인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 «Beyond Monet» 전은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메트로 토론토 컨벤션센터에서 3월 13일까지 열린다.
※ 전종혁은 팬데믹 시대에 전시의 패러다임을 바꾼 몰입형 미디어아트에 관심을 갖고 예술의 진화를 바라보고 있다. 김나연은 〈바자〉의 뉴욕 통신원이다. «비욘드 모네»가 제공하는 향연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토론토를 방문했다.